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율 좋은 상품만 골라 폭리 취하고 있는 유통업체들
판매율 좋은 상품만 골라 폭리 취하고 있는 유통업체들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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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6배 차이나는 까닭

목욕용품 1만원 이상 차이나는 제품도… 인기제품 즉석밥은 3배
정부 집중관리품목도 다수 정부 관리 구멍 발견 비난 이어져

도둑가게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350원짜리 물 한 병이 850원에 판매했다. 이곳은 일반 슈퍼보다 많은 체인형 가게다. 소비자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 상술을 부린 곳은 바로 편의점이다.

생필품. 일상생활에 반드시 있어야 할 물품이다. 생필품의 가격 상승은 곧 물가 상승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집중관리 대상이다.
 

최근 생필품이 판매점에 따라 가격차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개 6배 차이를 보일 정도로 폭리를 취하는 유통업체도 적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8월 생필품 가격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과 마트, 전통시장, 동네점포(슈퍼) 등 165개 판매점의 생필품 101개 품목 중 최저가격과 최고가격 차이가 2배이상 벌어진 품목이 무려 43개였다.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차가 크게 벌이진 품목은 ‘즉석덮밥’, ‘즉석밥’, ‘아이스크림’, ‘버터’, ‘참치캔’, ‘된장’, ‘소금’, ‘식용유’, ‘생수’, ‘생리대’로 나타났다. 이 제품은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이다. 편의점은 소비자들이 손쉽게 찾고 있는 제품을 분석해 그 점을 이용해 대형마트보다 비싸게 팔고 있는 셈이다.

6배 이상 폭리 취하는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생수 ‘농심 삼다수’500㎖는 350원이지만 GS25와 훼미리마트는 850원에 판매했다. 무려 500원 차이다.
가격 차이가 가장 큰 제품은 목욕용품 ‘해피바스 에센스 로맨틱 바디워시’로 나타났다. 평균가격은 8019원으로 최저 가격은 2000원, 최고가격은 1만2700원으로 6.3배 차이를 보였다. 같은 제품인데 1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두 번째로 비싼 제품은 ‘꽃소금’으로 최저가격이 500원이었지만 최고가경은 2000원으로 4배 이상 차이를 드러냈다. 이밖에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 제품은 ‘페리오A 묶음’(최저 2000원, 최고 6900원), ‘두보레 장미비누’(최저 1700원, 최고 5300원), ‘소와나무 모닝버터 무염’(최저1090원, 최고 3970원), ‘백설정백당’(최저 1600원, 최고 5550원), ‘태양초 골드고추장’(최저 2920원, 최고 1만600원), ‘에너자이저AA 2입’(최저 1000원, 최고3180원)이었다.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발생한 제품은 주로 세탁·주방·가사용품, 이·미용품, 과자·빙과류에 집중됐다. 아이스크림은 ‘부라보콘’, ‘월드콘’, ‘국화빵’, ‘참붕어 싸만코’, ‘메로나’, 감자칩은 ‘포카칩 오리지날’, 초코파이는 ‘가나파이 오리지날 12개입’이 2배가량 비쌌다.
 

즉석 덮밥은 ‘3분 쇠고기 짜장’, 즉석밥은 ‘맛있는 오뚜기밥’, 섬유탈취제는 ‘샤프란 상쾌한 숲속의 향’, 세탁 세제는 ‘테크’, ‘파워크린’, ‘퍼펙트’, 주방 세제는 ‘향균 트리오’, ‘CJ 참그린’, 일반린스는 ‘도브 탄력볼륨테라피 린스’, 생리대는 ‘위스퍼그린 중형날개’ 등이 가격차가 두 배 이상이었다.
 

치약은 ‘메디안크리닉치약(묶음)’, ‘페리오A’, 식용유는 ‘오뚜기 식용유(콩 100%)’, 과일주스는 ‘델몬트 스카시 플러스100’, 생수는 ‘삼다수(500㎖)’, ‘아이시스’, ‘워터라인’, 캔커피는 ‘맥심 티오피’ 등이 포함됐다.

정부 생필품 집중관리 부실 드러나

이번에 드러나 편의점 폭리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집중 관리하겠다”고 외쳤던 ‘생필품 관리’에 구멍을 드러낸 셈이다. 그동안 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관리를 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가장 가까이 있었던 편의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에 폭리를 취한 제품 가운데 ‘샴푸’와 ‘생리대’, ‘설탕’은 정부가 집중관리 대상으로 꼽은 품목이다. 편의점은 샴푸는 2~6배 차이, 설탕 4배, 생리대는 2배 이상 폭리를 취해왔다. 결과적으로 GS25, 훼미리마트가 국내 물가를 부추겨 왔던 셈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소비자보호원 등에는 이와 관련한 소비자의 민원은 끊이질 않았다.
 

2005년에도 편의점들이 물값을 시중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팔면서 비난을 받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편의점이 이렇게 비싸게 판매하는 이유는 복합적인 유통 구조 때문. 편의점은 유통단계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에서 직접 물건을 공수 받지만 편의점은 본사 물류센터를 통해 전국에 배달된다. 편의점들은 이런 중간마진에 물류비가 추가 되는 구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해왔다.
 

특히 정부가 최근 폐지한 ‘오픈 프라이스제’ 실효성이 제일 미치지 못한 곳도 편의점이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6월30일 발표한 ‘오픈프라이스제 성과와 문제점’에 따르면 편의점은 대형마트와 골목상점보다 최고 3배 가까이 높은 가격을 받아왔다. 지식경제부는 “판매점 가격표시율도 낮고 소비자 가격파악이 힘들어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편의점을 물건에 가격표시를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오픈프라이스제’ 폐지의  주범인 셈이다.
 

소비자들도 그동안 편의점이 일반 가격보다 0.5~1.5배 수준으로 생각해왔다.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문선희(36 여)씨는 “편의점이 최고 6배 가량 폭리를 취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랬다”며 “비싸게 팔고 있다는 생각만 했지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제조업체들도 편의점 가격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은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편의점이 받는 물량이라면 가격 마진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두 단계 유통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질만 하다”고 전했다.
 

정부도 이번 생필품 폭리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물가잡기를 나선다며 “유통구조 개선 구조조정이 있으면 가격 인하요인이 충분하다”며 업계를 강하게 압박했다. 문제는 업계 중 최대 유통망을 가진 편의점을 제외했다. 오히려 편의점에 일반의약품 판매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해줘 수익만 늘려준 꼴이다.
 

한 시민은 “정부가 얼마나 탁상행정을 해왔는지 이번 편의점 폭리를 보고 알았다”며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곳을 파악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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