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증권시장을 접수하다
조폭 증권시장을 접수하다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은 영화 '작전'의 한장면>

코스피 시장 조폭 활기…주가조작에 협박까지

폭행, 협박, 마약, 살인을 주무기로 삼았던 조폭들이 증권시장으로 몰려고 있다. 특기(?)를 최대한 살려 협박으로 기업을 사냥하고 인수합병(M&A)에까지 뛰어들었다. 코스닥에서는 심심치 않게 적발됐던 조폭들이 이제는 ‘코스피 시장’을 접수했다

2009년 영화 ‘작전’에 판박이 같은 일들이 증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협박, 폭행 등을 일삼았던 조직폭력배들이 이제는 ‘화이트 칼라 조폭’시대로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이를 두고 ‘머리쓰는 조폭’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유흥업소 장악으로 시작한 조폭들은 부동산 업계를 넘어 이제는 주식시장에 본격적을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상장폐지된 다산리츠 창업자 이모(52)씨와 임원 조모(48)씨 등 직원 10여명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검서 김희준)에 검거됐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단기사채를 끌어와 기업을 유가증권에 상장시킨 다음 투자금을 뻬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형령·배임 등)다. 현재 임원인 조씨는 구속됐고 대표인 이씨와 관계자들은 불구속 기소 상태다.

검찰이 금융조사부가 아닌 강력부에 이 사건을 맡긴 이유는 바로 ‘조직폭력배’들이 낀 사건이기 때문이다.

다산리츠 임원 조씨는 전남 익산 역전파 조직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채를 빌려 쓰면서 또 다른 조폭들이 개입하면서 말그대로 강력사건이 되버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필요한 최저 자본금인 70억원을 단기사채로 끌어왔다. 주식납입금 보관증명서를 받은 다음 곧바로 돈을 빼내 사채업자에게 갚은 방법으로 회계자료를 조작했다.

다산리츠는 2008년 국토해양부로부터 국내 1호 자기관리리츠 영업인가를 받은 회사다. 지난해 9월 자기관리리츠회사로는 두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창업자인 이씨는 최저자본금을 구하지 못해 폭력조직원인 조씨를 투자자겸 경영자로 영입했다. 그리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바람에 편성해 지난해 8월 일반공모로 297명의 투자자로부터 150억원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상장에 성공한 다산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했고 이 가운데 56억원을 차용금 형식으로 되돌려 아파트를 구입하고 2억원 상당의 고급시계를 사는 돈을 탕진했다. 조씨 등은 56억원을 횡령했으면서도 사채를 갚이 못해 돈일 빌린 다른 조직원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했고 차욕금의 6배에 달하는 회사어음을 발행해 돈을 갚기로 했다.

그러나 외부감사인이 약속어음 과다발행 등을 이유로 감사를 거절했고 결국 한국거래소는 올해 6월 다산리츠의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머리 쓰는 화이트칼라 조폭들

'머리쓰는 조폭'. 폭행·마약·살인을 주특기로 삼았던 조폭들이 경제범죄로 활동무대를 넓히면서 생겨난 말이다. 최근 무자본 인수합병(M&A), 회사자금 횡령, 주가조작 등 조폭들이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사냥꾼과 사채업자와 손잡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화 ‘작전’에서처럼 처음에는 기업인으로 변신을 꾀하지만 결국 조폭의 잔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만다.

2007년 공기청정기 제조하는 코스닥업체 C사를 인수한 이모(47)씨는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전북 김제에서 활동하는 김제읍내파 두목이다. 그는 주가조작 세력에 100억원을 주고 시세조정을 맡겼지만 주가가 떨어지면서 광주 콜박스파 조직원들을 동원해 주식을 대량 매도한 주주를 폭행하고 작전세력을 감금해 돈을 뜯어냈다.

C사는 연매출 100억원대의 유망기업이었지만 결국 지난해부터 자본잠식에 빠졌고 그해 3월 상장폐지 됐다.

범서방파의 간부인 김모(39)씨는 최근 사채업자자로부터 돈을 빌려 의류회사인 코스닥등록업체 W사를 인수했다. 김씨는 회삿돈 43억원을 횡령해 주가조작에 사용하고 W사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자 코스닥 퇴출을 피하기 위해 유승증자로 자본금을 늘리게 한 뒤 161억원을 가장 납입해 검찰에 적발됐다.

특히 김씨는 사채업자가 대출을 담보로 받은 회사 주식을 매도하려하자 협박과 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양은이파, 서남파 등 유명한 폭력조직이 김씨와 비슷한 방식을 회사를 인수하고 회삿돈을 횡령해 검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증시에 직접 나서는 조폭들 막을 방법은

검찰은 조폭들이 2003년 기점으로 기업사냥꾼과 손잡고 간접적으로 개입해왔지만 2009년부터는 직접 증시를 조작하고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코스닥에 개입해왔던 조폭들은 2008년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무자본 인수와 합병(LBO), 유상증자 가장납입 등을 하고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조영곤 대검찰청 강력부장도 올해 초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열린 전국검찰 영상회의에서 “최근 조직폭력배들이 증권과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제세부와 강력부를 합친 금조강력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 경제사범들은 계좌추적이나 자금을 추적해 막고 검거하면 되지만 조폭들은 사건이 터지기도 전에 돈을 숨기고 도주를 해버린다. 또 피해자들은 금전적 손해만 입지만 조폭이 개입된 회사는 신체적 피해를 가하 문제가 심각해진다.

특히 돈이 되면 여러 조직들이 한데 뭉쳐 일을 벌였다고 끝나면 해체되는 등 점조직 형태도 띄고 있어 사건을 난항으로 빠트리기 쉽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공시를 통해 대표자의 자세한 인적사항까지 기재하도록 했지만 대리인을 내세우면 그만이기 때문에 조폭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찾기 힘들다. 시세조작을 발견하더라도 조사기관과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이미 도주한 후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폭이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면서 문제는 더욱더 커질 수 있다”며 “문제는 이들이 국제적인 폭력조직과 결탁할 가능성도 커 국제적인 조직범죄가 국내 금융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에서는 야쿠자가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주식상장이나 인수합병을 위해 증권사 직원 폭행은 물론 정관계 인사를 직접 협박하는 범죄를 일으키기도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사건이 터지기 전 증시에서 조폭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며 “투자자들은 갑작스럽게 주가가 상승하거나 투자전에 기업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봐야 될 것이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