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장과 대화하기②:비하인드스토리
리서치센터장과 대화하기②:비하인드스토리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1.02.21
  • 호수 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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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주식 사도 되는 거 맞아요?

2011 증시 악재 짚어보기
“우려되지만 심각하진 않아”
한국 증시는 지금 성장통

한국증시는 3년 남짓한 시간 만에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개인금융자산 2100조원 중 투자 자산은 여전히 20%를 넘지 못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잠재돼 있는 한국증시의 성장성을 믿어야할지, 아니면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할지 선택이 쉽지 않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주가를 움직이는 한국증시에서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인 약자다. 그런데 뉴스, 신문에서는 “주식 투자를 하라”고 부추기고, 금융투자업계도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과 관계 없이 “무조건 사라”고만 하니 신뢰도가 점점 떨어진다.

한국증권신문은 업계 수십년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세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서로 다른 의견과 전망을 한 자리서 들었다. 딱딱한 형식을 벗어난 분위기가 혹시 그 동안의 인터뷰를 통해 부족하다고 느꼈던 비공식적 이야기들도 들려주지 않을까.

하나대투증권 김지환 리서치센터장, 현대증권 오성진 센터장,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센터장은 모두 리서치센터 수장으로 올해 1년 째를 맞는다. 이들은 올해 증시의 키포인트가 무엇인지 짚고, 적절한 투자 전략을 같이 고민했다. 주가 흐름에 대해선 조금씩 다르게 예측했지만, 올해가 기대된다는 데 동의했다.

▲ 사진 왼쪽부터 오성진(현대증권):1988년 대신증권 기획실, 경제연구소, 법인조사팀. 1999년부터 현대증권에서 투자전략 팀장, 자산관리(WM)컨설팅센터장을 역임했다. 종목 분석과 투자 컨설팅, 스몰캡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 김지환(하나대투증권):서울대 경제학과, 동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1988년 동서증권 애널리스트.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투자 전략과 산업 분석 부장, 현대자산운용 운용총괄본부장(CIO)을 거치는 등 이코노미스트, 스트래터지스트, 운용사 펀드매니저를 담당. 이준재(한국투자증권):금융 업종 애널리스트에서 2003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그는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에서 은행·증권·카드 분석을 담당했다. 2003년 신용카드 위기와 2007년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대될 것이란 예측을 정확히 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박범진 기자>
작년 말 코스피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2000포인트를 되찾으면서 객장에선 “지금 주식투자를 하고 싶은데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들어서야 2000포인트 회복이 가능하다고 예측했었다. 주가가 더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매수 시점을 놓친 것 같아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대답을 과연 해줘도 될까.

세 사람의 대답은 ‘Yes’였다.

김지환 센터장(이하 김)은 작년 말 2000포인트를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경기 둔화=주가 하락이라는 논리 때문”이었다며 “지난 2007년의 2000포인트와 지금은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현재 시장 금리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변동성을 일으킬만한 지표들이 당시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오성진 센터장(이하 오)은 “코스피 2000포인트가 결코 높은 게 아니다”라며 “뒤돌아보면 지금이 저점이고, 조정이라기보다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봤다.

이준재 센터장(이하 이)은 “작년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지수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특히 “외국인 유동성 때문이었는데, 기업 이익과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해도 지수는 계속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 때부터 현재까지 주도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증시가 상승 탄력을 잃고 있다. 한국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을 감안할 때 매도를 늘리는 게 부담 요인인데?

:선진국을 대신해 신흥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렸던 자금이 다시 이동하는 과정이다. 추세적인 시장 이탈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최근 2년 동안 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강도는 확실히 둔화될 전망이다.

기관과 개인의 비중 확대로 코스닥이 작년보단 덜 소외될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코스피는 21% 상승, 코스닥은 -0.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에서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 최근 2년 동안 외국인 자금은 선진국 대신 신흥시장으로 향했지만, 선진국의 경제 회복이 차츰 이뤄지면서 다시 회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외국인 매물은 환 차익 실현의 성격이 강하다. 원/달러 환율이 많이 내렸기 때문인데, 최근 다시 오름세를 타서 외국인 매수의 매력이 높아졌다. 외국인 매도세가 막바지 국면인 것으로 보이며, 코스피 2000포인트 이하는 과잉 매도 구간이라 주가 정상화가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올해 자금 유입은 작년 절반 수준인 10조원이 예상된다.

