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칼럼] 금리의 유동성함정 우려
[채권칼럼] 금리의 유동성함정 우려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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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은 금리를 낮추어도 투자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금리를 인하하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취해도 경기가 부양되지 않는 상태이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을 두고 통화정책이 함정에 빠진 것과 같다는 의미로 Keynes가 사용하였다. 경기부양책을 취하는 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늘릴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자율이 매우 낮으면 사람들은 장래에 이자율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여 현금보유 성향이 강해지고, 기업은 경기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여 생산을 줄이고 투자를 미루게 된다.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여도 화폐가 순환하지 않고 개인이나 기업의 수중에만 머물러 있게 되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동성함정의 사례로는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이 언급된다. 일본은 오랫동안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는 저금리정책을 폈으나 소비 진작이나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통화량 증가분은 금융권 안에서만 맴도는 상태가 지속되어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3.8% 감소한 영향으로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12(-10.5%)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설비투자도 설비투자증가율이 전월 대비 10.6%를 기록하여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031(-16.1%)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면에 소비는 늘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한 달 전보다 2.7% 늘었다. 20113(3.4%)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그동안 정부는 저금리 정책을 펴서 기업들의 투자증대를 통한 경기회복을 기대하였지만 설비투자는 오히려 감소하였다. 초저금리상태의 지속에 따라 예금이자에 의존하는 장년층들이 장래수입의 불안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경기활성화는 기업의 투자증가도 중요하지만 가계소비가 증대되어야만 가능하다. 기업들은 금리가 높아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경영목적인 이윤창출이 힘들어서 투자를 않는다. 가계소득이 증가하여 소비가 늘어난다면 기업들은 자연히 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금통위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 논의를 할 때 유동성 함정에 빠질 우려가 없는지를 심사숙고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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