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조달과 자본시장
기업의 자금조달과 자본시장
  • 김대의 편집국장
  • 승인 200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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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마련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밖에는 없다. 첫째는 영업을 잘 해서 이익을 많이 남기고 이익을 가지고 투자하는 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전자 등 대규모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장사 이익만 가지고 투자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 계가 있게 마련이다. 둘째는 유상증자나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업의 부채가 늘지 않고 이자비용도 커지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명한 경영을 하고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해서 투자자로 하여금 그 기업에 계속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번째는 투자자금을 외부로부터 빌리는 방법이다. 금융기관만 잘 설득하면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지만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누구나 잘 알듯이 셋째 방법, 즉 부채를 늘려온 나라이다 . 빚을 얻어 투자를 늘렸고 그 결과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기업 의 부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기업의 부채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 다.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어떠한 방식으로 돈을 마련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셋째 방법, 즉 차입확대 방식은 다시 해서는 안 되고 둘째 방법(기업공개나 증자)이나 첫째 방법(영업이익 확대)으로 가야 한 다. 다행인 것은 둘째 방법이나 첫째 방법은 사실은 같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둘째 방식의 요체는 기업은 대주주보다는 주주를 위한 경영, 즉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투명한 경영을 할 경우 경영 성과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개편을 추진해왔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신장시키고 회계, 공시 등의 제도를 개편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개편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의 관행을 보면 투명성 수준은 국제 비교에서 아직도 끝 부분에 있다는 것이 많은 연구기관의 한결같은 연구결과이다. 대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투명한 경영에 한계가 있고, 집단소송제도와 같이 보다 근원적인 치료제를 투입하지 않는다면 투명한 경영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지 않고도 우리나라보다 경영의 투명성이 훨씬 높은 나라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집단소송제도와 같은 제도 도입 없이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TV 드라마를 보면 대주주가 기업을 자기 개 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 아들이 기업을 승계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드라마 시청자들도 이러한 모습에 큰 거부감이 없다. 실제로도 사주의 한마디는 거부할 수 없는 것이 기업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집단소송제 이외에 어떠한 대안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까. 다시 요약하건대 이제 차입을 대폭 늘려 투자를 확대할 수는 없다. 은행도 부채가 많은 기업에 대출을 꺼리고, 기업들도 차입이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금을 스스로 조달하지 못하면 기업이나 우리 경제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 집단소송제도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투자자금을 스스로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경영투명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문화적 특성으로 볼 때 미국식의 주주자본주의, 즉 주주 중심의 경영 형태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다시 차입 중심의 세계로 나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집단소송제도가 갖는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허위공시 , 분식회계 및 주가조작 등의 분야에 한정하되 기업의 규모가 큰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한다는 방안이다. 집단소송제도는 비단 기업의 문제에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투자자나 자본시장, 나아가 우리 경제의 핵심과 연결돼 있는 사안이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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