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재계앱]또 루비콘강서 마주선 금호아시아나 ‘형제의 난’은 ‘연례 주총 행사’
[박기자의 재계앱]또 루비콘강서 마주선 금호아시아나 ‘형제의 난’은 ‘연례 주총 행사’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4.0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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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시아나주총 이어 또 맞대결...호남 '의좋은 형제' 형제경영 빛바래

[한국증권신문] 호남 재계 '의좋은 형제'의 금호가 모습은 어디에? 오늘은 피보다 진한 두 형제의 다툼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금호가(家) '형제의 난'입니다. 박삼구(사진), 박찬구 금호형제가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 다시 티티격태격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건널락 말락하던 루비콘강도 다시 이 둘 사이 아른 거리는 모습입니다. 특히 이런 양상은 지난해 아시아나 주총의 복사판을 보는 듯합니다.

박삼구, 박찬구 두 형제가 이번에 다시 쌍심지를 켜고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결정적인 단초는 형인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 선임 문제입니다. 박 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입니다. 그는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공동 대표나 각자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이러한 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대표직 복귀는 4년 만의 일로,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가 되면 지난 2009년 구조조정 이전처럼 그룹의 경영권과 지배권을 모두 한손에 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형인 박 회장은 앞서 지난 2009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의 구조조정과 관련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20103월 사실상 경영에서 퇴진했었습니다.

이후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공동대표이사만 맡았다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사실상 경영복귀를 선언한 이후 이번에는 그룹 핵심 중 한곳인 아시아나항공까지 경영권을 쥐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박 회장의 거침없는 경영복귀 시나리오에 걸림돌이 생겼습니다. 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친동생인 박찬구 회장, 금호석유화학의 반대입니다. 동생인 박 회장이 형의 등기이사 선임안에 반기를 든 것이지요.

박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등 경영복귀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경영 정상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금호석유화학 측은 박 회장이 워크아웃 기간 5년 동안 사실상 경영을 해 왔고, 직접 지분도 없으면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건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한만큼 이번에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섰습니다.

2대주주로 할 소리는 하겠다고 나선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4일 아시아나항공에 박삼구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총수익맞교환(TRS·Total Return Swap) 거래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며서 양측 간 대립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호석화 측은 아시아나항공에 <금호산업의 주총 의결권 행사 금지 및 TRS 주식매각 관련자료의 열람등사 요청>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금번 TRS 거래에 따르는 관련자료 일체와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금호산업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박 회장이 2009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에 790, 금호타이어에 240억을 지원해 손해를 끼쳤다는 게 금호석화 측의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 측은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맡을 경우 과거의 전철을 밝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지요.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주식처분 관련 채권단 운영위원회의 최종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장외 시간외 거래를 통해 지분 4.9%(161만여주) TRS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금호석화 측은 만약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주총을 강행하여 비정상적 거래에 의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당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주총회결의에 대하여 법적대응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5일 금호석화 관계자는 기자에게 현재까지 검찰 수사와 고발, 계열분리,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금호석화의 주장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하고 나섰습니다. 형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지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5일 금호산업지분 매각 관련 거래는 채권단과 협의하에 진행되었으며 절차상에서도 문제될 게 전혀 없는 사안으로 금호석화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동생의 문제제기에 대해 형이 정면으로 일축한 것이지요.

또한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선임은 채권단 요청에 따른 책임경영 이행 차원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201311월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고, 금호타이어의 대표이사로도 되어 있는 것은 물론 모회사인 금호산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게 금호아시아나 측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화의 언론을 통한 문제 제기는 의도적인 그룹 흠집내기라는 말로 섭섭함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두 형제의 갈등은 지난해 아시아나 주총에서도 이미 드러난 전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329일 금호석화 관계자는 "현재 어음금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그 시기나 법률대리인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양 측의 갈등이 재연된 가장 큰 이유에는 박찬구·삼구 형제 간 해묵은 앙금이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형인 박삼구 회장은 각각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넷째, 셋째 아들로, 이 둘은 지난 2010년 경영권 분쟁을 치른 바 있습니다.

당시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본격 매입하자, 박삼구 회장이 고 박정구 회장의 지분과 연대해 동생을 해임하는 한편 자신도 경영 하차를 선언했던 것이지요.

이후 박삼구 회장은 경영에 복귀했고, 박찬구 회장도 금호석화(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21.99% 보유)를 형의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독자적으로 경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 박찬구 회장은 이전까지 공정위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룹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금호석화의 계열분리를 추진해왔었습니다.

여기에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는 당시 아시아나항공(020560) 주주총회에서 경영성과 등의 표면적인 이유를 들어 일부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금호석화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이 일로 이후 둘 사이는 더 냉랭해졌습니다. 그러다 형제의 난은 다소 엉뚱한 곳에서 재점화됐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3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인 부장 A씨와 보안용역직원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종로경찰서에 접수시키고 수사를 의뢰한 것입니다.

당시 호아시아나그룹은 회장 비서실 자료가 외부에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고 자체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룹 회장실 보안용역직원인 B씨가 금호석유화학 부장 A씨의 사주를 받아 비서실 자료를 몰래 빼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러한 자료가 )불법적으로 유출된 자료들이 누군가에 의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공격하는 데 활용돼 온 것으로 보고, 보안용역직원 B씨와 이를 사주한 금호석유화학 부장 A씨를 방실침입 및 배임수·증재죄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금호가 형제의 난은 끊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과거 호남 지역 기반해 성정한 기업으로 국내 '톱10' 이라는 대그룹 반열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극심한 형제 간 갈등으로 호사가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과거 호남지역 '의좋은 형제' 집안으로 소문난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형제 간 비슷한 지분을 보유하며 형제 간 돌아가며 경영했던 이른바 형제경영은 최근 형제의 난으로 빛이 바래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 두 형제 간에는 과연 피보다 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요?-경제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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