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 회장 '봄날은 갔다'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 '봄날은 갔다'
  • 이수영 기자
  • 승인 2011.0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 박삼구 회장과 ‘형제의 亂’ 2차전···두산家 닮은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또 다시 혹독한 시련을 맞았다. 2009년 형 박삼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과의 갈등 끝에 맨몸으로 밀려났던 박찬구 회장이 경영자 복귀 1년 만에 검찰 수사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검찰은 금호석유화학이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12일 그룹 본사와 협력사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금호는 올 들어 한화그룹, 태광그룹에 이어 검찰의 재벌비리 수사의 세 번째 타깃이 됐다.

劍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 포착, 서릿발 수사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차맹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석유화학 본사와 거래처 등 4~5곳을 압수수색해 회사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현재 대검 회계분석팀의 지원을 받아 금호석유화학과 협력사들 간의 거래내역을 분석 중이다.

아직까지 비자금이 오너 일가에게까지 흘러들어갔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검찰은 또 금호석유화학이 허위 세금계산서로 비용을 처리하는 수법으로 법인세 수십억 원을 탈루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박 회장은 금호그룹과의 계열분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던 중 검찰 수사라는 암초에 부딪쳐 위기를 맞았다. 이를 놓고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의 배경이 금호가(家재) ‘형제의 난’ 2차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형 박삼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과 경영권 다툼에 휘말려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분리 절차를 진행하며 독자 노선을 밟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금호家에 대한 검찰수사가 과거 두산그룹과 닮은꼴로 진행될 공산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형제의 난’으로 3형제가 나란히 전과자 신세가 되는 굴욕을 겪었다. 지난 2005년 박용오 전 두산중공업 회장이 형제인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비리 사실을 검찰에 폭로하며 사건은 시작됐다.

재계를 발칵 뒤집은 박 전 회장의 투서는 박용성·용만 형제가 1700억 원 규모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대대적인 검찰 수사 끝에 투서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두산산업개발의 전신인 두산건설이 협력업체에 외주 공사비를 과다 지급한 후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가짜 공사원가 전표를 제출해 회계법인 감사를 피해 분식회계를 시도했다.

결국 박용성·용만 형제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제보자인 박용오 전 회장도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