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M&A 귀재’ 박삼구와 강덕수의 ‘승자의 저주’ 재구성
닮은 듯 다른 ‘M&A 귀재’ 박삼구와 강덕수의 ‘승자의 저주’ 재구성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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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분석한 강덕수와 박삼구 '위기론'

잘 나가던 2000년대 그들은 ‘오늘’의 위기를 예상이나  했을까? 당시 누구도 예상 못했던 ‘대어’를 낚으며 ‘무명’에서 스포트라이트 한몸에 받았던 ‘M&A의 귀재’였던 박삼구와 강덕수가 다시 각자 다른 '링' 위에 서 있다.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재벌가 2세 출신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재계에서 한때 ‘M&A의 귀재’로 승승장구한 오너들이지만, 공교롭게도 현재 ‘닮은 듯 다른’ 위기에 처해 있는 것.

하지만 박 회장과 강 회장이 처한 위기의 양상은 다소 다르다. 재계 서열 13위의 STX그룹 창업주인 강 회장의 경우 최근 채권단의 사퇴 압박으로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는가 하면 STX·STX중공업 대표이사직 등 계열사 경영권도 위협받고 있다.

2000년대 ‘M&A 귀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위기 맞은 이유

이에 반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최근 채권단으로부터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보장받았다. 특히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아 경영정상화가 잘만 되면 지분도 확보하는 등의 완전한 경영권을 쥘 수 있는 기회마저 생기게 됐다. 물론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강덕수 회장과는 처지가 다소 낫다고는 하나 현재 그도 말 그대로 ‘위기’에 처해있는 것은 매 한가지. 최근 금호산업 채권단으로부터 경영참여를 통한 경영권을 위임받았지만, 이마저도 ‘전제’가 달려 있다.

박 회장은 故 박인천 금호 창업주의 아들로 친형들인 박성용(2대 회장, 2005년 타계)과 3대 회장이었던 고 박정구 회장이 지난 2002년 사망하자 그 뒤를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올랐다. 과거 전임 회장들인 두 형들이 호남지역을 토대로 금호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면, 현재 위기에 처해 있기는 하지만 그는 금호그룹을 이전 ‘호남 향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바로 공격적인 M&A 전략을 통해서다.

박 회장을 유명하게 만든 건 팔할이 ‘M&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M&A’의 성과도 큰 게 사실이기 때문. 이를 통해 지난 2006년 건설업계 ‘강자’인 대우건설을 인수한데 이어 2008년 ‘국내 최대 물류기업’이었던 대한통운을 손에 넣었다. 이전까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으로 알려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어’대우건설 인수를 놓고 시장에서조차 ‘이변’으로 받아들여졌을 정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해 건설업종인 금호산업과 시너지를 기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어 낚기’로 몸집을 불려가던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탄탄대로였다. 이 같은 박 회장의 눈부신 ‘M&A’ 성과는 자연스레 그를 역대 최고의 ‘M&A 귀재’라는 타이틀을 안겨다 줬다.

하지만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의 영화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문제는 박 회장의 무리한 M&A였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대우건설 인수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자신들의 순수 여유 ‘실탄(자금)’을 대우건설 인수에 동원하기보단 은행,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인수하다보니, 이는 곧 ‘빚’으로 유탄이 되고 만 것이다. 이렇게 발생된 빚은 대우건설의 축배도 채 다 마시지 못한 지난 2009년 하반기부터 현실화됐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2009년 말, 풋 옵션이 도래하면서 약 4조원의 자금 압박을 받아 오다 결국 재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주가부양을 위해 대우빌딩 매도자금중 4천600억원을 들여 135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하며 발버둥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 대한통운 인수 시 생긴 ‘리스크’가 겹쳐지면서 채권단과 시장은 박 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의 갈등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다시 돌아왔다. 사실 박 회장의 복귀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바로 대우건설 인수와 대한통운 인수의 ‘뼈’ 아픈 업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당시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박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수에 10조원 이상을 쏟아 붓는 무모한 투자와 총수 형제간 분쟁으로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려 워크아웃을 자초했다”고 비판하며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반대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금호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규자금 명목 등으로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자금 1조8000억원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조 등 일부에서는 박 회장도 이러한 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의 경영 복귀에 반대했다.
이런 주변 반대 여론에도 박 회장은 경영 사퇴 1년 만인 지난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했다. 박 회장이 다시 돌아온 금호그룹, 특히 주력 회사 중 한 곳인 금호산업의 재무사정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따라서 박 회장은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다.

박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의 지분을 아들인 박찬경 부사장과 약 14.19%를 보유하고,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30.008% 가지고 있는 금호산업은 현재(6월 말 기준) 자본잠식율이 무려 89%인 금호산업이 이대로 가다가는 연말까지 100%를 넘어서게 될 위험성까지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채권단 지원 여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이는 역으로 채권단이 박 회장의 경영권 등 거취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도 박 회장은 그나마 ‘재기’의 기회가 남아있다.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아직까지 그룹 지배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제도의 기본 취지는 채권단, 계열주, 종업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희생하에 경영정상화를 추진하여 채권단은 채권회수율을 높이고 대주주(계열주)는 우선매수권 등을 통해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라는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에게 기회는 준다는 것.

