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만섭 SK증권 공주지점 지점장
[인터뷰]이만섭 SK증권 공주지점 지점장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2.06.12
  • 호수 8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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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 갖고 80%까지 비중 확대할 시기”

투자의 세계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일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순항하다가도 어느 순간 거친 파고, 암초와 같은 위험에 맞닥뜨린다. 목적지까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투자의 바다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노련한 항해법과 악조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 요구된다.

최근 폭락장은 투자자들의 마음가짐을 또 한 번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듯 증시도 가장 힘든 시간을 뒤따라 최적의 투자시기가 찾아온다.”

올 초 <아름다운 인생 행복한 투자>라는 책을 통해, 따뜻한 투자 철학과 실패로 얻은 노하우를 공개한 베테랑 투자항해사 이만섭 SK증권 공주지점 지점장(사진)의 조언이 더욱 유효할 때이다.

이 지점장은 “주식투자는 항상 현재가 가장 힘들다. 반면 지나고 보면 주식투자만큼 쉬운 것도 드물다”며 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불거진 유럽발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금년 하반기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그 때가서 ‘불안감이 팽배할 때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기 쉽다”며 “지금이 아닌 금년 말, 내년이나 그 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아울러 폭락장을 맞았을 때, 하락요인을 침착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점장은 “주가 급락의 원인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나 작년 유럽발 금융위기 등 경제적인 요인인 경우 그 충격이 매우 크고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반면 9.11테러나 일본 쓰나미 등 테러나 자연재해로 인한 하락은 충격이 단기에 그치고 빠르게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로존의 위기는 6월 그리스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수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리스크는 지난해까지 경제적인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정치적인 이슈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다른 유럽국가로의 위기확산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상황이 긴박할수록 그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 역시 적극 도출됐다는 점에서다.

이 지점장은 “국내 증시는 6월 바닥다지기에 이어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지고, 향후 2~3년은 상승장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식을 보유중인 사람은 인내와 여유를 갖고 기다리고, 현금을 갖고 있는 사람은 80% 정도까지 주식 편입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공격적인 투자자는 직접투자 30%, 지수형 ELS 15%, 종목형 ELS 15%, 펀드 15%, 채권 15%, 현금 10%의 비중으로, 보수적인 투자자의 경우에는 직접투자 10%, 지수형 ELS 10%, 원금보장형 ELS 10%, 펀드 20%, 채권 30%, 현금 20%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편이 유익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위기는 기회, 과도한 안전 추구는 오히려 ‘독’

장밋빛 리포트, 맹신 말아야…투자는 ‘타이밍’

 

또한 주식에 자산을 과도하게 투자하거나, 반대로 지나친 두려움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것은 현명한 투자태도가 못 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점장은 “주식 비중이 너무 높은 경우 채권이나 예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하고 반면, 안전하다는 이유로 예금만 고집한다면 오히려 그 안전이 위험이라는 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투자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며, 그 시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식공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점장은 “초보투자자는 좋은 장이든 나쁜 장이든 상관하지 않고 달려들지만, 고수는 결정적인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 때가 오면 과감하게 뛰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공평하게 체급별로 겨루는 스포츠와 달리, 주식투자는 정보력이나 자금력이 우월한 외국인·기관투자자나 오늘 투자를 시작하는 아주머니나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하게 된다”며 “정글과도 같은 곳이 투자의 세계”라고 일깨웠다.

많은 이들이 준비 없이 투자를 시작한 뒤, 큰 손실을 보고 ‘이제 좀 알 것 같다’ 싶으면 투자여력이 없어져 안타까울 때가 많다는 것.

따라서 “투자에 앞서 적어도 2년~5년 정도 꾸준히 경제신문을 보고 투자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며 “투자는 최대한 단순하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가 처음인 경우에는 펀드나 ETF, ELS 등 간접투자나 중장기 투자를 하는 편이 좋다고 제안했다.

투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은 13년 넘게 현장에서 고객과 희비를 함께 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역시 한 때 쓰디쓴 실패를 하며 직접 체득한 바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지점장은 “증권사 입사 전, 운 좋게 주식투자로 돈을 번 뒤 마치 실력이 있어 투자의 대가가 됐다고 착각해 선물/옵션 투자를 시작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회복하기까지 3여 년 동안 거의 매일 2~3시간 자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그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썰물이 있으면 밀물도 있다. 나는 그때 배를 밀고 바다로 나아가리라!'라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크고 작은 시련을 맞게 마련이다. 하지만 과욕을 경계하는 법을 배우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면 현명한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자신만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지키는 고객들이 꾸준히 성과를 낸다고 전했다.

11년째 대학에서 강의를 겸하고 있는 이 지점장은, 강의와 네이버 카페 '리스톡(LEE STOCK)' 운영을 활발히 하면서 투자자에게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증권전문가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과 힘든 순간 역시 고객의 투자성과와 직결된다고 밝혔다.

이 지점장은 “5년, 10년 전, 고객이 되신 분들이 내 말을 듣고 꾸준히 투자해 50%~100% 넘는 수익을 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접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증권 전문가나 증권방송, 신문,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은 단순히 투자에 참고하는 정도로만 해석해야한다”고 답했다.

이 지점장은 “증권 전문가들은 지금이 좋은 장이면 좋다고 하고, 지금이 나쁘면 나중에 좋아진다고 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증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과 주가를 잘 예측하고 전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수년간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주장한 바를 검증해보면 틀린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 일례로 지난 4월 말 많은 증권사에서 5월 증시를 두고 1950P를 박스권 하단으로 보며 1950P~2100P를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지수는 1800P까지 급락했다. 이후 증권사는 급변한 상황을 반영, 6월 증시를 1700~1900P로 내다봤다.

다만 투자의 타이밍을 가려낼 줄 안다면 정보의 효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점장은 “누군가 감이 맛있다고 해서 이른 봄에 따 먹는다면 그 사람은 감이 맛있다고 한 사람을 욕하겠지만, 가을에 따 먹는 사람은 그 사람 말이 맞았다고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감을 가을에 따 먹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좋은 회사, 좋은 주식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그 주식을 사고, 언제 그 주식을 파느냐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지점장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에는 세상 모든 것의 값은 올라가 있다. 주가 역시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당장 현실이 어둡다고 흔들리지 말고 5년 후 10년 후를 그려가길 바란다. 단순하고 우직한 사람이 승리하는 것은 투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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