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대회 8관왕, 알고 보니 '시세 조종'
주식투자대회 8관왕, 알고 보니 '시세 조종'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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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주가조작세력 검찰에 고발

증권시장에서 초단타매매를 통한 차익실현 등 불공정거래를 일삼은 세력이 무더기 적발됐다. 무려 7001회에 달하는 허위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일반투자자 A 씨는 알고 보니 증권사가 주최하는 실전투자대회에서 8관왕을 차지한 인물이었다. 모 회사의 최대주주는 거짓 감사보고서를 만들어 주식거래제한을 풀고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또 회계분식이 드러나 회사가 상장폐지위기에 몰리자 차명계좌를 통해 미리 주식을 내다버려 3억원 손실을 회피한 대표이사도 있었다.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리는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6일 열린 제19차 정례회의에서 27개 종목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A 씨를 비롯해 관련자 1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증선위에 따르면 시세차익에다가 실전투자대회 상금까지 노리고 대회에 참가한 A 씨는 우선 대회 참여계좌를 통해 특정 종목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이어 재빨리 다른 계좌들로 이 종목에 대량의 허위매수 주문을 냈다. 매도와 매수주문을 동시에 내는 가장매매주문을 반복적으로 제출해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꾸몄다. 투자자들의 주문이 많지 않을 때는 고가의 매수주문을 내기도 했다. 매수 잔량 증가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을 유인해 불법적인 주가상승을 꾀한 것이다.

A 씨는 매도목표가격을 정해두고 해당 종목이 그 이상 오르면 대회 참가계좌로 선매수한 것을 팔아치웠다. 이렇게 시세차익을 내고는 바로 허위 매수주문은 취소했다. 이 과정은 종목당 평균 10분 내외에 이루어졌으며 무려 7001회나 이러한 방법을 반복했다. 총 22개 종목의 주식에 대해 매일 여러 종목을 옮겨가며 이른바 ‘초단기 메뚜기형’ 시세조종을 일삼은 것이다.

허위 매수세가 사라진 주가는 추락했다. 그 손해는 모두 다량허위매매에 속은 ‘개미’들에게 돌아갔고 A 씨는 2억1900만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올린 높은 수익률 덕택에 실전투자대회 상금까지 가져갔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열린 5개 증권회사의 8개 실전투자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총 1억7500만원을 더 챙길 수 있었다.

 

“증권사, 투자대회 불공정거래 차단방안 마련해야”

 

한편 주식거래가 정지된 S사 주식의 최대주주가 허위로 기재한 사업보고서를 공시해 주식매매거래가 재개되게 하고 그 틈을 타 보유주식을 매도한 부정거래도 드러났다.

전(前) 경영진의 횡령·배임에 따른 완전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지난 2009년 3월 외부감사인은 S사에 대해 감사의견거절의 감사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라 S사 주식매매가 정지되자 최대주주인 B 씨와 전 대표이사인 C 씨는 공모해 3일 뒤 사채업자로부터 220억원을 조달했다. 전 경영진이 횡령한 자금 중 일부를 회수한 것처럼 속여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적정의견으로 재발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B 씨와 C 씨는 사업보고서를 허위기재해 공시했다. 이에 따라 주식매매거래가 재개되자 C씨는 보유주식을 376만주를 팔아치워 22억4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러한 부정거래행위과정에서 B 씨는 대량보유 및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 S사와 C 씨는 상장법인 등의 신고·공시의무 위반으로 검찰 고발조치가 내려졌다.

 

사채업자 돈 빌려 회사정상화 ‘가장‘

 

한편 전 증권사 지점장이 포함된 시세조종전력자들이 부당이득을 얻기 위해 상장기업 K사 주식에 대해 작전을 편 사건도 있었다.

증권사 지점장 출신인 D 씨는 시세조종전력자인 E 씨 F 씨와 짜고 K사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2009년 11월부터 3개월간 다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시세를 조종했다. 일반투자자 4명을 더 끌어들여 총 1092회에 걸친 고가매수주문과 허위매수주문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한편 K사의 이사 등은 회사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노렸다. K사 이사는 40억원의 당기순손실 발생이라는 중요정보를 지난해 3월 알고서는, 이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본인의 차명계좌를 통해 보유주식을 매도했다. 결과적으로 약 1억4천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증선위는 이들 넷 역시 검찰에 고발조치 했다.

 

전 증권사 지점장, 시세조종 주도해

 

또 다른 사례는 우호주주 확보를 부탁받은 시세조종 전력자가 회사의 담보주식을 빼돌려 시세를 조종한 것이다.

P사의 실질적 최대주주 G사로부터 우호주주를 확보해줄 것을 부탁받은 시세조종 전력자 H 씨는 다른 한편으로, 우호주주 유치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I 씨, J 씨와 주가상승을 조건으로 수익분배약정을 맺었다. 이들은 적대적M&A를 추진했던 잔여세력으로, P사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우호주주유치에 진척이 없어 수익을 얻지 못하자 H 씨는 다른 4명과 짜고 P사로부터 47만주를 편취해 이를 담보로 시세조종을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H 씨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시세를 조종하는 방법으로 P사 주가를 올렸다. 4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H 씨를 비롯한 관련자 4명에게 고발조치가 내려졌다.

 

“단기간 급등주 경계해야”

 

회사의 미공개정보 이용금지 위반건수는 더 있다.

회계분식을 지시한 L사 대표이사는 외부감사 과정에서 회계분식이 적발돼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지자 자신의 차명계좌 및 지인의 계좌 등을 통해 L사 주식 4만1천주를 매도했다. L사 대표이사는 2억8천여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역시 검찰에 고발됐다.

증선위는 "증권사가 실전투자대회를 열 때 참여자의 불공정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투자자들도 특별한 이유 없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허수주문이 빈번한 종목은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횡령이 발생했던 기업은 투자위험이 높으므로 사업보고서 및 외부감사보고서 등 제반 공시내용을 주의 깊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당국은 향후 이러한 초단기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위법행위 발견 시 고발 등의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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