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장과 대화하기①:2011 증시 전망
“신중하게 투자하면 하반기 노려볼 만하다”
리서치센터장과 대화하기①:2011 증시 전망
“신중하게 투자하면 하반기 노려볼 만하다”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1.0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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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진 “계단식 상승 기대하라”
김지환 “아직 거품 수준은 아냐”
이준재 “단기 조정 피할 수 없어”

▲ 사진 왼쪽부터 오성진, 김지환, 이준재 리서치센터장. ⓒ사진=한국증권신문
개인금융자산 2100조원 중 투자 자산은 여전히 20%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가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해서일까.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할 곳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시중의 돈은 은행에 있다.

사실 코스피는 예상보다 더 빨리 2000선을 되찾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가 업그레이드를 벌써부터 논하기는 어렵다. 조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마저 들쑥날쑥한 모습을 나타냈는데, 코스피가 그만큼 가볍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가가 더 오를거라 기대하면서도 너무 늦게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증시는 호재보다 악재를 이야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조정일까, 승승장구일까. 한국증권신문은 경력과 노하우가 풍부한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 하나대투증권 김지환 센터장,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센터장을 한 자리에서 만나 2011년 증시를 묻기로 했다.

작년 업계 전문가들은 대다수가 코스피 2000포인트를 예측하지 못했고,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으면 하반기로 전망했었다. 그런데 증시는 이미 연말부터 빠르게 과열됐다가 사그라들고 있고, 다행히도 이번 조정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세 센터장과 함께 좀처럼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내외 악재들을 짚고, 적절한 투자 전략을 고민하기 위한 사전 인터뷰가 진행됐다.

▲증시 과열인가

최근 며칠 사이 증시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집트 폭동 등이었다.

현대증권은 이달 예상지수밴드를 2020~2180포인트, 하나대투증권은 3개월 기준으로 1950~2200포인트, 한국투자증권은 2000~2150포인트를 전망했다. 2000선 붕괴의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대체적으로 올해 증시는 전망이 밝지만, 짧게 보면 어쩔 수 없이 조정이나 횡보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이들은 아직 경계를 늦출 시점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오 센터장은 ‘계단식 상승’을 이야기 했고, 김 센터장은 상반기 조정 이후 하반기 반등을 예고했다. 이 센터장도 마찬가지로 상반기 변동성을 조심하되, 하반기에 본격적인 상승을 준비하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오 센터장은 현재 증시가 과열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아직 과열을 논하기 빠르며, 특히 현재와 같은 경기 바닥권에서 주가 고점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기준금리 인상이 되더라도 실질금리는 여전히 낮아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지수에 대한 과열 논쟁은 가능하지만, 지금은 ‘겉’보다 ‘속’을 살펴야할 때라는 이야기다.

김 센터장은 “현 주가가 거품이라 보기 어렵다”며 “조정이 있다면 단기 조정”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국내 증시가 변동성이 크겠지만,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1분기 조정이 있을 때 주식 비중을 늘려 대담하게 기다리는 게 적절하다”고 전략을 내놓았다.

그는 또 실물 경제 회복보다는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를 강하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1950~2720포인트로 예상했다. 다만 “작년보다는 증시 변동성이 확실히 클 전망이며, 외부 악재들 때문에 유동성 흐름마저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센터장은 “올해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작년보다 좋고, 특히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두 나라의 경기가 나아지는 것이 호재”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는 상승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판단이다.

그는 “코스피가 생각보다 빨리 2000선을 돌파했지만, PER(주가수익비율)이 아직 10배 초반이라 거품이 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투자 매력이 매우 높고, 2250선까지는 별 무리 없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역시 상반기 변동성의 위험에 대해서는 지적을 했다.

▲중국의 금리 인상

중국 정부의 갑작스런 기준금리 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여파가 큰 편이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중국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2번의 금리 인상과 7번의 지급준비율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긴축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둔화되고 있어 당분간 상승 모멘텀의 부재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 센터장은 “중국이 춘절(春節)을 전후해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작년부터 있었고,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다고 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 센터장도 “중국이 올해 긴축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물가 상승이 심각해 올 한해 기준금리는 1%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경제성장률은 9%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미국과 유럽

김 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회복을 하더라도 고성장은 어려우며, 유럽 사태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로존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단기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유로안정기금(EFSF)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데, 극단적 사태는 없겠지만, 천천히 수습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이 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이 통화 긴축을 유발해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럽 각국의 공조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 그리스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을 경계하라”고 말했다. 결국 유럽안정기금의 지원으로 마무리된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긴 하나 아직 시장의 불안 심리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외국인 수급

최근 외국인 매수세의 유입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우리 증시의 가장 큰 악재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인이 매수에 적극 가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 외국인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상승 탄력을 급속히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여전히 한국 증시의 약점이기도 하다.

오 센터장은 “이달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와 옵션만기일이 지나더라도 당분간 수급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공백기에 접어드는 기간에는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없는 것도 문제다.

김 센터장은 “올해 외국인 대신 연기금과 투신 등 기관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센터장도 “작년 외국인이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중대형주 종목에만 관심을 뒀지만, 올해는 반대로 기관과 개인의 증시 복귀가 예상돼 코스닥 소외가 덜할 것”이라고 봤다. 그렇다고 해도 기업 실적이나 재무구조의 차별화는 여전히 심할 것으로 진단했다.

▲유망 업종은

한국 증시를 책임지는 업종은 전과 다름없이 IT(전기전자)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종가 기준으로 100만원을 넘기면서 섣부른 판단에 매도를 한 투자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100만원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T는 올해 상반기까지 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다음은 금융이다. 특히 은행이 기대를 모으는데, 인수합병(M&A)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보험도 유리하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자동차는 소비 회복에 따른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

오 센터장은 “올해 포인트를 기업 투자에 두라”고 했다. 그는 “특히 개인들이 기업의 투자와 소비 모멘텀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해외의 경제 상황을 놓고 보면 아시아 국가가 기계, 화학, 조선 업종의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선진국은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절감형 산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예상되기 때문에 2차 전지,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산업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작년 화학, 자동차, 조선 업종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IT와 증권이 추가적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IT의 경우는 반도체 수요 둔화의 우려가 있지만, 1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될 전망이다.

증권은 꾸준한 상승 흐름이 전망되는데, 업계의 성장성 덕분이다.

최선호 업종으로는 은행을 꼽았다. 실적 개선과 함께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전환이 순이익마진을 늘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증권에서는 삼성증권, 대우증권, IT는 하이닉스, 자동차는 현대차, 에너지는 SK에너지를 추천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LG전자와 포스코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포스코는 2분기 철강 경기가 바닥을 친 후,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에서 부진을 만회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또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올해는 아직 이르다는 경고를 했다. 개인의 투자 비중이 높아야 중소형주가 안정적으로 오르는데 올해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 센터장은 최선호 업종으로 자동차, 은행, 화학을 짚었다. 자동차는 미국 경기 회복과 신흥국 수요 증가로, 은행은 이익의 기저 효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는 이미 많이 올랐지만, 올해에도 10% 이상 늘어나는 구조다.

또 화학은 아시아 내수 성장에 따른 기초 소재의 수요 확대와 신규 투자를 기대했다. 특히 “상반기에는 물가 상승의 위험을 고려해 음식료, 통신, 전기가스, 항공 등을 피하고, 물가에 둔감한 IT의 비중을 늘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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