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지배구조 개선’ 재도약 시동
신한금융, ‘지배구조 개선’ 재도약 시동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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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운영체계 일신…절대 권위 없앤다

<뉴시스>

“시너지 효과 위해 매트릭스 조직 일부 도입”

“경영진의 다양한 의견 의사결정 반영 기대”

 

지난해 신한은 라응찬 당시 지주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간의 권력다툼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른바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신한 3인방 사퇴로 이어지는 ‘신한 사태’이다.

신한지주 수뇌부는 이후 모두 교체됐다. 새로 취임한 한동우 지주회사 회장(사진)은 “국민들께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섰다. 절대 권위에 의존하는 그룹 운영과 투명하지 않은 의사 결정, 과도한 장기집권 등 낙후된 지배구조 개선에 의지를 보였다.

 

11人 그룹경영회의 내달 출범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새로운 지배구조 방안을 확정했다. 11명으로 구성된 '그룹경영회의'를 다음달 출범키로 했다.

그룹 경영회의에는 한동우 회장을 비롯해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5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정식 위원으로 참석한다. 신한금융 전략담당 및 재무·경영관리 담당임원, 그룹 리스크관리최고책임자(CRO) 등 3명과 내년 1월 선임할 그룹 CIB와 WM 사업부문장도 동석한다.

신한금융은 앞으로 차기 회장은 이 그룹경영회의 위원 중에서 뽑게 된다. 그룹경영회의는 단지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앞으로 차기 회장을 이 그룹경영회의 위원 중에서 뽑게 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서 한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회장은 그룹경영회의 안에서 배출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외부 인사라면 곧바로 영입하기에 앞서 그룹경영회의 멤버로서 검증을 한 뒤 회장 후보군에 포함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후계자 범위를 정한 건 처음이다.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도 신설

신한지주는 경영권 승계가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도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신설키로 했다. 지배구조와 경영승계계획 승인, 회장 후보 추천 등을 담당하는 상시적인 기구다. 회추위는 한 회장과 사외이사 4~6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된다.

이날 이사회는 회장을 신규 선임할 경우 연령 자격을 만 67세 미만으로, 연임 시 재임 기한을 만 70세로 각각 제한하는 안도 확정지었다. 과도한 연임을 막기 위함이다. 현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되면 후보 추천절차에 참여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며, 차기 회장 후보 추천절차는 회장의 임기만료 3개월 전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아울러 경영진 호칭체계 일원화를 위해 전무를 부사장보로 변경했으며, 임기 만료된 소재광 부사장보를 1년 중임했다.

계열사별 비슷한 업무를 하나로 묶는 매트릭스 조직은 내년 1월부터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은행의 기업금융과 증권의 투자은행(IB)을 합쳐 CIB부문이 생긴다. 프라이빗뱅킹(PB)과 자산관리 부문을 합친 WM부문도 만든다.

부문장은 은행 부행장급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를 위해 매트릭스 조직을 일부 도입한다”며 “알력 다툼 등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부회장급이 부문장을 맡는 다른 회사와 달리 부행장 또는 부사장 정도의 직급이 부문을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제 역할 할까’ 의문 제기

지난해 신한사태는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회장에게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력이 마땅한 견제 없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한명의 CEO가 무려 20년 가까이 조직을 이끌어 오다 보니 그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신한금융은 새로운 지배구조 방안을 통해 과거 지주 회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분산되고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의사결정이 사라져 자회사 경영진의 다양한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장이 사실상 인사권을 가진 상황에서 자회사 CEO들이 회장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주식회사는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체이므로 합리적인 이사회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사회와 별개로 경영위원회 등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모양새만 갖춘 '지배구조 분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사외이사가 얼마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우리나라의 사외이사는 전문성·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회추위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회추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국내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여밖에 안돼 인력풀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CEO들의 학연·지연 등에 맞춰 사외이사들이 구성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류 대표는 "상당수 사외이사들이 남의 의견에 찬성만 하는 역할만 한다"며 "이사회 내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자체도 고분고분한 사람들은 연임시키고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들어오기도 힘들뿐더러 연임이 안 되니 자연히 거수기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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