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도 과학이다 '퀀트펀드'
펀드도 과학이다 '퀀트펀드'
  • 장희부 기자
  • 승인 201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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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데이터 분석 통한 펀드투자 ‘각광’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한 '퀀트펀드'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퀀트펀드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34.54%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치(27.12%)에 7.43%포인트나 앞섰다. 퀀트펀드 2년 수익률은 88.81%로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65.97%) 대비 22.84%포인트 나은 성적을 냈다.

펀드별로는 '대신액티브퀀트펀드'가 최근 1년간 40.39% 수익률을 기록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고 '동양아인슈타인(퀀트)펀드'(40.01%) 'GS골드스코프퀀트펀드'(34.71%) 등도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GS골드스코프퀀트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클래스A의 경우 연초 이후 7.95%의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어 푸르덴셜퀀트액티브증권투자신탁 1(주식)F(6.89%) 대신액티브퀀트증권투자신탁B1(주식)ClassA(6.01%), KB퀀트액티브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A(5.48%) 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높은 수익률은 시스템 투자 이기 때문이다. 퀀트펀드란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시장의 움직임을 컴퓨터 프로그램화 하고 이를 근거로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즉 기업의 영업이익·현금흐름·부채비율·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 등 수십 가지 지표를 활용해 컴퓨터가 투자종목과 비중을 계산해 냄으로써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리스크가 적다는 것이다.

퀀트 펀드가 종목·비중을 계산하는 방식(모델)은 자산운용사가 각기 개발한 모델에 따라 다르다. 때문에 사전에 어떠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짜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 만별이다. 개발자들이 수많은 정보중에 주가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골라서 프로그램을 일단 만들어 놓으면 그 이후엔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퀀트 펀드는 또 자산운용사가 수익률 관리에 신경 쓰는 상품이기도 하다. 대신자산운용의 정만성 금융공학본부장은 “퀀트 펀드 계산 모델은 자산운용사 분석 능력의 집결체” 라며 “퀀트 펀드 수익률이 회사의 분석력을 대변하는 것이어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퀀트펀드도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있다. 외부환경에 빠르게 대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퀀트 펀드를 만들 당시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변수가 갑자기 부각될 경우 수익을 낼 수 없다.
김승철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2팀장은 "예를 들어 금리가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데 퀀트 전략의 변수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면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철저히 계량분석에 의존하는 것이어서 현재 개발 중인 상품이 크게 히트할 것 같은 기업은 투자 종목으로 선정되지 않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기업과 경영자의 경쟁력에 대한 판단은 숫자로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최근 나온 상품이어서 약세장에서의 수익률 방어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퀀트펀드 확대

지난 2006년 푸르덴셜퀀트 액티브1(주식)A를 시작으로 대신액티브퀀트펀드, 동양아인슈타인 퀀트 1(주식)A 등 현재 국내에는 17개 퀀트펀드가 출시돼 있다. 퀀트펀드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아닌 컴퓨터에 의한 수학적 계산에 의해 치밀한 분석이 이뤄지다 보니 장기투자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 시장에선 더욱 각광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8년부터 주식 자산군에 '액티브 퀀트'라는 유형을 별도로 마련, 외부에 운용을 맡기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퀀트펀드에 위탁운용을 맡긴 자금은 작년 말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액티브펀드(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안정성이 높고, 인덱스펀드보다는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퀀트펀드가 주목받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만개했다. 주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인 포트폴리오 이론, 자본자산가격 결정모형(CAPM) 등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이를 실전에 적용한 펀드들이 출현한 것이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퀀트펀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인덱스운용본부를 퀀트운용본부로 바꿨고, 우리자산운용은 퀀트펀드 모델을 연구하는 알파운용본부를 신설했다. 대신자산운용은 금융공학본부 산하 퀀트운용팀을 퀀트운용본부로 승격시킬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액티브 퀀트펀드인 ‘피타고라스 펀드’를 승인받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퀀트펀드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정통 퀀트펀드에 다양한 기법을 덧씌운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며 투자메뉴가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단위형 펀드(일정 기간만 자금 모집하는 펀드)인 '현대 VEXA 가치압축 목표전환 주식혼합형 2호'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설정 이후 5개월간 주식을 분할 매수한 후 목표수익률(12%)을 달성하면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확보하는 상품이다. 특이한 것은 종목 선정 방식이다. 순자산, 매출액, 현금흐름 등 실적지표(내재가치)가 좋은 종목을 골라낸 뒤 이 가운데 시가총액 비중 대비 내재가치 비중이 큰 종목에만 집중 투자한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TIGER 블루칩30 ETF'는 국내 첫 '퀀트식 상장지수펀드(ETF)'를 표방한다. 대형주 가운데 주당순이익(EPS)이 상향 조정된 빈도가 높은 주식 30개만 집중적으로 편입하는 펀드다. 증시 변동에 대한 방어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동일가중방식을 채택했다는 것도 강점이다. 주가 상승으로 비중이 높아지면 자동으로 매도하므로 '저가 매수, 고가 매도' 원칙을 지키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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