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선생노릇만 제대로 하면 교육은 바로 선다"
"선생이 선생노릇만 제대로 하면 교육은 바로 선다"
  • 한재갑 대기자
  • 승인 2012.0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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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엄정면에는 목계강(남한강)이 흐르고 있다. 그곳에 가면 목계리가 있고 ‘목계나루’가 있다. 예전에 목계나루터는 중부지방의 각종 산물의 집산지로 남한강안(南漢江岸)의 수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창했다.

신경림 선생은 목계나루를 중심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민중들의 삶과 생명력을 노래한 ‘목계장터’라는 시를 남겼다. 1975년에 ‘목계장터’를 쓴 시인은 당시의 암울했던 정치상황을 목계나루터의 풍광에 투사했다고 밝혔다.

몇 년 전에는 목계나루터 근처에 있는 ‘야동초등학교’가 곤욕을 겪었다. 학교 이름이 야한 동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야동’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동은 대장간 야(冶)에, 고을 동(洞)자를 쓴 대장간이 있는 마을을 뜻하니 야동초등학교가 자연스러운 이름이 아닌가.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존폐와 생사의 갈림이 많아진다. 지금 목계나루터도 시대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옛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야동초등학교는 명칭 변경을 논의했지만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목계나루의 변천이 시대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야동초등학교의 명칭 논란도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목계장터’를 새긴 ‘신경림 시비’ 앞에 서 있다가 직업병인지 문득 교육 현실이 생각났다. 소백산맥의 깊은 곳으로부터 시작된 물줄기도 넓은 바다를 향해 깊고 힘차게 내달리는데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는 걸까?”

교육의 갈 길은 분명한데 현실은 난장(亂場)에 빠져 허우적대니 가슴이 답답하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툭하면 싸움질이고 교총과 전교조, 학부모단체나 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없고 피아(彼我) 구분만이 판을 치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 문제가 그렇고 학생인권조례, 학교폭력을 둘러싼 문제 등도 난장을 키우고 있지 않은가.

이뿐인가. 학교폭력 해결에서도 ‘교육’은 위축되고 ‘검경(檢警)’의 역할만 커지고 있다. 선생과 학교에 대한 고소·고발은 늘어나고 선생과 학교가 경찰에 이끌려 조사를 받고 있다. 사태가 이러니 전국적으로 선생이 담임과 생활지도마저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 않은가.

학생, 학부모, 선생, 학교, 교육당국, 심지어 경찰과 검찰까지 서로 뒤엉켜있다. 학부모와 선생이 대립하고 학교는 교과부와 교육청의 싸움질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이 학교에 개입할 정도로 학교폭력이 심각하고 왕따와 학업스트레스 인한 학생 자살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교과부 장관이나 교육감, 그 누구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우리 교육에 희망은 있다. 아직 교단에는 학위인사, 행위세범((學爲人師, 行爲世範, 배워서 남의 선생이 되고, 배운 바를 실천하여 세상의 모범이 되는 사람)을 실천하는 선생이 적지 않다.

교육에서 가장 핵심은 선생이다. 선생이 선생 노릇만 제대로 해도 교육은 바로 선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선생 노릇을 잘할 수 있도록 사회가 존중하고 대접을 해줘야 한다. 사람을 기르는 선생에게 돈을 많이 주고 어설프게 평가하며 쥐어짠다고 좋은 선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 나라 교육을 이끌어 온 것은 위정자나 교과부 장관, 교육감이 아니었다. 그들은 생색만 내다 정권과 임기가 바뀌면 그것으로 끝일뿐 정작 ‘교육’을 지키고 끌어온 것은 선생이고 학부모였다.

그동안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면 결국 선생이 떠안았다. 선생들도 경험을 통해 교육이 잘못되면 정치가나 장관, 교육감보다는 자신들에게 책임이 돌아온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땅의 선생들이 소명의식으로 학생 교육에 더욱 분발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선생의 역할이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고소·고발과 경찰 개입이 부담스럽다고 담임과 생활지도 맡는 것을 피해서야 선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선생이 선생이기를 포기하면 학생의 미래도 이 나라의 희망도 없다. 선생이 바로 서면 교육도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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