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家 '형제의 난' 초읽기
금호 家 '형제의 난' 초읽기
  • 허정철 기자
  • 승인 201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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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vs 박찬구', 형제는 없다

비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이 30일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근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지난 2009년 두사람 사이의 경영권 다툼으로 벌어졌던 형제의 난이 다시 벌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호석화 측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는 관계 없는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금호알앤씨(옛 금호렌터카)의 재무 상황이 나빠져 회사가 파산에 이르렀다”며 문제가 누구의 책임인지를 정확히 따져보겠다는 뜻에서 박삼구 회장의 측근이자 당시 경영진을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를 두고도 서로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재계는 두 사람이 또 다시 큰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두 사람 사이는 3년 째 틀어져 있다.

두 사람 사이는 금호석화에 대한 검찰 수사 초기부터 좋지 않았다. 특히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 하던 금호석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지자 재계에서는 금호그룹측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박찬구 회장이 추진하는 계열분리가 이뤄질 경우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박삼구 회장 측이 검찰에 비자금 정보를 흘렸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왔다.

이에 앞서 두 사람 사이에 공식적으로 틀어진 것은 2009년 7월이다. 박삼구 회장은 자신과 경영권 다툼을 하던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박삼구 회장 측은 “이 때까지 금호 가에 내려왔던 불문율을 어겼기 때문”이라며 “그룹 공동 경영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당시까지 금호그룹의 기틀을 닦은 고 박인천 회장의 5남 중 경영에 참여하는 2~4남 일가는 그룹의 양대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화와 금호산업의 지분을 각각 10.01%, 6.11%씩 똑같이 유지했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서자, 자신이 총괄했던 금호석화의 유동성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에 금호석화 지분을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했다.

박삼구 회장은 이에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는 것으로 맞대응 했고 자신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렇게 형제의 난은 마무리됐지만, 금호그룹은 이후 유동성 개선을 위해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아야 했고, 채권단 관리 속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주요 계열사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3월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금호석화 회장에 복귀한 뒤 금호그룹과 ‘완전한 결별’을 위한 계열 분리에 나선 상태이다. 박삼구 회장 역시 일부 계열사 노조의 반대도 무릅쓰고 회장 자리에 복귀, 그룹을 이끌어 왔다.

두 형제의 관계는 그룹 유동성위기 이후 갈등이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번 고소건으로 다시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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