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단기 유동성 위기 일단 넘겼지만 불씨 여전
동부, 단기 유동성 위기 일단 넘겼지만 불씨 여전
  • 정경화 기자
  • 승인 2014.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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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동부그룹이 동부제철에 대한 채권단과의 공동관리(자율협약) 결정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그룹 전체의 자구계획 이행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철강·건설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로 경영 정상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2일 금융권과 동부그룹에 따르면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동부그룹의 회사채 가운데 연내(하반기) 상환해야 할 금액은 5개 계열사(동부제철·동부CNI·동부메탈·동부건설·동부팜한농)에 총 4천244억원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지난주 자산(인천공장) 매각이 무산되면서 단기 유동성 위기를 촉발시킨 동부제철의 회사채 1천100억원이다. 7일 700억원, 다음달 26일 4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동부제철은 한때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전날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11개 채권 금융기관이 자율협약에 최종 합의하면서 활로를 찾게 됐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은 채권단으로부터 만기 회사채에 대한 차환 발행 지원을 받으면서 시간을 벌게 됐다. 그 사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포스코에 넘기려다 무산된 인천공장 매각 재추진을 포함해 한층 강도높게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제철과 함께 단기 유동성 위기를 가중시킨 동부CNI의 올해 회사채 만기 물량은 700억원 규모다. 7일 200억원, 14일 300억원 등 이달에만 5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동부그룹은 자체적으로 4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으며, 동부CNI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차환 지원이 어려워진 산업은행 보유 물량 100억원에 대해서도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 부문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는 한때 법정관리까지 거론되면서 그룹 해체 우려를 낳았으나, 동부제철에 대한 채권단의 자율협약 결정과 함께 고비를 넘기는 분위기다.

동부건설은 9월 만기인 500억원의 회사채와 11월 만기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미상환 물량 344억원이 있다. 하지만 만기까지 다소 시간이 있고 동부건설이 지분 60%를 보유한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재매각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자금 조달이 무난할 것으로 동부그룹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동부메탈이 600억원, 동부팜한농이 1천억원 규모의 연내 상환해야 할 회사채를 안고 있지만, 이들 양사는 자금 사정이 양호해 자체 해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그룹의 회사채 물량은 4천억∼5천억원 규모로 올해 하반기와 비슷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이 불발되면서 급속히 확산됐던 동부의 유동성 위기는 일단 진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데다 자구계획 이행이 지연되면서 그룹 전반의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게 재계와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놨던 지난해 말보다 동부그룹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 자산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시간만 허비한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주요 계열사들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줄줄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대로 갈 경우 지난해 말 6조3천억원이던 그룹 차입금을 2015년까지 3조원 이하로 축소하겠다던 자구계획을 이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구계획 이행이 지연될수록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봉책으로 이번 같은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는 있어도, 차입금 구성이 갈수록 단기화되고 있어 그룹 전반의 회사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6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동부그룹의 총 차입금 규모는 현재 5조7천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단기상환부담은 지난해 말 기 64%로 전년(51%)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진 상태다.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어 과도한 설비투자와 금융비용에서 비롯된 동부그룹의 만성적인 자금부족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력인 철강과 건설 부문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호했던 동부팜한농과 동부메탈마저 올들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구계획에 포함된 인천공장 등 핵심 자산의 매각이 도리어 동부제철과 동부메탈 등 관련 계열사의 수익기반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건설(순이익 -1천780억원), 철강(-1천550억원), 화학·전자(-1천360억원) 등 주요 부문 계열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냈는데 올해 적자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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