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녹십자생명 인수설…현금흐름 확보 노려
현대차, 녹십자생명 인수설…현금흐름 확보 노려
  • 허정철 기자
  • 승인 2011.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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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금융그룹, 보험사 ‘눈독’

성장 한계 녹십자생명, 매각 가능성 커져

금융그룹들 “포트폴리오 균형 맞추려” 적극적

 

대기업들이 보험업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보험사 인수·합병(M&A)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은행 부문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은행계 금융그룹도 보험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자산의 80%가량이 은행 자산이라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연금보험을 비롯해 생보사가 취급하는 저축성 상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리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녹십자생명 인수는 여전히 ‘진행형’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녹십자생명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현대차와 녹십자생명의 모회사인 녹십자홀딩스 간의 인수 협상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쪽 모두 지분을 사고 팔 생각은 있지만 매각 지분과 가격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녹십자생명은 녹십자홀딩스가 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1%는 우리사주가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생명의 지분 가치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두 회사는 녹십자생명 지분 25%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경영권까지 넘기는 쪽으로 논의가 확대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생명이 보험사 규모로 따져보면 큰 회사는 아니지만, 녹십자홀딩스는 보험사 지분을 매각해 제약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현대차는 라이선스 산업인 보험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물밑 접촉은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보험사 인수 추진은 대외적으로 현대차 그룹 내 장기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금융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보험사 인수를 통해 삼성과 같은 금융 소그룹을 만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룹 내 금융부문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보험사 인수 얘기가 불거졌을 때도 인수 추진 주체를 드러내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이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인수 작업을 추진하는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주도하고 있는지가 시장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과 정 사장 가운데 어느 쪽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현대차 금융부문의 지배구조는 확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M&A 주도?

현대차그룹의 금융M&A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다. 정 사장은 HMC투자증권 인수 때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도 초반에 녹십자생명 인수를 현대카드와 캐피탈을 통해 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최근에 금융사 최대 해킹 사건으로 큰 곤혹을 치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발생한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 사장에게는 ‘문책경고’를, 현대캐피탈에는 ‘기관경고’를 예비 통보했다. 아직 징계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정 사장의 소명을 거친 뒤 징계를 확정할 예정이다. 지금보다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징계를 받은 정 사장이 M&A를 전면적으로 주도하기에는 무리가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 안팎에선 금융사 M&A 인수를 주도할 인물이 정태영 사장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동양생명도 M&A 프리미엄?

최근 신한지주, KB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들이 보험사업을 확장하며 동양생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이미 보험사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동양생명 주가는 2주 전 잠깐 반짝 올라 투자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삼성생명, 대한생명은 특별한 변화없이 계속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최근 동양생명에 M&A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인수합병 논의가 오고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회사들, 특히 은행지주들이 동양생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은 최근 주가 흐름이 좋은 이유에 대해 "좋은 회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아직까지 우리에게 3년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최근 그룹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보고펀드가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확고하게 보험사업을 유지하겠다는 다른 그룹사와 은행지주사들과는 달리 그룹사에서 보험사업을 계속 유지할 뜻과 능력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실제 내부 직원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고 일부 직원들은 다른 생보사로 이직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고펀드와 동양그룹 사이에 일정 기간 후 경영권을 다시 넘겨주겠다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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