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증시 시나리오 ‘예측 못해’
롤러코스터 증시 시나리오 ‘예측 못해’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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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증권사 지수…떨어지는 코스피

외인들 돈 뺄 때 “기관투자 들어오니 괜찮아”

정부 국제정세 안 좋은데도 낙관론만 펼쳐

 

2000포인트. 올 하반기 증권사들이 예상했던 하반기 코스피 밴드 최하 수치다. 2500선까지 오른다는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도 많았다. 물론 변수를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경제의 불황은 너무나 다르게 맞아 떨어졌다. 지수 전망 틀려도 너무 틀렸다는 것이 고객들의 항의다.

 

하반기 강세를 예상했던 증권사들이 코스피 지수 예상치를 일제 낮췄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9월 코스피밴드는 ▲교보증권 1650~1900 ▲대신증권 1750~1950 ▲삼성증권 1760~1940 ▲신한금융투자 1650~1950 ▲한국투자증권 1750~1900 ▲한화증권 1780∼2040 ▲현대증권 1700~1900 ▲HMC투자증권 1800~1950 ▲SK증권 1750~1920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코스피 상한을 2000선으로, 하나대투증권은 3개월 전망치를 1600~1980로, 대우증권은 6개월 전망치를 1600~2050선으로 제시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2000에서 최고 2500으로 내다봤다. 전망도 좋았다. 고점 돌파 기대상승은 물론 상승 분위기 강화, 양호한 시그널 기대, 중국경기와 강한 동조화 현상, 변동성 지속, 지수고점 경신 가능성도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제시했다.

IT, 금융, 건설, 철강, 유통, 산업재 등을 유망업종도 선정했다. 이 가운데 하반기 최고 업종으로 IT와 금융을 선정해 삼성전자 등은 주당 100만원대를 유지했었다.

8월은 그리스가 재정위기로 디폴트 위험에 놓여 있었던 상황. 여기에 유럽으로 위기가 번졌다. 또 미국도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었다.

증권사들은 “각국 정부들이 소방수 역할을 하고 미국의 QE 종료에 따른 트라우마도 결국 경기회복 모멘텀으로 극복 될 것으로 전망하다”고 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개선에 대한 신뢰감이 강해지고 인플레이션 완화로 G2를 비롯한 아세안 지역 등의 경기 모멘텀이 국내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에 발맞춰 IT업종과 국내 경기선생지수의 상승 반전에 따라 은행, 보험 등의 금융과 건설을 추천했다.

 

보기 좋게 빗나간 예상

8월초 증권사들은 앞다퉈 ‘사과문’을 쏟아냈다. 하반기 장밋빛 미래는 8월5일 붕괴됐다. 코스피는 1800까지 떨어졌고 5개월만에 2000아래로 떨어졌다. 코스피 2000지수는 투자자들에게는 일종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다. 외국인들이 나흘 때 순매도 돌아섰고 기관투자자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8일 보고서에 “당사의 전망치를 크게 벗어난 급락을 예상하지 못한 점과 어려운 시장에 도움을 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신한금융투자는 8월부터 하반기 코스피지수를 2000~2250으로 내놓았다. 불과 5일 만에 2000선이 붕괴되면서 전망치는 한달도 못 내다봤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솔로몬투자증권도 8월 지수 상승에 관련해 “지금까지 결과로 보면 철저하게 틀린 전망이다”며 “실패와 한계를 인정하며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분석 결과를 제시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코스피 2100~2300으로 가장 높게 잡았던 대우증권도 188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수정안으로 바꿨다.

8~11일은 더욱더 처참했다. 한 주 동안 국내 증시에 빠져나간 금액은 1조9000억원. 코스피도 1700선까지 떨어졌다.

8월 보름간 국내 증시를 공황에 빠뜨린 것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유럽의 디폴트 위기에 미국의 더블딥 공포가 국내증시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하반기 상황 예측 가능한 결과

국내 증시 폭락은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 “왜 예측을 하지 못했는가”는 관심으로 모아졌다. 이미 국제적인 공황과 국내 증시의 하락은 미리 점쳐줬던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증권사들이 유망업종으로 내놓은 IT, 금융, 건설 중 건설을 제외하고 두 업종에 대해서는 위험성이 높았지만 오히려 정부까지 독려하는 모양새였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6월23일 ‘2011년 경제 산업 전망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IT업종 성장세를 예고하며 낸드플레시 메모리와 모바일용 D램과 함께 반도체 산업에 대해 8.1% 성장을 예고했다. 디스플레이 경우도 하반기 성수기를 기대하며 당시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15% 상승이 예상된다며 “반전드라마”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하반기는 성수기다. 그러나 이 예측을 내놓기 한달 전부터 유럽의 재정위기가 불거졌고 심지어 미국 더블딥을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는 디스플레이 패널이나 LCD 완제품에 대한 구매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미국 상무부는 ‘6월 소비지출’을 통해 지출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3%에 머물렀다며 미국 경제가 상승 탄력을 잃었다고 했다. 미국의 더블딥을 의심케 하는 중요한 상황이었고 이어 터진 것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었다. 6월 당시 이런 예견된 상황을 ‘소문’수준으로 치부 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정부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처럼 거대한 국가의 경제가 한꺼번에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장담했다.

6월말 국내 IT대표 주자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8년 만에 반토막 났다. LCD는 보합세였고 메모리 값도 낮아져 실적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도 이미 어두움이 닥쳤다. 6월말부터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증시도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이 이런 외국인들의 이동에 대해서 별다른 예측을 하지 않았다.

7월에는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인 4.0%로 수정했다. 또 하반기 경제성장률도 기존 전망치 보다 0.2%포인트 낮은 4.3%로 예상했다. 소비지수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률도 낮아져 투자심리가 감소하고 있는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앞다퉈 상향된 지수를 내놓았다.

손부호 증권연구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조금의 미세한 이동도 반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는 정부가 맹목적인 자료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경제상황에서 최악을 대비해야 하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시장을 평가하면서 이런 현상이 빗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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