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충격적 비화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
우리 경제의 충격적 비화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5.22
  • 호수 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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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불평등의 진실”

심화되는 경제적 위기, 원인은 ‘불평등’
노력해도 집을 가질 수 없는 진짜 이유

전 세계 상위 1000명의 재산을 합치면 하위 25억 명의 재산을 합한 수치의 두 배가 된다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가 전 세계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상위 1% 계층이 하위 50% 계층보다 2000배나 부유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2012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경제적 양극화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변명 아래 빈부 격차의 문제를 외면한 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유럽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에 들이닥친 위기와 항구적인 경기 후퇴의 쓰나미가 일순간에 한국 사회를 뒤덮을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접시(99%) 위에 컵 하나(1%)를 놓고 컵이 넘칠 때까지 물(부)을 붓는 것’으로 비유되곤 한다. 결국 흘러넘치게 된 물이 아래 접시까지 적시며 풍요로워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컵의 크기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막대한 돈의 흐름이 부유층의 컵 안에 갇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시로 이어져야 할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부의 성장으로 얻은 과실이 온전히 소수 집단의 수중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국가나 세계 경제의 측면에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부자들은 한 끼 식사로 1000개의 빵을 먹을 수 없음에도 나누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이 같은 부의 편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구조적 인내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서서히 이런 인내의 한계점에 다가서면서 정치ㆍ사회의 영역으로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다. ‘분배와 복지’에 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총선 및 대선의 가장 큰 이슈가 된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부유해지는 세상…왜 우리만 불행한가

모든 경제학자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스튜어트 랜슬리 교수의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이다. 이 책에서 랜슬리 교수는 심각한 부의 불평등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상위 1%가 부를 쌓기 위해 저질렀던 수많은 꼼수들에 대한 사례, 혁신과 경제 회생을 가져오는 데 실패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고발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롭고 근본적인 정책을 제시한다.

그동안 우리는 불평등의 증대가 경제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을 애써 무시해 왔다. 그 결과 노동 계층은 소비력을 빼앗긴 채 점점 더 어려운 현실에 빠져들고, 재벌들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시동을 걸기에 충분한 기록적인 규모의 잉여 자금을 그냥 금고에 쌓아두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교훈은 명백하다. 과도한 경제적 불평등은 각국 경제를 벼랑 너머로 떠밀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경제 회복까지 방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바로 평등 사회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어떤 식으로 불평등이 심화되었는지, 그러한 불평등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경제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하고, 평등 사회 조성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워렌 버핏과 같은 일류 투자자들조차 억만장자에게 유리한 정책과 환경 조성 중단을 촉구하는 이 시점에, 도발적인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아무리 노력해도 수렁에서 헤어나기 힘든 99%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감추는 4가지 해법

이 책에는 1%의 부자들과 경제학자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4가지 해법이 담겨있다.

첫째는 ‘주주 가치 추구’라는 유일한 사업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오로지 수익만 쫓는 ‘잭 웰치식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대중의 이익과 시장의 자유 사이에서 더 적절한 균형을 찾는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단체교섭권이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더 강력한 목소리를 갖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독일 등 몇몇 대륙 국가에서는 이미 노조가 조직적으로 작업장의 의사 결정에 참여했지만 기업 운영에 훨씬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정과 기술 진보에 대한 유연한 반응을 조화시키는 강력한 개입 정책을 취하여 고용 창출, 노동자 참여, 성장 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셋째로는 개인 과세에 대해 훨씬 엄격한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부자 워렌 버핏은 “최상위층의 사람들, 즉 나 같은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넷째는 금융계에 많은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모한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막대한 수익을 쫓는 현재의 그릇된 동기를 차단하고 금융이 원래의 역할로 되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은 원래 역할이 세계 무역과 생산 투자에 필요한 신용과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속으로

"생산 부문이 취약해진 데 반해 세계의 초갑부들은 금융 위기 초기에 잃은 재산을 단기간에 되찾았다. 지난해 초, 그들의 재산은 2008년의 최저점에서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대서양 양쪽의 은행가, 금융가, 기업의 중역은 계속되는 경제 혼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금융 위기가 절정을 이른 2009년 윌스트리트의 평균 보너스는 사상 최고액에 근접했다"

"‘포브스’는 2010년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가 121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07년보다 28% 증가한 기록적인 숫자다. 이들의 재산은 모두 합할 경우 2007년 3조5000억 달러에서 2010년 4조5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1000명이 약간 넘는 개인들이 미국 경제 생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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