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직원 급료 상승 제한해야
은행 임직원 급료 상승 제한해야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6.19
  • 호수 8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직원 급여 투자자 몫, 재투자 돼야 할 비용
상대적 급료 산정보다 절대적 급료 산정 필요

계속되는 경기하강국면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임직원 급료는 상승하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의 중심에 있는 유럽의 경우 고액 임금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를 하고 있지만 보너스에 대한 규제만 있을 뿐 높은 급료를 삭감하지 못하고 있다.

위 같은 문제의 주된 이유는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수익이 적어졌는데도 임직원의 급료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반면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몫은 줄었다. 이미 예전부터 은행 임직원들의 급료 체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제기되고 있지만 급료 체계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금융위기 이후 13개 글로벌 금융기관의 급료를 조사했다. 금융기관이 버는 돈 중 상당수가 투자자의 몫이 되거나 대출 업무에 재투자 되는 것이 아닌 급료와 보너스 명목으로 은행가들에게 지급되고 있었다.

전체 임직원 급료는 작년 2590억 달러로 금융위기 전부터 연평균 7%씩 성장했다. 급료는 2006년엔 당기순이익 대비 58%였고 작년엔 84%까지 상승했다. 반면 배당금은 2006년엔 당기순이익의 15%에서 작년엔 4.5%로 감소했다. 금융기관이 버는 돈은 주주보다 임직원이 더 많이 가져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경영진의 과도한 급여 인상에 제동을 거는 이른바 ‘주주의 봄’ 현상이 대표적이다.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크레딧 스위스, UBS를 포함한 대형 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의 임직원 급여체계에 제동을 거는 제도는 더 많아져야 한다. 대부분의 은행 급료 체계는 프리미어리그 축구 클럽들의 급료체계와 똑같다. 선두그룹을 유지할 목적으로 직원들의 재능에 투자한다. 그리고 경쟁자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성과로 나타나길 희망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하강국면에 접어든 은행엔 부적합하다.

투자자들은 상대적 급료 산정 방식이 아닌 절대적 급료 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긴축 국면에서 은행가들의 급료는 그들이 사용하는 비용 정도로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ROE, 주가 등의 부적절한 성과평가측정 요소들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급료 체계를 강력히 바꿔야 한다. 지난 10년간 은행의 ROE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많은 유럽은행이 심각한 자본부족상태에 있을 당시에도 이런 급료 체계는 은행의 재무제표를 재건하는데 방해요소가 됐다. 유럽은행들은 아직도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고 투자자들에게 자본 대비 충분한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 유니크레딧 단 한 개의 은행만 올해 충분한 자본확충을 할 수 있었다.

은행들의 높은 급료체계 유지는 비단 은행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은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경쟁시장을 저해할 수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무거운 짐들을 투자자에게만 부과하지 말고 은행이 더 실질적인 정책을 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은행가들이 그들의 몫을 계속 지나치게 요구한다면 강력한 규제의 철퇴가 필요할 것이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고액 임금 강력 규제 조치를 속속 실행하고 있다. 유럽이 세계 경제 위기의 중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위기에서도 엄청난 부를 독식해온 은행과 기업 일부 임직원들에 대한 고통 분담이 시작된 것이다.

EU는 근본적인 은행 보수 체계 개혁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셸 바르니에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은행 경영진 급료가 하위직의 일정 배수가 넘지 않도록 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은행들의 모럴해저드는 만연하고 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선 경영상태가 극도로 부실했음에도 임직원 급여는 무관하게 오르고 있었다.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 급료 체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돈은 없었지만 은행가들은 놀라울 정도의 몫을 스스로 챙겨갔다. 은행가들은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있다. 주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