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펀드시대 종언…계좌수 6년만에 반토막
1가구 1펀드시대 종언…계좌수 6년만에 반토막
  • 정경화 기자
  • 승인 20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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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퇴직 공무원 A씨(65)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펀드를 모두 정리했다. 노후 자금을 위해 퇴직금 일부를 적립식 펀드에 투자했지만 여윳돈은 커녕 몇 년 동안 반복된 제자리 수익률에 지쳤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제2 금융권이나 부동산 등 다른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한때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통했던 펀드의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다. 2000년대 중ㆍ후반까지 공모형 펀드는 투자 편리성과 고수익성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전체 펀드 계좌수가 대한민국 가구수보다 많아지면서 ‘1가구 1펀드 시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펀드 시장은 차이나펀드 몰락과 수익률 정체, 업계의 과열 경쟁과 신뢰 저하 등이 반복되면서 심각한 투자자 외면에 직면해 왔다. 반면 자산가ㆍ기관투자가 중심의 사모 펀드는 꾸준히 성장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와 펀드시장이 재건되지 않는다면 직접투자만으로는 주식시장의 한단계 레벨업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18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국내에 개설된 전체 공모형 펀드의 계좌수는 1430만개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제2 의 펀드붐’이 일었던 2008년(2500만개)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계좌수 감소는 펀드 투자자들이 그만큼 시장을 떠났음을 의미한다.

1가구 1펀드 시대도 사실상 종언을 맞았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 가구수는 약 1800만 가구로 2030년에는 200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펀드 계좌수가 가구수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설문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 비중은 2008년 18.8%에서 4년 만에 9.1%대까지 떨어졌다.

계좌수 감소로 공모펀드 시장규모도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2008년 131조원에 달하던 전체 수탁고가 올해들어 60조원대까지 급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모형 펀드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전체 계좌수는 2009년 3만8000개에서 2014년 상반기말 기준 12만7000개로 급증했다. 시장 규모도 150조원대에 육박하며 공모펀드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공모펀드 시장 침체는 자산운용사들의 수익 감소와도 직결된다. 운용사들의 경영 악화는 펀드매니저들의 운용 능력을 떨어뜨리고, 펀드 수익률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관 등 ‘큰 손’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운용보수 인하 압박도 업계를 옥죈다.

중소형 운용사의 모 대표는 “연기금 등 일부 기관은 금융 보수는 무조건 낮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자본시장의 한 축인 운용업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활성화를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학계에서는 공모 펀드 시장의 재건을 위해 ▷퇴직연금 자산의 펀드시장 유도 ▷운용업계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 ▷국제투자성과기준(GIPS) 도입 등 공시 강화를 통한 투자자 신뢰 회복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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