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천이란 주장은 억지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천이란 주장은 억지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3.05
  • 호수 8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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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붕괴와 그에 따른 공교육시스템의 붕괴가 문제
학교폭력 문제의 근원 원인을 따져 정책을 마련해야

게임이 학교폭력의 근원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게임을 '마약'으로 비유하며 청소년들의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청소년 문제의 어두운 그늘에 게임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도 게임이 문제라며 일어났다. 눈치를 보던 교육과학부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게임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교육과학부는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하루 최대 4시간, 연속 2시간 미만으로 제한하는 ‘쿨링오프제’를 제시했다.

문제는 ‘학교폭력=게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게임업계가 일제히 반발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하 문산연)은 성명을 내고 문화 콘텐츠 산업을 규제하려는 교육과학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게임산업협회는 “학교폭력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을 따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산업을 주요원인으로 인식하는 것은 과연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문산연도 “학교폭력의 원인을 만화, UCC, 게임으로 몰아세우는 선정적인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 이는 대중가요 가사에 담배와 술이 있다고 청소년유해물로 지목하려 했던 여성부의 시대착오적 정책과 같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정부의 일방적 ‘게임 죽이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정부의 게임 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계속 터져 나왔다.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원희룡 새누리당 의원은 “게임은 학생들의 생활일상과 환경의 하나에 불과하며, 학교 폭력의 원인은 공교육의 붕괴와 이웃사회의 돌봄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원인은 가정의 붕괴와 그에 따른 공교육시스템의 붕괴 등에 따라 나온 증상이라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는 부모 세대가 가지고 있는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여가시간에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게임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 아이들이 여가시간에 게임 외에 다른 취미생활을 즐기지 않을 정도로 게임은 청소년들의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등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문화가 활성화된 것은 10여년 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아직 부모 세대들에게 게임에 몰두하는 자녀들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부모정보감시단 김성심 사무국장은 “학부모들이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유독 통제하려는 이유는 게임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게임업체들이나 정부가 게임의 역기능이나 올바른 지도방법을 학부모들에게도 잘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려는 것을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오랜 시간 투자를 해야 하거나 절제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유형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소장은 “게임은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으로 삶의 일부가 된지 오래됐다. 제도적 도입만으로는 게임중독과 학교폭력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게임 이용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46분이다. 과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청소년 게임이용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게임을 과하게 즐기는 청소년들은 전체 청소년의 약 6.5% 정도다. 나머지 93.5%는 과하지 않게 즐기고 있다.

이점 고려해 학부모들은 게임하는 것을 무조건 제지하기 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도록 노력하고, 정부는 강제보다는 예방정책과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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