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e톡]무슨 아시아나항공 주총이 금호가(家) 박삼구·찬구 형제의 싸움터인가
[박기자의 e톡]무슨 아시아나항공 주총이 금호가(家) 박삼구·찬구 형제의 싸움터인가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4.0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증권신문] 주주총회(주주에 의하여 구성되는 주식회사 최고의 의사 결정 기관). 한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는 이사 선임 등은 물론 한해의 주요 사업 계획 등의 안건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행사로, 기업에게는 이 주총은 1년 행사 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나항공 주총은 볼썽사나울 정도였다. 이는 이번 주총이 이들 형제의 향후 있을지 모르는 진짜 전쟁의 서막과도 같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총은 박삼구, 박찬구 금호가() 형제 간 분쟁이라는 거대 담론에 소액주주 등은 제대로 된 의견조차 개진하지도 못하고 이전 상정된 안건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는 것으로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흡사 이번 아시아나항공 주총은 금호가 형제의 싸움터로 변질된 모습이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4년 만에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에 오르려고 하자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해 제2대주주인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주총 전부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아시아나주총이 혹여 이들 형제의 싸움터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앞서 지난 24일 금호석화 측은 아시아나항공에 <금호산업의 주총 의결권 행사 금지 및 TRS 주식매각 관련자료의 열람등사 요청>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금번 TRS 거래에 따르는 관련자료 일체와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금호산업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러한 형제 간 대립은 지난해 아시아나 주총의 복사판이었다. 지난해 3월 말에도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는 당시 아시아나항공(020560) 주주총회에서 경영성과 등의 표면적인 이유를 들어 일부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던지며 대립했던 것.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더 큰쟁점이 부상했다. 박찬구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장본인이자 상대방인 박삼구 회장이 이번에 다시 등기이사 선임 문제가 걸려있었던 것. 이는 이번 주총 형제 간 다툼은 지난해 전초전에 이은 전면전성격으로 확전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은 이날 주총 현장에 그대로 확인됐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제대로 된 주총은 고사하고 형제 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이날 예상대로 금호석화 측은 대리인을 통해 총수익 맞교환(TRS·Total returns swap) 방식으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상호간 보유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것과 관련, 이는 박삼구 회장을 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탈법적 거래라며 문제 삼고 나왔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지난 20102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이후 4년 만의 등기이사 복귀는 문제가 있다는 게 금호석화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립각을 둔 일부 주주들이 금호석화 측 대리인의 의견개진을 막아서며 주총장은 말 그대로 박삼구 대 박찬구의 싸움터가 되고 말았다. 결국 이날 의장으로 주총을 진행한 윤영두 전 사장이 금호석화 측의 발언 기회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30분 만에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에 금호석화는 이날 주총을 끝내자마자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박삼구 회장의 이사선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금호석화다.

이러한 금호가 형제간의 다툼의 핵심은 이번 사례에서도 보여주듯 경영권이다. 이 과정에서 형제 간 쌓인 감정도 한몫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형인 박삼구 회장은 각각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넷째, 셋째 아들로, 지난 2010년 경영권 분쟁을 치렀다.

당시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본격 매입하자, 박삼구 회장이 고 박정구 회장의 지분과 연대해 동생을 해임하는 한편 자신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의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이전까지 공정위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룹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금호석화의 계열분리를 추진해왔다.

이후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공동대표이사만 맡았다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사실상 경영복귀를 선언한 이후 이번에는 그룹 핵심 중 한곳인 아시아나항공까지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다.

때문에 이번 아시아나항공 주총은 금호가 형제의 싸움 이슈의 임팩트에 가리고 말았다. 따라서 그 책임에서 박삼구, 박찬구 형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경제산업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