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발 은행 위기…유로존 ‘촉각’
스페인발 은행 위기…유로존 ‘촉각’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5.14
  • 호수 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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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우려, 감소 될 수 있을까?”

스페인 정부가 최대 저축은행인 방키아에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은행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공적자금 투입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던 정부지만 은행권에 대한 우려감이 스페인 주식시장과 국채시장에 반영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대출 규모는 최근 1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총 대출은 2010년 말 대비 4.4% 감소한 반면 부실대출 규모는 오히려 34.2% 증가하면서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부실대출의 비율이 5.8%에서 8.2%로 급증했다.

부실대출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주택가격 하락과 함께 주택 관련 대출이나 신용상품에서 부실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상업은행보다 저축은행의 모기지 대출 규모가 더욱 커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정도도 저축은행이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저축은행이나 부실은행을 지원하는 정책이 나온다는 것은 반길만하다.

다만 이번 지원 결정은 은행권의 자구적인 노력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정부가 그 동안의 태도마저 바꿔가며 갑작스럽게 내놓은 것이다. 단순히 환영만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기다리던 악재가 현실화됨으로써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더욱 더 큰 불확실성을 생산하는 재료가 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에 공적자금 투입 결정에 이어, 지난 11일에도 은행권의 부실자산 정리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들 해결책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스페인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또 한 번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그 동안 스페인 정부는 자본확충이나 합병 등 은행들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게 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재정적자 목표치 변경에 이어 은행권 구조조정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가 입장을 변경하면서 스페인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한 번의 조치로 해결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 해결방안을 반복해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번 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이다.

두 번째 이유는 스페인 은행권의 문제가 다시 재정 적자라는 소버린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구조조정기금(FROB)의 총자본 능력은 420억 유로이며 이중 이미 사용된 148억 유로를 제외하면 273억 유로의 자금 여력이 남아있다. 방키아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이 70억~140억 유로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키아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문제 은행이 방키아만이 아니고 은행권 지원에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FROB의 자본금 증액이나 채권발행이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부의 재정부담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IMF에서도 저축은행 문제를 스페인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지적했을 만큼 저축은행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다”며 “자력으로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은행을 지원하고, 부실채권을 인수해 처리해 줄 배드뱅크가 생긴다면 장기적으로 스페인 은행권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저축은행 지원 문제가 재정적자의 확대나 대형 은행의 건전성 악화 우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자산 정리대책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낮추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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