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 이면에 "하청기업 죽는다"
상생협력 이면에 "하청기업 죽는다"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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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삼성 등 조선업계 2ㆍ3차 협력업체…납품단가 깎기로 '몸살'

 

<뉴시스>

대기업 1차 협력업체와는 상생협력 관계 지속

2,3차 협력업체 무리한 단가인하로 부도 속출

 

조선업이 위기이다. 조선 부품산업에 중심인 2,3차 협력업체에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부도의 이유가 지나친 납품단가 인하 정책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으로 1차 협력업체들에 사정은 좋아졌다. 하지만 2,차 협력업체에 사정은 종전보다 못하다. 1차 협력업체들에 등쌀 때문이다. 2,3차 협력업체들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무리한 단가 인하를 해서 부도나는 2,3차 협력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조선사들은 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싼값에 배를 수주하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는 게 업계에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일부 조선사들이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 요구했다. 결국 자신들의 경영위기를 넘기기 위해 부품업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에 실적은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10%, 삼성중공업은 7%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들의 이익 감소는 부품업체에 영향을 줬다. A사의 경우 상반기에만 15% 가량 줄었다. 매출은 제 자리 걸음에 영업이익은 45%나 하락했다. 여기에 조선사들의 단가 인하 요구가 이어지면서 부품회사들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주주들에게 174억원을 배당한 한진중공업은 하청기업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비난을 받고 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납품단가를 줄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통된 이야기다.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의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상을 감안하면 기존 납품단가보다 15~20% 인상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채산성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납품단가를 오히려 10%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모기업보다 협력업체의 영업 이익률이 더 좋을 만큼 협력사와 함께 가는 구조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하기 위해 무리한 단가 인하요구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청구조 내려가면서 심각

재계 일각에선 하청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청구조가 대기업>1차>2차>3차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라는 것.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와 정상적이지만 하청기업으로 내려갈수록 압박이 거세진다. 납품단가 인하로 인한 손해도 1차, 2차, 3차로 이어지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진다. 마침내 남산만큼 커진다. 결국 제일 큰 손실을 떠안게 되는 곳은 최종 3차 협력업체라는 지적이다.

1차 협력업체 대부분은 대기업 오너와 전직 임원 등과 연관을 맺고 있거나, 대기업에서 만들어진 계열사이다. 이 때문에 1차 협력업체에 손실은 작을 수 밖에 없다.

서병문 주물협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기가 좋을 때는 몰라도 경기가 나빠지면 대기업 1차 협력업체로부터 제품 값을 내리라는 압력을 수도 없이 받는다”며 “개별 기업은 1차 협력업체와 공생하려는 의식이 나아지고 있지만 협력업체로 내려올수록 횡포가 더 심하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수 조사를 요청했다. 여기에는 조선사도 포함됐다. 문제는 2, 3차 기업으로까지 모든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D사의 사장은 “대부분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가 의문이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1차 기업은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2, 3차기업의 현실은 공생하고 있는 것이 조선업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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