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는’ 마케팅 전쟁…“반짝 손님끌기뿐”
‘퍼주는’ 마케팅 전쟁…“반짝 손님끌기뿐”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2.04.23
  • 호수 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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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고객모시기 경쟁 ‘치열’

SNS로 소통 강화·문화체험 감성마케팅 다양

수수료·스마트폰 ‘공짜’…수익부담 우려도

 

개인투자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증권가들의 마케팅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주식거래 이용 형태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에서부터 경품이벤트 등의 물량공세,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까지 갖가지 묘수를 앞 다투어 마련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이 고객유치의 수단으로 가장 골몰하는 것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다. 과거 창구를 통한 매매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HTS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졌듯,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MTS가 더욱 편리한 거래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가 1세대(오프라인), 2세대(HTS)를 이어 3세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무선 단말기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90%로 전년대비 2.91%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이 비중이 9.27%로 전년(3.80%)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스마트폰·태블릿PC 등 개인기기를 활용한 거래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준비해온 증권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의 대표주자인 키움증권은 지난 3일 기준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주식약정 거래대금이 누적 100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 9월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 ‘영웅문S'를 발빠르게 출시한 덕분.

박봉용 키움증권 리테일본부 이사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영웅문 S의 시스템 경쟁력과 개인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인 당사의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모바일 시장에서도 현재 약 30%대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MTS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HTS에서만 가능했던 기능을 MTS에 최대한 구현함으로써, 가장 편리한 ‘손 안의 거래’를 통해 고객기반을 넓히려는 것. 알찬 투자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거나, 개개인의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메뉴를 도입하는 등 증권사마다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고심하고 있다.

이트레이드 증권도 지난 16일 차별화된 MTS기능을 탑재한 ‘씽큐스마트2’를 새롭게 선보였다. 주문조건을 설정하면 알아서 주문을 실행해주는 자동STOP주문, 주문절차를 최소화한 원클릭 주문 등으로 편리성과 속도 면에서 타사를 앞지르겠다는 전략이다.

 

억대이벤트·수수료 1년간 0원

 

증권사마다 스마트폰용 앱을 선보이면서 이목을 끌기위해 통 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신형 스마트폰 단말기 대금을 지원하는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보통 거래금액별로 단말기 지원금에 차등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아예 매매조건 없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무료로 제공하는 증권사도 있다.

장비 지원과 더불어 온라인 매매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상당수의 증권사가 제공하고 있다.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신규고객 유치에 주력하는 것. 삼성증권은 2억원 상당의 경품이벤트와 더불어 신규 모바일 고객에게 올 연말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밖에 가장 흔하면서도 호응이 좋은 경품제공 이벤트도 빈번히 연다. 새로운 상품이나 시스템을 출시한 뒤 이에 가입하거나 ‘월 1회 이상 거래’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다양한 경품 또는 현금을 지원한다. 또 고객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응모만 하면 추첨을 통해 모바일기프티콘, 상품권 등을 주기도 한다. 홈페이지나 증권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방문하게 해 노출횟수를 높이기 위해서다.

SNS기반의 확대는 증권사들이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마케팅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효한 재료가 되고 있다. 증권사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만들어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간단한 참여형 이벤트로 방문자수 확대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야구장에 설치된 자사브랜드 광고를 찍어 트위트에 업로드하는 이벤트를, 현대증권은 새로 만든 캐릭터의 이름을 맞추는 이벤트, 한화증권은 신규 출시한 스마트폰용 앱에 대한 정의를 SNS에 남기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한화증권과 KTB투자증권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오픈하고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아울러 KTB투자증권은 독자적인 SNS 플랫폼을 개발해 상반기 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SNS 기능을 HTS 등에 기술적으로 접목해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총망라한 증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잠재고객 관리에도 정성

 

최근에는 장기적인 마케팅 측면에서 잠재고객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고객이나 내부일원이 될 수 있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다수 개최한다. 증권사 인지도 상승,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한 투자다.

대표적으로 대학생 주식 모의투자대회 개최가 있으며, 대회입상자에게 상금이나 해외여행의 기회, 채용 시 특전제공 등의 혜택을 준다. 또 취업을 앞둔 대학생을 업무의 장으로 초청해 실무전문가들이 강의하고 현장을 돌아보는 행사도 종종 열린다. 이밖에 대학교에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이벤트,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실 개최 등은 증권사의 사회공헌활동인 동시에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체험행사 등으로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감성마케팅도 점차 큰 축으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신영증권은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곁들인 강좌인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함께하는 신영컬처클래스’를 매달 개최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오는 10월까지 컬처아카데미를 열고 분야별 유명 인사를 강사로 초빙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여의도 본사 야외무대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봄맞이 음악회를 열었다.

본사차원의 이벤트는 물론, 각 지점별로도 와인·커피세미나, 미술강좌 등 소규모의 행사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지점 투자설명회에서 한 발 나아가,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명화감상의 시간을 마련한 ‘재테크&문화콘서트’를 개최했다.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도 등장했다.

한화증권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IDEO)와 제휴해 청담동 갤러리아지점에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뒀다. 음악회 등 테마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사전예약을 통해 고객이 이 공간에서 개인적인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메리츠화재와 함께 성남시 분당 수내동에 '메리츠 카페'라는 통합형 지점을 열고 금융 자산 전반에 대한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포츠경기를 활용한 마케팅도 주목을 끈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프로야구 시즌동안 잠실야구장 내에 'KTB투자증권 존(Zone)'을 만들고, 이곳에서 야구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응모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티켓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VVIP 관리의 모든 것, ‘집사형 서비스’

 

한편 개인의 직접투자 증가에 의한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는 VVIP마케팅을 강화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문고객이 줄어드는 지점을 PB센터로 재편하는 추세다. 지점 확대 경쟁 대신 고액자산가 유치에 사활을 걸게 된 것.

이미 강남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지점이 PB센터로 옷을 갈아입었고, 이외에 강북이나 부산 해운대 등이 새로운 부촌으로 부상하면서 ‘슈퍼리치’만을 위한 점포가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해운대에 새로 터를 잡고 인근 고액자산가를 공략하는 중이다.

지점의 차별화 외에 VVIP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프로골퍼를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골프라운딩이나 레슨을 통해 마케팅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달 초에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우승경력의 프로골퍼가 KDB대우증권의 PB마케팅부에 골프컨설턴트(대리)로 입사하기도 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의 ‘트루 프렌드 컨시어지 서비스’와 같이, 법률∙세무 자문 컨설팅을 비롯해 의료∙여행∙문화∙교육 등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집사형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내실없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거액의 경품이벤트, 수수료 무료제공 등이 증권사에 수익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 또 차별화된 서비스가 돋보이는 마케팅이 아닌, ‘공짜 스마트폰 증정이벤트’처럼 증권사마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행사는 일시적인 고객유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개인투자자는 “공짜폰이나 수수료 면제 등 솔깃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이용하는 증권사를 갈아탄다”며 “그 외에는 증권사마케팅 중에서 특별한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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