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500억 무차별 살포한 다국적 제약사
리베이트 500억 무차별 살포한 다국적 제약사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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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들 병원과 약값올리기 내막

양벌규정에도 무차별로 돈 살포…여행비에 유흥비까지

리베이트로 약값 올려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시켜

 

양벌규정도 소용없었다. 우선 약만 많이 팔면 됐다. 영업이익은 당연히 떨어졌지만 걱정할 것이 없었다. 이미 약 값은 충분 올려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해마다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다국적 제약사들의 행태다.

 

최근 부산지방경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제약회사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리베이트 관행이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더 심해졌다.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이나 제약회사 모두 처벌하도록 양벌규정을 뒀지만 소용이 없었다. 특히 이들은 리베이트 비용을 약값에 포함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약값만 가중시킨 셈이다.

이번에 공정위에 적발된 제약사는 한국얀센, 한국노바티스, 사노파-아벤티스 코리아, 바이엘코리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 5개 제약사와 CJ제일제당 등 6개 제약회사다.

한국얀센은 파리에트(소화성궤양치료제) 등 5개, 한국노바티스는 디오반(고혈압치료제) 등 6개, 사노파아벤티스코리아는 아프로벨(고혈압치료제)등 4개, 바이엘코리아는 아달라트(고혈압치료제) 등 5개 약품,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심비코트(천식치료제) 등 5개, CJ제일제당은 베이슨(당뇨치료제) 등 4개 약품을 병원에 공급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해왔다.

이들인 제공한 리베이트 비용은 총 530억원이다. 한국얀센이 제공한 리베이트 금액은 154억1900만원, 한국노바티스는 71억6800만원, 사노파아벤티스 코리아는 185억8700만원, 바이엘코리아는 57억7500만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40억1700만원, CJ제일제당은 20억2100만원이다.

 

갖가지 명목으로 리베이트 제공해

이들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지원하기 내놓은 명목은 상당했다. 우선 제품설명회, 세미나, 심포지엄이 제일 많았다. 제주도나 지방의 스파캐슬에서 행사를 개최한 뒤 교통비, 숙박비는 물론 식사, 회식비도 지원했다. 또 의사가 아닌 간호사, 병원 행정직원들도 접대 대상에 포함해 리조트나 스파 영화관람권을 제공해왔다.

제약사들은 학계에서의 영향력과 자사에 대한 우호도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눴다. 등급은 Advocate, Loyal, User, Trial, Aware, Un-user로 분류했다. Advocate가 처방량이 매우 많거나 우호적이며 영향이 높은 그룹에 해당되며 Un-user는 처방량이 없는 그룹을 말한다.

강의 장소로 호텔 식당을 위주로 잡아 2~10명을 대상으로 형식적으로 진행했고 강연자가 작성해야 할 자료를 제약사가 직접 작성하고 강연료를 지급했다. 특히 우호적인 의사의 경우 계속해서 강연기회를 만들어주고 강연료로 수백만원을 지급했다. 한 제약사는 2007년 5월부터 9월까지 한 의사에게 10차레 강연기회를 제공하고 500만원의 강연료를 줬다. 또 처방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형식적인 자문을 제공받아 자문료도 지급해왔다.

또 제약사들은 우호적인 의사들을 선별해 해외학회 참가지원 명목으로 각종 경비도 지급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부스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광고비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한 제약사는 병원 의사를 대상으로 해외 학술대회 경비를 지급하면서 골프비와 유흥비는 물론 면세점에서 구입한 양주 등 선물구입비도 지원했다. 영향력 있는 의사들은 시장조사 사례비 명목으로도 지원하기도 했다.

 

양벌규정도 솜방망이 처벌

이번 사건은 그동안 큰 제재를 받지 않았던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우리나라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그대로 따라 해왔다는 점을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제약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리베이트 처벌 규정을 강화하면서 제약사와 병원도 주고 받은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결과적으로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말 기준으로 국내 의약품 생산규모는 약 15조8196억원이다. 전체 GDP의 약 1.49%를 차지할 정도로 의약산업을 커지고 있다. 완제의약품 생산규모는 13조1760억원으로 이 가운데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 80.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제약시장은 경쟁적이나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약효군별로 다국적 회사가 독점하고 있을 정도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 상위 10개 전문의약품 중 6개 품목을 다국적 제약사가 차지했다.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다국적 회사의 리베이트도 커져갔다. 큰 문제는 과도한 리베이트로 인해 의약품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에 그대로 전가해 약값 부담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하고 있는 점이다.

2007년 12월 공정위는 의약품 시장에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를 약2조1800억원을 추정했다. 시장규모로 봤을 때 매출액의 20%다. 청렴위원회도 지난 2005년 3월 제약회사 매출액의 10~30%가 리베이트에 사용된다고 추산하면서 제도개선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었다.

특히 리베이트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제약회사들이 R&D투자도 줄이는 상황이다. 2010년 국내 제약사의 R&D 비율은 매출액의 6.3%인 반면, 판매관리비는 매출액의 35.6%를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의 3배나 되는 수치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한 관계자는 “환자는 의약품 선택권이 없고 의사의 처방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가격과 품질이 아닌 리베이트로 의약품이 선택되면서 효능이 좋고 가격도 저렴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막히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리베이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관한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크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리베이트 처벌 규정을 강화하면서 제약사와 병원도 주고 받은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당시 제약사들은 중복처벌이라면 가혹하다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로 반대 의견 보였다.

공정위는 이번에 6개 회사에 대해 총 110억1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얀센은 25억5700만원, 한국노바티스 23억5300만원,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23억900만원, 바이엘코리아 16억2900만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15억1200만원, CJ제일제당 6억5500만원을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한 관계자는 “쌍벌제가 도입됐지만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한 것 같다”며 “법을 좀더 강력하게 개정해 의료인은 자격정지와 리베이트 전액 추징과 같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할 듯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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