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인터뷰]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2.07.17
  • 호수 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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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에 중점 둔 정책 기조 선행 급선무”

상승 모멘텀 부재로 시장이 방향성을 상실하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바닥권을 맴돌고 있는 거래대금과 거래양만 보더라도 투자자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최악으로 몰려있는지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기업 이익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최악의 경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각국의 부양조치 및 정책 공조가 반복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러한 하락 변동성은 주식 비중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푼 상황이라 향후 경기가 침체기로 빠져들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각국의 공조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하반기 주식시장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 전체 이익 절반 가까이를 이끌고 있는 IT·자동차주의 실적 견인만 놓고 봤을 때 뒤 따라오는 다른 산업들이 절반 이상만 해내도 전체적인 시장의 적정 가치가 상승, 투자의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판단이다.

김 팀장은 “전망을 이야기할 때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부분이 바로 기업들의 실적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증가하면 시장 수익률도 자연스레 오르기 때문. 하지만 지난해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실적이 거품이었거나 주식이 저평가 됐거나 둘 중 하나”라며 “올해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현 시장 상황이 저평가 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경기의 지속적인 하강압력 강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3분기가 상당한 위험을 가져가야 하는 시장 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 팀장은 “최근 주식형 자금이 계속해서 100조원을 밑도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음에도 ELS 시장은 광풍이었다. 이는 즉 2년 전 자문형 랩이 등장하면서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또 한 번의 패러다임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3분기

위험 분산 국면 가능성↑…분할 매수”
모멘텀 바닥 인식 땐 조선·건설·화학 ‘유효’

우선, 수급적인 부분에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외국인 수급 변화가 중요하다. 여기에 유럽의 불확실성 해소와 미국과 중국을 향한 비관적인 시각들도 바뀌어야 현 상황의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이는 결국 정책적인 부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쪽에서는 재정 감축을 외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기부양을 외치고 있어 코드가 맞지 않는 불균형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시장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따라서 정책적인 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일이 급선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독일식 다이어트에 대한 부작용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체질이 건강한 사람의 경우 굶어가면서 운동을 하게 되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건강이 현저히 나쁜 사람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살을 빼게 한다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김 팀장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프랑스식 다이어트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일종의 성장 정책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현재 공감대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의 과정이 그 공감대로 가기 위한 시장 체질에 대한 확인과정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실물 경제에 중점을 두고 시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팀장은 “경기 부양 정책은 유동성 공급만으로 한계가 있다. 단순히 금리 낮추고 돈을 푼다고 해서 시장이 크게 개선되기 힘들다. 소비자 가계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고 소득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실제적인 변화가 나와야 한다”며 “특히 기업들에 대해 규제만 하기 보다는 지원도 함께 병행해 투자에 나설 수 있게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위험 관리 차원에서 현금을 비축해 두었다가 시장이 되살아나면 투자에 나서는 구조라 소비자와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경기 여건 자체가 좋지 않다보니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장기적인 로드맵이나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유도하고 지금 당장 현금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금융당국이 똑똑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이 현상은 중국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한다면 1기에 구성해 왔던 로드맵을 실천해 나갈 가능성이 크고 중국도 권력 이양이 끝나면 그 다음 시대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하이테크 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정책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렇다면 하반기 어떤 투자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까.

김 팀장은 “상반기보다 밸류에이션은 가중될 수 있지만 지금 걱정하는 경기 모멘텀과 이익 모멘텀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시차가 2~3분기에 통과되면서 같이 접점을 찾게 되면 경기 실적 바닥의 공감대가 섰을 때 주가에 대한 저가 인식은 더 강화될 수 있다”며 “향후 순환적인 경기 개선을 위해 현금 비중을 유지하면서 매수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IT·자동차주의 지배력이 갑자기 바뀌기 쉽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글로벌 경기 호전이 확인됐을 때 IT·자동차주에 올라타는 것이 현명하며 실적 측면에서는 모멘텀 바닥 인식이 강화됐을 때 산업재, 조선, 건설, 화학 쪽이 기대해 볼만하다. 특히 화학 섹터의 경우 실적 악화 가능성이 남아 있어 투자 시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관계로 4분기 초까지 기간을 열어두면서 분할 매수를 하는 것이 유효하다”며 “조선주는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건설주는 삼성물산(000830)과 대우건설(047040), 화학주는 LG화학(051910)이 유망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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