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명동까지 택시비 “30만원 달라”
인천서 명동까지 택시비 “30만원 달라”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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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폭 택시’… 폭언, 폭력, 협박까지

말 안듣는 동료택시기사 납치에 감금도

벌써 3번째 비슷한 사례 많아 대책마련 필요

 

세 번째다, 김포공항, 부산역, 그리고 인천공항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조폭택시’이야기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얼굴이라는 택시기사가 ‘조폭’으로 둔갑해 협박하고 빼앗는다. 거칠거 없는 이들은 오늘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또다시 승객을 협박하기 위해 공항으로 돌아온다.

 

#1. 지난 8월초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A(남 48)씨는 한국에 대한 첫 기억에 “바가지가 기억난다”고 했다. A씨가 이런 기억을 가진 무리가 아니었다. A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서 제일 먼저 본 사람은 택시기사. 이 택시기사는 입국심사장을 빠져나온 A씨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짐까지 받아 택시로 옮겼다. 조금은 당혹스러웠던 A씨는 어차피 택시를 탈거라는 생각에 아무런 의심없이 택시기사의 안내로 차에 올라탔다. 인천공항에서 명동까지 걸린 시간은 2시30분. 호텔에 도착해 택시에 내린 A씨는 택시기사가 청구한 택시비에 입을 벌리고 말았다. 택시비는 2만8000엔. 한국 돈으로 30만원 가량이었다. 한국어도 잘 하지 못하는 A씨는 항의를 했지만 택시기사는 짐까지 던져놓고 A씨를 제촉했다.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A씨를 노려봤다. 결국 A씨는 택시비용을 지불했다.

#2. 최근 유럽 해외 출장을 마친 B(여 32)씨는 김포공항으로 가야했다. 그래서 택시를 탔지만 택시기사가 짧다는 이유로 승차거부를 했다. 화가난 B씨는 공항직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항의했고 승차거부에 따른 조치를 요구했다. 직원과 함께 나선 B씨가 얻은 것은 ‘욕설’과 ‘협박’이었다. 직원과 함께 대동한 B씨를 본 택시기사는 “XXX야 죽고 싶냐”며 욕설을 한데 이어 같이 나타난 공항직원의 멱살까지 폭행했다. 경찰을 부르려고 전화를 든 B씨는 “전화 한번 해봐 죽고 싶으면”이라며 협박하는 택시기사의 얼굴에 겁을 먹고 발길을 돌렸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일 인천공항 택시손님을 독점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다른 택시기사를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C(5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연 직후 공항일대에서 택시영업을 벌이다 택시가 많아져 수익이 신통치 않자 ‘인천택시 상조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조직원이 아닌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태우려고 하면 3~4명씩 몰려가 욕설을 하며 수차례 폭력을 행사해왔다.

이들은 호객행위를 하며 손님을 모았고 이를 제지하려는 단속원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이 사례는 인천공항에서 실제 벌어진 이야기다. 택시기사가 조폭으로 둔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언론에 자주 보도됐지만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런 ‘조폭택시’는 이른바 두목격만 구속하면 끝이 아니라 조직원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한국의 관문 장악한 조폭택시들

이번에 검거한 인천공항 조폭택시는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사례가 끊이질 않아 대책매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불법호객행위와 외국인도 폭행한 ‘콜밴조폭기사’ 24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공항에서 다른 택시기사를 납치해 감금까지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8월4일 부산역에서 장거리 택시손님을 독점하기 위해 폭력조직인 ‘코리아콜파’를 조직한 택시기사 53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부산역에서 조직원이 아닌 택시가 들어오면 위협하고 폭력을 휘둘렀고 가까운 곳을 가는 택시손님은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행동대장과 대원으로 구성하는 등 실제 ‘조폭’처럼 구성하고 행동해왔다.

또 지난 2008년 10월 김포공항에서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인천택시운전기사들의 모임’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지난해 8월까지 공항에서 폭력을 행사해온 ‘조폭택시’기사들도 무더기로 입건됐다. 이들은 김포공항에 다른 택시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차에 손도끼와 쇠파이프를 넣고 다녔다.

 

목 좋은 곳이라면 약한 처벌도 문제

이들이 이렇게 조폭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거된 인천공항 조폭택시 기사들은 공항이나 철도역 등을 독점하면서 한 달 평균 수익이 500만원이 된다. 일반 택시기사의 평균 금액은 150만원으로 2배 이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이 검거해 입건하더라도 상당수 지금 그대로 ‘조폭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인천공항에 가보면 여전히 그 ‘조폭택시’들이 운행 중이다”며 “경찰이 검거하면서 움츠리고 있는 상황일 뿐 잠잠해지면 또다시 활개 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실제 공항 직원들에 따르면 이번에 경찰이 검거한 ‘인천상조회’ 택시기사들 일부는 2008년 김포공항의 ‘조폭택시’로 입건됐던 기사도 상당수다.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처벌수위나 대책마련이 없는 것이다. 사조직을 결성해 폭력을 쓰더라도 ‘폭력행위에관한법률위반’으로만 처벌을 받는것도 문제다.

김포공항을 무대로 행사를 해온 ‘조폭택시’의 경우 두목인 이모(46)씨만 구속됐다. 이모씨는상습폭력 혐의로 기소됐고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형을 받았다. 현행법률 상 이 택시기사들을 조직폭력단체에 적용하는 ‘범죄단체 구성’에 대해서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죄단체구성 만으로 기소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이들이 실제 범죄단체와 가까운 행동을 했지만 실제 범죄단체결성에는 많은 것들의 따라야 하기 때문에 혐의 적용이 어려웠을 것이다”며 “이들이 두목격인 주모자가 구속되더라도 이 같은 행위를 계속할 수 있어 검찰이나 경찰이 이들을 주도면밀하기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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