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세 꺾이는 BRICs
고성장세 꺾이는 BRICs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7.10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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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불균형 해소과정 순수출 악화
선진국 경쟁력 강화로 예전보다 약화

최근 BRICs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의 1/4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주식과 외환 등 금융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장기간 고성장에 따른 자산버블 등의 후유증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정체됐고, 수직적 글로벌 분업구조 하에서 누렸던 공급자로서의 이점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BRICs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글로벌 분업구조 재편이 자리잡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가 원자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이를 중국과 인도 등에서 조립 및 생산해 선진국에서 소비하는 패턴이 확립되면서 그 간 소외되고 부침이 심했던 국가들이 대표적인 신흥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과 함께 풍부한 인구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새로운 공장으로 부상했다. 또한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전세계, 특히 미국과 유로존으로 수출됐다. 당시 선진국 소비자들은 저금리, 주택가격 상승과 경제 성장세 지속 등에 힘입어 구매력이 높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의 소비 둔화, 중국 노동비용 상승에 따른 가격 메리트 축소, 선진국의 제조업 경쟁력강화 등으로 글로벌 분업구조가 예전보다 약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 디레버리징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주택가격 상승과 신용시장 활성화 등 차입에 기반해 소비를 늘려왔기 때문에 디레버리징은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로존 상황도 비슷하다.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으로 소비 여력이 위축됐다. 선진국의 소비가 둔화되면서 BRICs의 순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의 순수출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중국도 0.4%p까지 축소되면서 전반적인 경기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노동 비용 상승으로 중국 제품의 가격 메리트가 약화되고 있다. 중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1990년대 후반 이후 10%를 상회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 정부가 소비 주도형 성장을 추진하면서 최저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제조업 장려에 나서면서 세계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제조업을 통해 금융업과 건설업의 부진을 메울 뿐 아니라 고용 창출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방책이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GDP보다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던 미국 제조업 경기는 최근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브라질과 러시아 등 자원 수출국에게 부진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고,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진국의 안정적인 수요에 기반한 글로벌 분업구조가 약화되고,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BRICs 국가들이 누렸던 고성장의 열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요약하면, BRICs는 2000년 전후 성장성이 돋보이는 신흥국을 통칭하기 위해 사용됐고, 이후 10여년 동안 고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으며, 선진국-신흥국 간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BRICs 국가의 순수출이 악화되는 등 성장성도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신흥국이라는 정의를 생각해 볼 때 BRICs 이후 새로운 성장성을 갖춘 국가들이 언제라도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글로벌 여건을 고려할 때 향후 신흥국의 조건은 글로벌 분업구조에서 공급자보다는 수요자 역할을, 원자재 생산보다는 소비를, 내수 부문은 투자보다는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이점 고려해 BRICs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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