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경영권 장악 수단 슈퍼의결권
불합리한 경영권 장악 수단 슈퍼의결권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5.14
  • 호수 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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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주당 10개, 일반주주 1개 의결권 허용 부당
경영통제 강화, 사외이사 도입 등 적절한 대책 필요

미국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창업주에게 1주당 10개에서 많게는 150개의 의결권을 갖는 수퍼의결권 주식을 배당하면서 창업주가 기업의 경영권을 더 확실히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주주입장에서 보면 창업자의 권리만 보장하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 소수에게 지배구조가 집중되면 일반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이 빈번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비난 속에서도 2004년 상장 후 성장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창업주가 초심을 잃지 않고 탐욕스러워지지 않은 데 따른 결과이다. 다른 기업도 모두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을 뿐만 아니라 창업주 이후 2,3세에게 똑같은 혁신 정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미국 대부분의 상장 기업들은 매년 봄에 주주총회를 갖고 주주들은 이사진을 선출한다. 링크드인, 징가, 그리고 그루폰은 작년에 복수의결권 주식을 포함해서 상장했다. 이런 수퍼의결권은 창업주에게 주당 10개의 의결권을 준 반면 일반주주들에겐 1개의 의결권만을 허용했다. 따라서 만약 경영진의 성과가 나쁘더라도 기업사냥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위와 같은 주식배당 방법을 택했던 구글은 또 다른 주식배당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1 대 1로 기존 주주들에게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배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 무의결권 주식이 발행되면 창업주의 경영권이 더 확보된다.

이런 현상이 테크놀로지 산업에서 주로 생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좋든 나쁘든 간에 많은 실리콘 밸리 경영진들은 자신들에게 특별대우가 지속되길 원한다. 따라서 자본금을 제공한 투자자 입장에서 테크놀로지 기업은 따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구글, 징가, 링크드인과 그루폰의 창업자들은 자신의 방법을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들은 틀림없이 IPO 지분을 유지하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모든 창업자들이 위대한 경영자일 수 없다. 폐쇄적인 기업 경영방식은 그들을 지켜줄 수 없다. 느려진 혁신, 매출과 이익의 감소 그리고 급여의 증가와 같은 징후가 발생하면 경쟁자가 빠르게 나타나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마크 주커버그는 지난달 10억불에 달하는 인스타그램의 포토 쉐어링 서비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는 이사회와 상의 없는 결정이었다. 지난해 기업공개를 한 그루폰은 올해 2월 초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후 회계 감사에서 매출과 순손실 등 4분기 실적을 정정해야 했다. 그루폰의 의도적인 실적 수정인지는 모르지만 작년 기업공개 전에 2번이나 회계자료를 수정했던 점은 그루폰의 회계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 소셜 네트워크 첫 분기 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12% 감소했고 지출은 거의 2배 증가했다. 경영진이 지출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조기 경고이다.

기업인수 방어 장치 주커버그는 주식배당 방식으로 페이스북의 완전한 통제권을 갖게 됐고 기업인수 방어 장치로 통제권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불만을 가진 주주가 행동을 취하려면 주주총회가 열려야 하는데 주커버그만 총회를 열 수 있다.

5월 중순에 IPO를 하는 페이스북은 예상 가치가 96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한 해 매출의 25배가 넘고, 2004년 구글 가치의 4배 이상이다. 이런 높은 가격에도 페이스북의 주주들은 그들의 투자를 지킬 강력한 의결권을 가질 수 없을까? 기업 내부 경영 통제는 주주가 경영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경영 통제는 한때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실천하려는 경영자에게 제한을 걸었다. 하지만 과거 10년 간 수많은 학술기관의 연구들은 경영 통제 강화가 기업의 가치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상장하게 되면 주주들의 통제를 받아야 된다. 이는 주주들이 의결권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의결권 없는 주식은 창업주의 오만을 불러일으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사외이사 도입 등 적절한 견제책이 필요하다. 슈퍼의결권이 사라지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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