이러한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 및 원칙을 반영하여 이번 정상화 방안에는, 계열주 앞 경영책임을 부여하여 재무구조 악화 등 경영정상화 차질이 예상될 경우 계열주는 보유지분을 채권단과 공동으로 제3자 앞 매각할 의무를 부과했다는 것.

반면,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경우에는 우선매수권 등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회사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고 채권금융기관의 채권회수율을 제고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지원여력에 한계가 있어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CP(790억원)의 출자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산은 등 채권단은 표면적으로는 박 회장이 사재출연 약속 등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 회장이 이전 2200억원의 사재 출연과 채권단의 100대 1 감자 결정 수용 등의 형태로 채권단의 경영정상화에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또 다른 이름은 ‘M&A 귀재’

반면 ‘샐러리맨 신화’의 강 회장은 박 회장보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 앞서 언급했듯히 STX의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채권단이 그의 경영권을 박탈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 이런 산은의 다른 조치와 관려 ‘이중 잣대’ 논란도 불거지기도 했다. 이를테면 ‘박삼구는 돼고 강덕수는 안돼고’다.

어찌됐든 강 회장은 이미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직을 내놓게 되면서 그의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게다가 다른 계열사인 STX중공업 등의 경영권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이전에 강 회장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던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오너의 지분은 물론 경영권까지 자유로울 수 없는 워크아웃보다는 강도가 약한 자율협약인 만큼 강 회장 측에서도 큰 위협을 느끼고 있지 않았던 게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채권단의 핵심인 산은도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강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힘을 싣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STX그룹과 STX조선 노조가 강 회장이 회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보고 그의 사퇴에 반대입장을 피력해왔던 것도 우군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새 사정이 완전히 바뀌어 있다. 결국 강 회장은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채권단에 ‘백기투항’하기에 이르렀다. 강 회장은 지난 30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50대의 나이에 STX를 창업해 재계 13위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그에게는 늘 ‘샐러리맨 신화’라는 닉네임이 따라 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름, 강 회장을 재계 13위 대그룹 반열에 올려놓은 ‘M&A 귀재’라는 수식어다. 실제로 강 회장은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한 이후 2000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쌍용그룹이 무너지자  사재를 털어 2001년 5월 1일,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 해 사명을 STX로 바꿔 달았다. 특히 강 회장은 평사원으로 대기업 오너가 된 이후 각종 M&A에 뛰어들어 STX를 일군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 회장 만큼이나 ‘M&A 귀재’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오너다.

강 회장은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인수를 시작으로 오늘날 대재벌의 토대를 만들어나갔다.
이듬해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를 인수하더니 2004년 범양상선을 인수하며 ‘M&A 귀재’의 명성을 얻어 나갔다.

이후 2007년 아커야즈(현 STX유럽) 등을 사들인 데 이어 STX엔파코(현 STX중공업), STX건설, STX다롄 등을 설립해 이전까지 M&A로 인수한 기업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했다. 특히 강 회장은 지난 2004년 범양상선을 인수한 뒤 STX팬오션으로 이름을 바꾼 후 수직성장을 계속했다. 이후 각종 M&A에 뛰어들어 대어를 낚더니 결국 오늘날 재계 12위의 재벌 반열에 등극했다. 당시 강 회장은 ‘M&A의 귀재’로 통하며 재계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섰다.

더 절박한 강덕수 회장, 다음 카드는 백의종군?

하지만 강 회장의 운은 거기까지 였다. 바로 강 회장이 사들이고 손댄 기업들의 업종인 조선, 중공업, 건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글로벌 불황’이 찾아온 것. STX그룹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조선, 해운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주력 계열사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효자 회사까지 팔아야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만 것이다.

이에 강 회장의 ‘자식같은’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사정이 이쯤되자 지난해 12월, STX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TX팬오션 등을 매물로 전격 내놓으며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는 오너인 ‘강덕수 회장의 승부수’로 받아들여질 만큼 강 회장의 절치부심이 엿보였다.
그 배경에는 당시 STX그룹은 계열사 총차입금이 10조원에 육박하는데다 1조2800억원대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대거 예정돼 있어 유동성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기 때문.

이 같은 현실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창업 때처럼 이를 악문 강 회장이지만, 이러한 현실은 여전히 개선될 줄 모르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채권단은 강 회장의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직을 박탈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러자 STX그룹은 지난 3일 “이번 대표이사 신규 선임 추진은 채권단 자율협약 취지에 어긋나는 채권단의 월권행위"라면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만약 채권단의 구조조정안 대로 STX의 경영정상화가 추진될 경우 STX조선해양의 경영권은 물론 다른 중공업 등의 계열사 경영권도 위태로운 처지이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이 마저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강 회장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딱 하나 ‘백의종군’ 밖에는 없게 된다. 이처럼 금호아시아나그룹 박 회장과는 달리 ‘벼랑끝’까지 내몰린 강 회장과 제2의 이름인 ‘샐러리맨 신화’도 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온프 종합경제지 한국증권신문(www.ksdaily.co.kr) / 인터넷 스탁데일리(www.stockdaily.net)/ 월간 CEO 플러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bodo@k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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