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株, 먹구름 사이로 ‘쨍쨍’
태양광 株, 먹구름 사이로 ‘쨍쨍’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2.02.13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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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태양광 부활의 신호탄?

외국인, ‘어닝쇼크’에도 집중매수…고점 회복
1분기 실적개선 전망 VS “기대감 반영돼있어”

태양광 산업이 침체 일로를 벗어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적악화에 가려졌던 성장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대장주 OCI를 중심으로 관련주들이 일제히 상승하는 등 업황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나는 가운데 아직은 성장모멘텀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지난 9일 태양광 관련주는 2개 업체만을 제외하고 14종목이 상승하며 전일 대비 4.14%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스에너지가 북미업체와의 계약체결 소식에 전날보다 9.32% 상승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에스에너지는 연간 70MW 이상의 태양광모듈을 ODM(제조자 개발생산)방식으로 공급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업종 대표주인 OCI가 그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날 OCI는 반등에 성공한 전날보다 8.44% 급등한 30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0만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상승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이날 28만주가 넘는 매수세가 유입되며 OCI는 외국인 매수 5위를 기록했다. OCI의 외국인 주식 취득비율은 21.9%에 달하고 있다.

OCI가 시장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7일 OCI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8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4.9%, 전년 동기 대비 66.4%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62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3.7%, 전년 동기 대비 69.8% 줄어든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OCI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난 4분기 적자로 돌아섰고, 태양광 관련주 전체로는 지난 한해 동안 33.68%의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태양광 관련주의 반등은 지난해 침체원인으로 작용했던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따라, 올 1분기부터 업황이 회복세에 들어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에서 비롯됐다. 또 태양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의 상승 움직임이 예상돼 영업이익의 흑자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급과잉현상은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생산규모를 대폭 늘려 저가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시작됐다. 이어 유로존 재정위기를 맞은 유럽 국가들이 긴축정책을 펼치며 태양광 발전 지원제도를 축소한 탓에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아울러 폴리실리콘 가격하락이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30달러 아래로 급락하며 부진한 실적을 부추겼다. OCI는 지난 3분기까지 폴리실리콘 재고가 전년도(875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약 1400억원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일 기준 폴리실리콘 Spot 가격은 전주대비 $0.5(1.6%) 상승한 KG당 $31.75로,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6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4분기에 이미 바닥을 형성해 현재 가격은 그보다 높아져 있다. 또한 공정개선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요증가에 힘을 실어주는 소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오는 3월2일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해 반보조금 세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 독일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지급 총량 제한과 보조금 추가 삭감 조치 시기가 미뤄진 점도 태양광산업의 회복을 도울 호재로 여겨진다.

수요예측에 있어서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수요증가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OCI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오는 7월 1일부터 도입되는 발전차액제도(Feed-in Tariff)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가 차원의 발전차액제도가 도입됐을 뿐만 아니라 매 분기마다 프로젝트 발표와 시행이 실시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또한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국가인 인도의 경우에도 신재생에너지의 수요가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다만 유럽시장은 불확실성이 산재해있는 만큼 2분기가 지나야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반기를 들며 태양광 발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신재생에너지의 연간공급량을 3년 안에 10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그 일환으로 태양광 발전의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 서울의 모든 집과 지붕이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언급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웅진, 알짜팔고 태양광 집중

한편 태양광 산업에 대한 상반된 전망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들의 태도도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신성장 미래 에너지 사업의 비중을 늘렸던 삼성ㆍLGㆍ현대중공업ㆍKCC 등 대기업들이 업황부진으로 곤혹을 치른 태양광 사업의 철수 혹은 축소를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분기 태양광 모듈 재고자산평가손실이 450억원, 단가하락에 따른 영업적자 550억원 등 태양광 부문에서 1000억 수준의 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모듈가격 하락은 안정화 추세이나 여전히 1800억원의 재고를 떠안은 상황이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태양광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웅진과 한화 등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주력하기로 했다. 웅진그룹은 지난 6일 시가총액 3조1000억원에 달하는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주된 이유로 재무구조개선과 태양광사업의 투자재원 확보를 꼽았다. 지난해 태양광 사업으로 회사가 위태로워졌음에도 이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며 공격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다.

웅진그룹은 웅진폴리실리콘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으로 웅진에너지를 통해 웨이퍼를 만들어 셀과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효율이 극대화된 반면 사업이 어려울 때는 그 파장이 커지는 구조다. 지난해 웅진에너지가 현대중공업, 미국 유니테크솔라, 제스솔라 등과 맺은 공급계약이 연달아 무산되는 등 태양광 사업이 순탄치 않아 웅진그룹에 타격이 적지 않았다.

업황, 경계와 기대 사이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올 들어 OCI를 필두로 태양광 산업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빠르게 제기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부터 개선될 전망이다. 원용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현재 글로벌 태양광 업황이 회복되고 있고 OCI 실적 역시 올 1분기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OCI에 적용되었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빠르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지난 4분기 어닝쇼크에도 태양광 관련주가가 한 달 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며 업체들의 본격적인 실적회복은 2~3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멀리 내다보면 태양광 업황 개선과 긍정적 실적모멘텀이 존재하겠으나 당분간은 상승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OCI에 대해 “주가상승 전망에 동의하지만 상반기 태양광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현 주가에) 분명히 반영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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