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관료적 조직, 대폭 수술 필요하다
농협 관료적 조직, 대폭 수술 필요하다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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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장 권력 막을 견제장치 마련해야
농협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철밥통을 빼앗기는 것이다. 농협은 농민을 위한 것보다 농협중앙회와 임직원을 위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농민의 삶은 계속 어려워지는데 농협은 계속 성장해 지금은 ‘신이 숨겨둔 직장’으로 불리고 있다. 분명 농협은 지역조합과 농민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그러나 지금은 농협중앙회를 위한 조직으로 변질돼 모든 이권사업은 중앙회에 집중되어 있고 중앙회 임직원을 위한 사업구성과 이를 위해 정치적 로비도 불사하는 거대한 공룡으로 변했다. 정대근 회장의 구속 사례에서 보듯 이 사건이 농협이 주장하는 개인 비리이든 아니면 전국농협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농협의 구조적 비리의 한 단면이든 간에 정 회장은 수장으로서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분명히 자진 사퇴했어야 했다. 그러나 농협은 조직의 힘을 빌려 범죄자인 정 회장 보호에만 급급했다. 심지어 전국농협노동조합에 따르면 옥중에 있는 정 회장에게 옥중결제를 하는 등 도저히 일반 기업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벌여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농협은 진지한 반성을 통해 지역조합과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대대적 구조조정 필요하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벌이고 있는 수익사업은 모두 지역조합과 농민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본연의 임무인 지도감독, 농정활동 등 비사업적 기능에 주력해야 한다. 신용사업은 분리해 협동조합은행으로 독립시키고, 경제사업은 회원조합들의 전국연합회 체제로 전환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경영은 외부 경영전문가를 영입해 맡기면 현재의 비전문가 집단이 운영하고 있는 농협중앙회 보다 훨씬 효율적인 경영이 이루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농협중앙회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 먼저 비상임 중앙회장이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인사권과 예산권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대근 회장에서 봐왔듯이 견제장치가 없는 지배구조 때문에 농협의 의사결정에 회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농협중앙회가 임직원 중심의 조직으로 변질된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방대한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직원들 중 우수인재들도 많지만 농민의 피와 땀을 갉아 먹는 임직원들도 있다. 특히 농협의 인사는 특채가 많아 인적자원은 타 금융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억대 연봉자들 중 당장 농협을 그만 두었을 때 농협과 전혀 연관이 없는 타 금융사로 이직할 수 있는 직원이 몇 명이나 있을까. 자문해볼 일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농협이 덩치 키우기에 전념하기 보다는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에 힘써야 한다”면서 “만일 농협의 신용사업부문이 완전 독립해 시중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을 경우 농협의 경쟁력은 타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전문가 집단이다”이라고 진단했다. ▲농민을 위한 사업 확장해야 농협이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인수 등 적극적으로 몸집불리기에 들어가 지금은 거대한 금융 경제사업 집단이 됐다. 농협중앙회는 지칠 줄 모르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계속하고 있어 회원농협과 중복, 경합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회원농협의 발전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회와 지방의 지역, 품목, 업종 농협과의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앙회 시군지부와 시도지역본부가 유통사업 등 경제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해 지역농협의 활동영역에까지 진출하고 있어 회원농협의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양부 한선재단 농식품자원연구소장은 “현재 중앙회가 ‘품목별 전국협의회’를 조직해 농협법상 인정된 기구인 ‘품목조합연합회’의 조직자체를 막거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과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경영진단을 통해 관료적이고 가부장적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신용사업부문의 사업확장은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그룹’이나 프랑스의 ‘끄레디 아그리꼴 그룹’ 등 해외 농업협동조합은행을 벤치마킹해 지역조합과 농민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기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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