[공정시평] “개헌은 뜨거운 감자이면서도 왜 찬밥인가?”
[공정시평] “개헌은 뜨거운 감자이면서도 왜 찬밥인가?”
  • 길길홍 공정뉴스 회장
  • 승인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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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홍 공정뉴스 회장
요즈음 정가에서 개헌론이 심심찮게 거론된다. 항상 맞서던 여야가 개헌에 관해서만 한때 공감대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에서 개헌논의의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귀국해서 바로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인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함으로서 불씨가 며칠 잠잠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뒤늦게 김대표의 개헌발언을 작심한듯 문제삼아 개헌문제는 당청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번졌다. 개헌은 대세(大勢)여서 거론되기만 하면 단번에 뜨거운 감자가 된다. 야당에서 타당성을 제기하면 집권여당에서는 찬반양론으로 엇갈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개헌주장은 경제살리기등 당면한 국정현안이 블랙홀에 빠질 위험이 크다면서 반대입장을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그럼에도 다시 김대표가 개헌 논의에 불을 질렀다

이처럼 한동안 개헌 시비가 벌어지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잠복해 버린다. 과거 선거때만 되면 여야의 대선후보들이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내 걸었다. 당선되고 나면 개헌에 대해 국민적 합의 도출의 절차와 과정을 외면했다. 개헌문제를 여야 정당간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논의의 성의마저 보이지 않았다. 역대 정권마다 개헌이 흐지부지되고 매번 불발에 그친지가 10여년을 넘었다.

대다수 국민과 여야의원들은 개헌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필요성은 모두 인정한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는 개헌 찬성이 57.8%, 반대 29%, 모름13.2%였으며, 국회의원은 300명 중 개헌 의결 정족수를 넘는 231명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답보상태인 이유는 분명하다. 대통령 개인과 여야정당 및 차기 대통령후보들이 모두 정파적 이해관계만 고려하고 정략적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대통령후보와 소속정당은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당선을 위한 득표에 활용하고 선거에서 당락이 결정나면 나몰라라 하고 팽개쳐 버리니까 개헌문제는 언제나 천덕꾸러기의 찬밥신세였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당지도자들이 자기 입맛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또 개헌을 거론하여 정치권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최근 개헌파장도 똑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정치적 편견이 없고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개헌문제를 다루는 정치인들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개헌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유감스럽다. 일반국민들은 대통령제와 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의 개편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입법·사법·행정의 기능 조정과 경제·사회분야 등에 관한 맞춤형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1987년 헌법개정 이후 27년이지났다. 세계는 글로벌 시대이며 국력도 상위 10위권으로 올라 설 정도로 한국의 국제환경과 국내상황은 격변을 거듭했다. 현행 헌법은 권력구조의 개편도 해야겠지만 경제·사회 분야에서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고 역사의 흐름에 맞추어 개헌안에 보완하고 반영해야할 내용들이 나름대로 많을 것이다.

개헌의 실질내용을 검토하기 전에 먼저 개헌논의에 관해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야 정당들이 진지함과 남다른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우선 논의의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은 개헌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권력투쟁 양상의 공방만 거듭하고 개헌논의를 찬성하는 야당은 정권흔들기를 즐기는 것처럼 여당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다.

개헌론을 촉발한 김무성 대표와 불편한 청와대의 치고 받기는 보기가 민망했다. 같은당 출신의 박대통령이 경제현안의 우선해결을 이유로 개헌 논의의 불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면 여당대표는 집권 세력의 화합단결과 역학관계를 의식하여 개헌의 거론에 좀더 신중했어야 마땅했다.

어쨌든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잘못을 시인했다면 청와대는 여당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보기 흉한 당·청간의 내부 갈등과 또다른 파장을 유발하는 정부여당간의 불협화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대통령도 대선당시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한 정치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조건 개헌논의 불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무래도 명분이 약할 것 같다. 현재의 경제난국의 해결이 시급한 만큼 개헌논의의 시기를 당·청과 여야간에 협의해서 늦추거나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소견을 피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과 야당은 절대다수 국민과 국회의원이 원하는 개헌문제를 정치인 자신의 이해관계와 결부시켜 정략적 또는 정파적으로 이용하려는 경솔한 언동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 차기 정권 창출과 2017년 대선 승리와 연결시키는 정치공학적 정략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꼼수에 불과하다.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불순한 저의와 동기가 개헌논의의 배후에 있어서는 안된다. 국가의 중대사라고 할 수 있는 헌법개정은 공개적인 토론에 붙여 국민과 함께 공정하게 추진해야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와 학계 및 시민단체는 지금부터 전문연구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헌법학자를 포함한 정부의 전문가그룹과 여야의 정책위관계자들은 현행 헌법을 국가 백년대계와 남북통일에 대비하여 규정전반에 걸쳐 심도있게 연구·검토하면서 어떤 조항을 어떻게 개정해야 할 것인지 사전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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