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때문에 강남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무리수
박원순 시장 때문에 강남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무리수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2.20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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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등의 대외 요인이 더 크게 작용
정권이나 시장에 따른 정책일관성 부재가 문제

서민 주거복지를 강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지 100일 동안 강남권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최근 뉴타운 구조조정과 재건축 소형 의무비율 확대를 추진하고 나서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박 시장이 취임한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8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의 아파트 가격 하락률인 0.34%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 내림세를 주도한 지역은 강남 4구로 강남구 1.75%, 송파구 1.32%, 강동구 1.23%, 서초구 1.01%로 각각 떨어졌다. 박 시장 취임 이후 1% 이상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다.

특히 부동산 로또로 불리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가장 심하게 떨어졌다고 한다. 강남 4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1.59%로 이 중 강남구(-2.29%)의 내림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그나마 종상향으로 용적률이 높아진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덕분에 송파구는 0.63% 떨어져 강남권 재건축 시세 중 유일하게 1% 미만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울시장 교체 이후 가격이 크게 떨어진 아파트 단지들은 대부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들이다.

닥터아파트 조사결과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138㎡(이하 공급면적)가 박 시장 취임 당시 22억5천만원에서 15일 현재 21억원으로 1억5천만원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가 11억2천만원에서 9억8천만원으로 1억4천만원 하락해 뒤를 이었고 반포 주공1단지 105㎡가 1억원, 개포동 시영아파트 56㎡와 62㎡가 각각 9천만원 떨어졌다.

지난해 10월28일 박 시장 취임 이후 아파트를 포함한 서울 집값의 내림세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뚜렷하다.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박 시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주택가격이 0.3% 오른 반면 서울은 0.2% 떨어졌다.

서울시가 1월30일 ‘뉴타운 신정책구상’을 발표한 데 이어 13일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 의무 비율을 강화하고 국민주택 규모의 축소를 건의한다는 내용의 서민 주거대책을 공개함으로써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박 시장 취임 이후 계속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 거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개포주공 아파트는 지난해 8~9월 미국과 유럽의 금융불안 사태로 가격이 거의 바닥을 찍었지만 박 시장 취임 이후 추가로 소폭 하락한 상태다.

가장 타격이 큰 반포 주공 인근의 공인중개사도 “재건축 대상 지역이다보니 서울시 정책의 영향이 크다. 시장이 바뀐 여파도 배제할 수 없고 대외적인 변수가 워낙 좋지 않아 최근 거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조심스런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집값이 전국 평균보다 많이 떨어진 편이긴 하지만 작년 11월 대비 올해 1월의 경기도와 수도권 전체 평균(각각 -0.3%)보다는 하락률이 낮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정책 리스크’보다는 유럽 재정위기 등의 대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닥터아파트 조은상 팀장은 “정권이나 시장에 따라 정책 일관성이 없으니 불안한 상태”라면서도 “뉴타운 등의 난제가 꼭 박 시장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 상황을 살펴보면 뉴타운 신정책구상과 재건축 소형 의무비율 확대 추진이 강남의 집값을 떨어뜨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주택값 폭등이나 폭락이 없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폭등과 폭락이 아닌 소폭 상승과 하락이다. 박원순 시장 때문에 강남집값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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