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 달러의 그늘 ‘서민들은 고달프다’
무역 1조 달러의 그늘 ‘서민들은 고달프다’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1.02
  • 호수 8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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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내수(內需)를 함께 끌어가지 못한 것이 원인
정부의 고환율 정책 수정과 고용창출이 급선무(急先務)

우리나라는 지난 5일 수출 5150억달러, 수입 4850억달러로 무역 1조달러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달성한 위대한 업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실업이 급증하며,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열악해지고 내년도 경제성장은 올해보다 더 어두울 전망이다.

수출혜택이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수출이 잘되면 생산량이 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용도 창출된다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됐다. 국민들은 1조 달러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70, 8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이 수출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과 소비가 증가해 성장이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유지됐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부담으로 공장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우리 국민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여기서 도태된 인력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수출이 성장에 미치는 기여도는 60%가 넘는다. GDP의 무역의존도는 110.9%로 미국(31.3%) 일본(31.8%) 독일(95.3%)보다 높은 세계 1위다. 과도한 수출 의존도는 우리경제 구조를 대외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고, 내수·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낙수효과가 감소됐다.

대기업은 고환율, 저금리, 감세 등 유리한 정책이 추진되면서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전체 기업의 99%를 넘는 중소기업들의 회복세는 미미하고, 일반 국민들도 경제회복을 체감하기 힘들다.

우선 낙수효과가 발생하려면 수출증가가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나타내는 생산유발 효과는 10년전 보다 떨어졌다. 1995년 2.017이던 수출 생산유발계수는 2009년 1.937로 감소했다.

수출이 일자리 창출 등 내수(內需)를 함께 끌어가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2000~2008년 수출액은 2.5배 늘었으나 내수시장은 1.9배 성장에 머물렀고, 취업은 1.2배, 고용인원은 1.3배에 그쳤다. 결국 수출은 늘었는데 국내 시장에서 고용과 투자로 연결이 안됐다.

수출이 고용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수출이 10억원 늘었을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9.4명(2008년 기준)으로, 2000년 15.3명에 견줘 40%넘게 줄었다.

이처럼 수출이 생산과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는 선순환도 깨지면서 현 정부가 목놓아 기다리던 낙수효과는 없이 수출의존도만 높였다는 지적이다.

수출을 하면서도 수송과 포장 등 여러 가지 연관산업에서 고용을 창출 할 수 있는데, 대기업들이 자기 계열사로 이들 산업을 장악하면서, 중소기업으로 돌아갈 길이 별로 없다.

수출에서 낙수효과로 없어진 상황을 수출 무용론으로 가기보다는 아직까지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과 내수에 대한 고용창출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환율정책이 변해야 한다. 과거의 수출확대 정책에서 일자리 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정책에 의해 수출중심국가로 구조화된 것은 자원이 부족한 환경 때문이다. 한 마디로 무역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국책사업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수출중심의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고환율정책’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쥐어짜는 물가상승을 유발했고, 투자촉진을 통한 세수증대를 목표로 했던 ‘법인세 감면’은 국가재정만 악화시켰을 뿐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양극화는 수많은 서민들을 신용불량자를 양산했고, 소득재분배 정책에 대한 무관심은 내수기반 잠식을 야기했다. 중소기업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당하고 있고, 수출 1조 달러 성장의 열매는 서비스업도 독식하는 대기업 주머니로 고스란이 되돌아가고 있다.

올해는 서민경제 활성화 신호탄을 고용확대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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