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선 시총 2위주가 뜬다
상승장에선 시총 2위주가 뜬다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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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LG전자, 철강과 IT 2등에서 1등으로
코스피가 1800선을 거뜬히 넘으면서 최고의 9월을 보냈다. 미국 경제의 이중 침체와 유럽의 재정 위기 우려가 불거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내년 초에는 주가 급락 사태가 올 것이란 전망들도 나오고 있지만, 연말까지는 순조로운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장에서 각 업종의 시가총액 1등 종목이 의외로 오르지 못하고 있어 실망이 크다. 반면에 시총 2등주들은 오히려 주가 상승이 돋보였다. 전문가들은 원래 상승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총 2등주들의 매력이 더욱더 부각되는 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수출 기업의 대표격인 철강과 IT(전기전자) 업종에서 시총 2등주들은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우선 포스코에 이어 철강 업종 2위인 현대제철은 그야말로 주가가 하늘을 날았다. 3개월여만에 9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11만6000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아이폰과 갤럭시S 등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 실적 부진을 겪었다. 최악의 실적이라는 혹평까지 받았던 LG전자가 시총 2등주라는 이유로 주가 상승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장세에서 시가총액 2위주가 1위주에 비해 상승하는 것은 강세장의 특징 중 하나다. 대형주일수록 주가 변동성이 작아 하락장에서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매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세장에선 아무래도 가격이 좀 더 싼 종목일수록 큰 폭의 수익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2위주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삼성증권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강세장에서 투자자들이 시장 대비 더 오르는 종목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데, 1위주에 비해 주가 탄력이 더 강한 2위주에 매수세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위주는 또 기업 가치나 성장성 면에서 1위주에 뒤지지 않지만,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매수가 쉽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애널리스트는 “사실 1, 2위주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나 시장 지배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한 상태에서는 보통 절대 단가가 낮은 2위주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에는 기업 가치가 반영된다. 그렇다면 현대제철의 기업 가치는 올해 최고 수준의 상승을 기록한 셈이다. 현대제철 주가는 올해 들어 30% 이상 올랐다. ▲좋지 않은 철강 업황 업계 분위기는 좋은 편이 아니다. 국내 철강 업체들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원료 가격 상승과 수요 부진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적은 시장 예상치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경기 침체도 실적 부진의 큰 원인이다. 현대제철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은 1760억원 수준으로 전 분기 대비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원료인 철스크랩 스프래드가 축소됐고,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철근 판매가 부진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국내외 철근가격 인상 노력으로 4분기 소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또 연말 쯤 400만t(톤) 규모의 제 2 고로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내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가격 인상 효과 기대돼 그러나 철강 가격의 인상이 주가에 부담만 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격 인상은 수익성 강화를 불러온다. UBS증권은 이달 현대제철의 가격 인상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목표주가 14만원을 유지했다. UBS증권은 “현대제철이 10월 철강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계절적 성수기인 4분기 진입 전 전망을 한층 나아지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요가 취약한 중에도 가격 인상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현대제철은 지분 매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현대제철 지원 없이도 현대차그룹의 현금 여력이 충분한 데다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이 높고, 당진 공장 증설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지 않은 3분기 실적과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우려, 최근 지속된 상승세가 단기간 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 펀더멘탈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은 국내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이달 1일부터 건설용 봉형강류 철강재에 대한 시황 할인을 폐지했다. 현대제철은 그 동안 기준가 이하로 할인 판매를 해왔다. 현대제철 측은 “생산 효율을 개선하는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원자재 비용 상승분 자체 흡수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익 악화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봉형강류에 대해 유지하던 3∼4만원 수준의 시황 할인을 없애고, 철근과 H형강은 각각 기준단가를 1만원과 5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으로 각 제품의 기준가격은 철근이 t당 81만1000원(고장력 10mm 기준·기준가격 1만원 인상)으로, H형강은 92만5000원(소형 기준·기준가격 5000원 인상), ㄱ(기역)형강과 ㄷ(디귿)형강은 91만원에 거래된다. ▲주가 전망 대우증권은 현대제철에 대한 투자의견을 긍정적으로 내놨다. 대우증권 전승훈 애널리스트는 “고로 2기 가동이 가까워짐에 따라 주가가 2기까지의 가치를 본격 반영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 고로 1기 가동을 통해 고로 조업 능력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 2기의 경우 가동과 동시에 그 가치가 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업종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기존 사업 대비 이익 변동성이 낮은 사업이 추가되는 점이 긍정적이다. 기존 전기로 사업부는 매월 원가가 변동되지만, 고로재의 변동성은 과거 대비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전기로 제품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 영업이익 중 고로 부분은 2011년부터 기존 전기로 사업의 이익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부정적 의견도 있다. HMC투자증권 박현욱 애널리스트는 “현대제철은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면서 “비수기가 가장 큰 원인이고, 고가 원료 투입에 판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애초 시장 예상치보다 실적이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또 “하지만 현대제철은 봉형강 성수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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