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동성은 IT를 향한다
외국인 유동성은 IT를 향한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2.02.20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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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ㆍ삼성' 주도하는 IT, 엇갈리는 전망

삼성전자 최고가 경신…애플 고공점프 뒤 ‘제자리’

넘치는 유동성 수혜전망 VS 쏠림주의 ‘비중축소’

 

삼성전자가 또다시 장중 사상최고가를 고쳐 썼다. 17일 코스피 개장 직후 삼성전자는 117만원까지 급등했다. 오전 9시35분 현재 주가는 전날보다 2.64%(3만원) 상승한 116만5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를 하며 5거래일째 매수우위를 점하고 있다.

앞서 코스피 지수 2000선을 되찾은 지난 15일에도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5.09%(5만5000원) 급등한 11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적자가 누적돼온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분사 결정으로 수익개선이 기대되는 한편, 세계 3위의 반도체업체 엘피다의 경영난에 따른 반사이익이 맞물리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일본의 엘피다가 오는 4월 자금 상환기한을 앞두고 정부 및 채권단과의 자금 지원 협상이 결렬돼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에 이날 IT업종은 3.67% 급등했다. 엘피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의 D램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하이닉스의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엘피다 관련 수혜기대감과 더불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의해 전날 신용등급이 상향되자 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5.26%나 뛰었다.

 

애플 주가 상승의 영향은?

 

한편 삼성전자의 거침없는 상승이 지속되면서 주가조정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미국의 IT 대표주인 애플이 최근 사상최고가로 뛰었다가 하락한 것에 비춰 삼성전자의 급락 가능성도 제기됐기 때문.

애플의 주가는 지난 15일 미국 증시에서 사상 최고치인 526.29달러를 기록한 이후, 도로 4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애플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뒤섞여 주가에 반영됐다고 풀이하고 있다.

애플 주가의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600달러 돌파를 낙관하고 있다.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업계의 성장성에 비춰볼 때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이는 업종 전반의 강세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낙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사태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애플 주가는 꾸준하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술주의 상대적 강세 흐름도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증시에도 관련 종목들의 주가 흐름 지지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가급등에 따른 하락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애플은 올 들어 30%에 달하는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 여기에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중국 상표권 분쟁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더 이상의 상승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애플주가의 상승랠리를 지켜보는 시각이 제각각이듯, 국내 IT업종에 대한 전망도 나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매수’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적정주가를 역대 최고인 150만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 순매수 증가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연 초 이후 9조원이 넘게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비롯한 IT업종에 몰렸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딛고 업황턴어라운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외국인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이 1조1233억원에 달하면서,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은 1월 초 50.00%에서 17일 현재 51.00%로 늘었다. 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수가 그 다음으로 많았으며, 비중은 22.96%에서 28.32%로 대폭 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3~4조원 정도를 더 국내 주식시장에 쓸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여느 때보다 풍부한 상황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이머징 마켓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동성 유입이 장기투자의 성격은 아니라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순매수 가운데 프로그램 연계 물량이 85%에 달해 대부분 헤지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등 단기적인 차액실현에 목적이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언제든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

박진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2월 말 2차 LTRO가 예정되어 있고 자금 규모가 최대 6000억~1조 유로까지 전망되어 향후 한국시장의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타 업종대비 수혜 가장 클 것”

 

한편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같은 대형주 외에도 IT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은 유효할 전망이다.

임돌이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삼성전자, 삼성전기, 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낮아진 시장 예상치도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시장에서 이슈화되지 않고 무난히 넘어갔다”며 “올 1분기 실적은 부품업체나 완제품 업체 모두 비수기에 접어드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IT업종은 턴어라운드의 선발주자”라며 “2000선 전후에서 여타 업종 대비 수혜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지난 17일 2000선을 반납한 것과 관련해 지수가 조정을 받을 경우 IT 등 경기민감주의 비중확대를 권하는 의견도 나왔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으로 조정 폭이 확대될 경우 IT, 화학, 에너지, 기계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반도체, 전기전자와 함께 IT삼형제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LCD 업황이 바닥권을 지나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로 인하여 본격적인 OLED 시장 성장이 기대되어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전망된다”며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업종 내 최선호주로는 LG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놨다. 지목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주력사업인 이차전지는 2012년에도 스마트폰 및 태블릿용 고부가 리튬폴리머 수요증가로 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반도체 D램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관련 주가의 호재가 되고 있다. 2월 1H 고정거래 DDR3 2Gb 가격은 전기보다 6.82% 상승한 0.94로 2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에 대해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발 디램 업체들의 웨이퍼 감산 효과로 수요와 공급 밸런스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으로 디램 고정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본 엘피다의 변화에 따라 디램 가격 변동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IT업종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 주가 반등 폭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진 IT·조선·해운 업종의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제외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월 포트폴리오 구성 시 IT업종은 기대수익률이 낮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비중축소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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