:연초부터 코스피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상승했다. 그래서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은 10배 초반 수준이다. 2000포인트를 기준으로 봐도 밸류에이션 상으로 거품이 없다.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인상) 압력이 국가 경제의 최대 난제다. 그리고 외부적으로 미국의 고용 불안과 유럽 재정위기,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과 중동 국가들의 정국 불안 등 악재가 많은데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가장 큰 악재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비롯한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중동 불안과 관련해서는 아직 유동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10%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0.2% 오르는데, 중동 쪽 노출이 큰 산업재의 수주가 위축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올해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경기 확장 국면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과거에도 이런 국면에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신흥국의 긴축 정책과 통화 강세 현상이 불가피하지만, 한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은 전보다 훨씬 향상됐다. 따라서 증시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신흥국들의 긴축 정책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긴다. 특히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이 악재다. 중국은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때문에 작년 하반기부터 긴축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내릴 경우 수출주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증시에도 부담이 될텐데 환율 전망은?

:원/달러 환율은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 계속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환율은 1060원까지 떨어질 전망.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주 프리미엄이 사라지게 돼 악재는 악재다. 하지만 원화 강세는 결과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의 확대와 외화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증시를 비롯한 경제에 긍정적 신호다. 연말 환율은 1030원으로 전망.

:연말 기준 1180원으로 전망한다. 업계에선 유일하게 높은 편. 그 동안 환율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더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달러 약세 현상도 수그러들 전망이기 때문.

◆올해 예상되는 기준금리의 인상 횟수는?

:지난달 인상을 포함해 4차례 정도. 각각 0.25%포인트 씩 인상되고, 연말엔 3.5% 예상.

:앞으로 4차례 인상이 전망된다. 연말 3.75%. 최근 2년 간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금리가 오를 때마다 주식형펀드에서 빠진 자금이 6개월 미만 단기 예금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곧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상승 시기에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쏠렸던 2005년과 유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

:앞으로 두 번 더 인상돼 3.25%가 전망된다. 이 중에선 가장 낮은 수준.

◆올해 주가의 전체 흐름은?

:1/4분기 조정을 예상한다. 하단은 1950포인트. 2/4분기부터 추세적인 상승을 예상한다. 상단은 2720포인트.

:계단식 상승이다. 작년 9월 이후 기업 이익의 동력 없이 수급만으로 주가가 올랐다.

주가가 2000포인트라고 해도 주식 가치만 보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 이유는 현재 코스피가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 기준으로 1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2005년 이후 평균 밸류에이션 수준이기 때문이다.

1/4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4~5월에 코스피 재반등이 예상된다.

:최대 2250포인트까지. 업계에선 비교적 낮은 편이다.

2000포인트 부근에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작년 말 전망했는데, ‘상저하고’ 모양의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상승장.

◆IT와 은행 업종이 올해에도 가장 좋게 전망되고 있는데?

:반도체와 은행이 선진국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반영할 것이다.

오:IT는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은행은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상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전세값 급등으로 대출 수요가 늘면서 이자 마진도 증가할 것이다.

이: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IT 수요가 상반기부터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다. 은행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손실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회복될 전망이다.

▲ 17일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만난 세 사람. <사진=박범진 기자>
기자가 일식집에서 물을 마신 이유는?

목이 타서, 혹은 질문을 못해서가 아니다. 사진에 빠져있는 한 사람의 긴급한 사정으로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자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 오히려 더 꼼꼼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는 이른 7시에 하루를 시작해 늦는 날엔 새벽 귀가가 일상이다. 그래도 이 직업이 근사해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시장 경제를 꿰고 있는 ‘마켓 무버’이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쁜 세 사람과 한꺼번에 인터뷰를 한 것은 좋은 기회였고,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본시장법을 계기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국증시가 이들의 바람대로 승승장구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기자수첩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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