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없애주세요 바지 안입었잖아요”
“뽀로로 없애주세요 바지 안입었잖아요”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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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조롱 댓글 빗발쳐 “4G발음도 못하게 하라” 조롱

여성가족부가 네티즌들의 조롱꺼리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청소년불가판정을 내린 가요곡들 탓이다. 술과 담배를 연상시킨다며 불가 판정을 내린 곡들은 큰 인기를 얻은 곡들이다.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뽀로로 없애주세요 벗고 다녀서 애들이 볼까 불안하네요.”(김00), “오이를 없애주세요! 오리를 보면 야한 생각이 나요.”(정00), “애플 로고가 엉덩이를 연상시키네요. 야하니깐 없애주세요.”
여성가족부 인터넷 홈페이지가 25일 잠시 다운됐다. 화가 난 네티즌들이 접속이 폭주한 탓이다. 네티즌들은 반나절 동안 음란한 이미자와 단어를 빗대 ‘없애달라’는 제목으로 글을 마구 올렸다. 게시물이 2500여건에 이른다. 이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여성부’가 반나절 이상 올랐다.
네티즌들은 “학교 급식에 버섯이 나와 민망한데 여자친구들과 부끄러워서 같이 못 먹겠다”는 식의 글로 여성부를 비꼬으며 조롱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이처럼 화가 난 이유는 여성부가 최근 청소년 유해물로 판정을 내린 가요 때문이다. 여성부는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 본 심의를 열고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십센티(10cm)의 ‘아메리카노’를 청소년 유해물로 규정했다. 불건전한 이성 교제를 조장하고 담배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것이 큰 이유다. 가사 중에 “이쁜 여자와 담배피고 차 마실때”와 “다른 여자와 입 맞추고 담배 필때”의 문구를 문제 삼았다.
이뿐만 아니다. 2PM의 '핸즈업‘과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도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했다. ’비가 오는 날엔‘은 가사 중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다”라는 부분이 술을 연상하게 해 청소년에게 음주를 권고한다는 것이다. ’핸즈업‘도 술 한잔을 다같이 들이킬게’를 문제 삼았다.

시대 역행하는 심의기준
여성가족부 청소년 관련 심의는 이번만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가요를 문제 삼아 청소년심의불가 판정을 내려왔다. 6월에는 ‘세시봉’ 열풍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장희의 1970년대 곡‘ 한잔의 추억’ 중 ‘마시자 한잔의 추억, 마시자 한잔의 술, 마셔버리자“라는 문구를 문제 삼아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렸다.
이보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소속 프로젝트 그룹의 ‘SM 더 발라드’의 싱글앨범 수록곡 ‘내일은…’이 청소년유해물로 지정이 되자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26일 법원은 “가사에 술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술은 청소년 유해물이기는 하지난 ‘술’ 또는 ‘술에 취해’라는 문구가 음악파일에 포함됐다고 해서 술을 마시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결국 음주를 조장한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며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고시를 취소했다.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거의 강박적인 심의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SM 더 발라드의 ‘내일은…’심의 당시 11명의 위원 중 10여명이 술에 취한 것에 대한 논의를 했다. 당시 위원들은 “술을 마시는 것은 유해하다. 음악을 만든 작곡가가 술에 대한 유해성을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 현실도피 하려고 술을 마시는 것은 큰 문제다”라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10명 전원 찬성은 ‘내일은…’은 유해물로 찍혔다.
국회 여성가족위 소속 김재윤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음반심의위원은 위원장 강인중 라이트하우스 대표, 강미화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연구위원, 강은경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기획위원, 김창우 엠넷미디어 편성기획부장, 성우진 음악평론가,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이영희 한국청소년CEO협회 이사, 이재춘 SBS 라디오 편성팀장, 최은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청소년복지분과 부위원장이다.
최근 청소년유해물로 지정받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작곡가들이 많아”며 “더 문제는 술이나 담배를 연상하게 한다는 심의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찾고 싶다. 이는 공익보다는 개인의 의사에 따른 심의기준이 아니고 뭐냐”고 여성부를 질타했다.

창작 자유 보장 VS 청소년 보호이번 청소년 유해물 판정에 가장 크게 반발한 사람들은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현재 다음의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소년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여성부가 유해물로 판정을 내린 곡들 가운데 도대체 어떤 곡들이 술을 연상이 연상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TV광고 등장하는 맥주광고를 보면 시원하게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난다”고 심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성부는 크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여성부는 과거에도 “여성부가 조리퐁을 없애려고 한다”는 헛소문에 크게 시달렸다. 한 부서는 6개월 동안 민원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현재 심의는 “노래 가사의 맥을 고려해 술, 담배 등 유해약물의 효능, 제조방법, 사용 등을 조장하거나 매개하는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업계는 이 원칙을 두고 ‘걸린다’는 표현을 한다. 한 음반기획자는 “여성부가 내놓은 유해물 원칙은 말그대로 원칙이 없는 것 아니냐”며 “업계에서는 재수 없게 걸리지만 말아달라고 빌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여성부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지만 업계의 이야기를 경청해 내년 1월말부터 재심의 제도를 도입해 다시 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재심의는 말 그대로 청소년유해물로 판정을 받은 곡들 중 1회에 한해 다시 심의 신청을 해달라는 뜻이다. 심의기준 변경은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원 판결을 넘어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에는 “청소년 보호가 우선이다”는 것이 여성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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