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진 LG전자 재정비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진 LG전자 재정비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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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기도 적자 예상
그러나 저가매수 시기
LG전자는 위기와 기회의 중간에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국제회계기준(IFRS)과 연결기준으로 매출 14조4097억원, 영업이익 12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7%, 89.9% 감소한 것이다. 순이익도 8546억원으로 같은 기간 32.9% 줄었다. 미국에서 휴대전화 소비자 만족도 1위를 달리고 있는 LG전자지만, 최근 유행인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렸다. 급변하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미 애플의 아이폰과 국내에선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휴대전화를 관장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은 3조618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5% 줄었다. 게다가 MC사업본부는 132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휴대전화 부문에서 적자가 난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LG전자가 고전한 요인은 TV 사업 부문의 부진에서도 찾을 수 있다. TV 사업의 부진은 외부적 영향이 더 크다. 유럽발 재정 위기에 따른 유로화 하락으로 TV 시장 전체가 고전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패널 등 부품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반면 매출의 30~40%는 유로로 결제한다. 그런데 최근 유로/달러 환율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면서 LG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스틸, 레진, 구리 등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악재로 겹쳤다. ▲CEO 교체로 재정비 지난해 매출 55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해온 LG전자. 올해 2분기 실적은 2007년 초 LG전자 CEO로 취임한 남용 전 부회장을 물러나게 했다. 이후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이어 LG전자를 이끌게 됐다. LG그룹에서 임기 도중 CEO가 바뀌는 일은 매우 드문 만큼 구 부회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구 부회장의 취임 소식에 LG전자는 주가가 급등하는 등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폰 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회사에 활로를 개척할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증권가에서도 CEO 교체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LG전자는 초콜릿폰, 프라다폰, 뷰티폰이 잇단 성공을 거두며 터치스크린 휴대전화 시장을 주도했다. 2007년 초 5만원대이던 주가는 올해 13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휴대전화와 TV 부문이 휘청거리며 주가는 다시 9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후 LG전자는 고가의 일반폰인 뉴초콜릿폰에 주력했다. 스마트폰 경쟁을 선택하지 않고, 일반폰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마케팅에 주력하기 위해 최고의 아이돌 스타인 소녀시대를 모델로 내세웠고, 세련된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결국 스마트폰 대응에 늦은 것은 실적 부진을 야기했다. ▲스마트폰 연구개발에 착수 LG전자는 이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제일 먼저 실패의 원인이 된 스마트폰 사업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들어 채용한 휴대전화 연구원은 800여 명. 계열사인 LG CNS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500여 명이 파견 근무 중이다. LG전자는 첫 스마트폰 ‘옵티머스 원 위드 구글’을 전 세계 120여 개 이동통신사와 손 잡고 판매한다.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 2.2버전에 최적화된 이 제품은 최신 구글 서비스를 지원한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아이폰과 갤럭시S가 80~90만원 대의 고가인 반면 LG전자는 중저가 제품을 먼저 선보인 뒤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옵티머스 원은 200~300달러의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출시된다. ▲태블릿PC 발빠르게 승부 이외에도 LG전자는 MS 윈도폰7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유로화 하락의 악재를 겪었던 TV 부문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LG전자가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47%나 증가한 630만대의 평판 TV를 판매했음에도 수익률이 급락한 데에는 고부가 제품인 LED(발광다이오드) TV 비중을 늘리지 못한 것이 이유가 됐다. 이에 LG전자는 3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LED TV 제품의 판매량을 늘린다는 목표다. 한화증권 김운호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늦게 뛰어든 LG전자가 높은 기술력을 강조하는 프리미엄급 직하형 LED TV 생산에 집중하다보니 보급형인 에지형 LED TV 판매에 주력한 삼성전자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제품의 질에 덜 민감한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LG전자 측은 이에 대해 “LG전자의 LED TV 평균판매단가(ASP)는 1450달러로 삼성전자(1363달러)를 압도해 실속 면에서 더 뛰어나다”며 고급화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LG전자는 장기적으로 부진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윤혁진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미래 ‘N스크린’ 시대에 대응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설명했다. ‘N 스크린’은 언제 어디서나 IPTV, PC, 모바일 단말기로 게임,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따라서 TV, PC, 휴대전화 단말기를 모두 생산하는 LG전자는 단일 제품군을 만드는 다른 업체에 비해 우위에 있다. 또한 향후 통신사업자가 맞춤형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을 요구할 때, 그에 맞춰 신속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역량도 갖췄다. ▲증권가 3~4분기 비관해 3분기 실적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떨어진 실적이 단 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내년 실적은 기대해볼만 하다. 회사 측은 3분기 적자가 끝이라고 하지만, 증권가에선 3~4분기 모두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키움증권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과 일반폰의 전략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판가가 크게 하락하고, 출하량도 2분기보다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마트폰 R&D(연구개발) 인력의 확충이 고정비 부담을 키워 적자폭이 확대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가치가 있는 투자다. 김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당분간 박스권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4분기부터 옵티머스 원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라인업이 강화되면서 휴대폰의 수익성이 회복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수석애널리스트는 “4분기 옵티머스 원이 전 세계적으로 200만대 판매되더라도 나머지 모델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소한 전략 모델이 3개 정도는 있어야 흑자 전환이 가능하며, 내년 1분기 후반엔 3개 정도의 라인업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긍정적 전망은 하지만 긍정적 의견들이 훨씬 더 많다. 현대증권 백종석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 내부적으로 비판을 받았던 CEO가 물러나고 새로운 수장이 임명됐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특히 구 부회장의 경우 마케팅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 소현철 애널리스트는 “4분기 흑자 전환이 쉽지 않지만, 내년 1분기 홈엔터테인먼트(HE), 홈어플라이언스(HA), 에어컨디셔닝(AC) 사업의 실적 개선으로 영업이익은 3260억원으로 턴어라운드할 전망이고, 2분기부터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 한은미 애널리스트는 “오너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 조직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4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전성훈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투자를 늘렸듯이 회사 구조의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과거에도 공격적인 경영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높다. 신한금융투자 소현철 애널리스트도 “3~4분기 모두 적자를 예상하지만, 주가에는 이미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 실적이 3분기 바닥을 치고, 4분기는 약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IT주는 바닥일 때 사는 것이 가장 큰 수익률을 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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