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쾌한 풍경, 일망무제 펼쳐지는 “하동 금오산”
장쾌한 풍경, 일망무제 펼쳐지는 “하동 금오산”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2.0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섬진강 물길 따라 매화꽃 흐드러진 3월도 아니고 벚나무 와글와글 하얗게 꽃터널을 이룬 4월도 아닌데 굳이 이 황량한 계절에 하동까지 먼 길을 나서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남해바다 조망 때문이다. 장쾌한 풍경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하동 금오산에서의 새해맞이 여행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일출명소 어느 곳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다. 게다가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 아닌 까닭에 교통체증이나 북적이는 인파와 맞닥뜨릴 염려도 없다. 때문에 호젓한 새해맞이 여행이 가능하다.

금오산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던 곳이라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다. 때문에 현재 군 시설이 이전하고 통제도 없어진 상태지만, 여전히 일부 등산 애호가와 지역민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아는 이가 드물다.

금오산 정상은 해발 849m다. 북한산 백운대가 836.5m,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이 739.5m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산이 아니건만, 주변에 1000m 넘는 봉우리가 줄줄이 첩첩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는다.

금오산 정상에서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다

금오산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동군 청소년수련원을 들머리로 왕복 4시간가량이 걸리는 등산로를 이용하거나 정상까지 차량으로 바로 오르는 것이다.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금오산 일출여행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단, 군 작전차량과 승용차 외에 대형 차량은 진입할 수 없으니 알아 두자. 금오산이 있는 금남면과 진교면은 하동군에서도 가장 남쪽에 속한다. 쌍계사가 있는 화개면이나 최참판댁이 위치한 악양면까지의 거리보다 오히려 남해군과 더 가깝다. 따라서 자가운전을 한다면 하동 IC보다 진교 IC로 나오는 것이 편하다. 남해고속도로 진교 IC를 나와 남해 방면으로 2km 남짓 진행하면 ‘금오산’ 표지판을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금오산 정상까지는 약 9km 거리다. 전 구간이 매끈하게 포장되어 있으나 도로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금오산 정상은 송신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바로 아래 헬기장 옆에 정상석을 세웠다. 정상석엔 두 가지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금오산과 소오산이다. 옛날에는 곡식을 쌓아둔 노적가리처럼 생겼다 해서 ‘소오산’이라 불렀다 한다. 헬기장 아래 차를 세우고 전망 데크로 간다. ‘해맞이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널찍하게 만들어둔 전망 데크에는 일출 촬영을 나온 출사객 서넛이 추위 속에 서성이고, 지난밤 비박의 흔적인 듯 일인용 텐트도 몇 동 보인다.

일곱 시 무렵이 되자 새벽 여명이 어슴푸레 밝아오기 시작한다. 남쪽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검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몸을 뒤척이며 깨어나고, 이윽고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밝은 기운이 빠른 속도로 하늘과 바다를 가득 채운다. 바람이 어찌나 찬지 장갑과 목도리, 모자로 중무장을 했어도 춥고 떨리는 몸을 추스르기 힘들다. 여덟 시가 넘어 온전히 형체를 드러낸 섬과 바다와 하늘은 일출이 아니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매혹적이다. 방아섬, 굴섬, 솔섬 등 수많은 섬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올망졸망 정답고, 멀리 사천대교와 창선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남해대교는 연이어 누운 세 개의 봉우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헬기장에서는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도 볼 수 있다.

바로 내려가기 아쉽다면, 전망 데크 아래쪽으로 난 너덜지대를 지나 15~20분 거리에 있는 봉수대(경상남도 기념물 제122호)와 마애불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고려 헌종 3년(1149)에 설치되었다는 봉수대에서는 해맞이공원의 그것 못지않게 수려한 전망을 바라볼 수 있다. 마애불은 바위굴 암벽에 새겨진 불상이다. 불상 옆에 9층 석탑이 함께 조각되어 있다.

‘하동포구 팔십리’ 섬진강 물줄기 남해와 만나는 곳

전망을 보고 난 후에는 백련리 도요지 사기마을, 하동포구공원, 하동송림, 평사리, 화개장터 순으로 동선을 잡으면 좋다. 19번 국도를 따라가는 이 길은 섬진강 물줄기를 남해 쪽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이자 ‘하동포구 팔십리길’을 따라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백련리 도요지 사기마을은 금오산에서 15분 거리다. 대접, 접시, 사발, 항아리 등 주로 생활용 그릇들을 굽던 이곳은 일본 국보의 하나인 ‘정호다완(井戶茶碗)’의 전래지로 추정되는 우리 전통 찻사발의 본고장이다. 현재 하동요의 정웅기 선생, 새미골도요의 장금정 선생 등이 도요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리 예약하면 도예 체험도 가능하다. 예부터 연꽃이 많아 백련리라 불리는데, 지금은 철이 아니라 아쉽게도 연꽃은 볼 수가 없다. 영화 <취화선>에서 화가 장승업이 활활 타오르는 가마 속으로 들어가던 장면을 촬영한 곳이라는 안내판이 있으나, 촬영지가 잘 보존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하동은 전라북도 진안에서 발원한 섬진강 물길이 남해로 흘러들기 직전, 그 마지막 물줄기가 닿는 땅이다. 섬진강 물이 남해와 만나는 곳부터 화개에 이르는 뱃길을 ‘하동포구 팔십리’라 부르는데, 옛날엔 이 길을 따라 어선과 상선이 드나들면서 포구가 발달하고, 사람과 물자가 활발하게 왕래했었다. 이제 옛 흔적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래도 7~8월이면 커다란 거랭이를 매단 재첩잡이 배와 함지박과 사람들이 섬진강 위를 빼곡히 채우는 하동만의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하동포구공원, 송림공원, 평사리공원 등 강변의 공원들도 쓸쓸한 마음을 달래 준다. 조선 영조 21년(1745)에 방풍과 방사를 막기 위해 조성한 하동송림은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드넓은 모래사장이 함께 어우러져 특히 여름철 유원지로 사랑 받는다. 송림 위쪽에는 하동과 전남 광양을 잇는 섬진교가, 아래쪽에는 경전선 열차가 지나는 철교가 놓여 있다. 송림을 지나 악양면에 들어서면 대하소설 <토지> 속 최참판댁과 평사리문학관, 전통한옥체험관에 들러 보자. 1박2일 여정이라면 전통한옥체험관에 하룻밤 묵는 것도 좋겠다.

하동을 대표하는 재첩과 참게로 만든 음식과 더불어 쌍계사 아래의 사찰음식도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하동별미이다.

<당일 여행코스>

금오산→백련리 도요지(사기아름마을)→하동포구공원→하동송림→최참판댁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 금오산→백련리 도요지(사기아름마을)→하동포구공원→하동송림→최참판댁→전통한옥체험관(숙박)

둘째날 : 고소산성→화개장터→쌍계사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