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가운’입은 신세대 ‘카르멘’이 온다
‘나이트 가운’입은 신세대 ‘카르멘’이 온다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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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오페라단 첫 내한공연
나이트 가운을 입고 도발적이며 뇌쇄적인 캐릭터를 뽐내고 있는 카르멘의 모습.
금발의 젊은 여인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노출이 심한 나이트 가운을 입고 신세대 여성으로 분했다. 오페라 ‘카르멘’의 주인공 모습이다. 오페라 ‘카르멘’은 역사상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고 또 캐릭터 역시 확실히 고정돼 있기로 유명한 작품이라, 함부로 ‘칼’을 들이밀 수 없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고정된 캐릭터를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오페라단이 새롭게 해석했다.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은 볼쇼이, 마린스키극장과 더불어 러시아 공연예술의 3대 축으로 꼽히는 극장이다.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이 해석한 카르멘은 더 이상 집시의 모습이 아닌 도발적이며 뇌쇄적인 ‘유혹하는 카르멘’이다. 1999년 초연된 이 작품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은 20세기 사실주의 연극 이론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배우 겸 연출가이자 제작자인 콘스탄틴 스타니슬라프스키(Konstantin Stanislavsky, 1863~1938)의 의지를 60년 넘게 지켜오며 혁신적인 무대작품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공연예술센터다. 이번에 방한하는 공연단은 오페라단을 비롯해 합창단, 발레단, 오케스트라, 무용단 등 210여명에 이른다. 아슬아슬한 나이트 가운을 입은 그녀, 카르멘 이들이 선보이는 오페라는 비제의 ‘카르멘’(6월28~30일)과 차이코프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7월5~7일)이다. ‘카르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의 걸작으로 국내에서도 한해 최소 2~3차례는 무대에 오르는 인기 레퍼토리지만,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은 ‘지금까지의 ‘카르멘’은 잊어라’고 말한다. 이 작품을 보면 이게 과연 카르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배역 해석으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일단 막이 오르면 금발의 젊은 여인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노출이 심한 나이트 가운을 입고 등장하는데 그녀가 바로 카르멘이다. 항상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한 작품해석과 캐스트를 무기로 삼는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이 해석한 현대적으로 진화한 카르멘은 더 이상 집시의 모습이 아니다. 시대적 배경 역시 어느 시대의 스페인 세비아인지 알 수 없고 대략 현대의 어느 지점이라는 부분만 알 수 있다. 유혹하는 카르멘의 모습 역시 그녀의 진화된 모습과 비례해 한층 도발적이고 뇌쇄적이다. 하지만 이는 주인공 캐릭터의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고 연극정신에서 비롯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배경과 장면 시각화의 참신한 모습, 클래식 강국 러시아 오페라단 특유의 기상과 힘, 젊은 예술가들이 내뿜는 에너지 등이 현대적인 연출력과 혼연 일체돼 최상의 해석을 내놓는다.
차이코프스키가 푸쉬킨의 소설을 토대로 44일 만에 완성한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의 한 장면.
차이코프스키 생애 최고의 작품, 스페이드의 여왕 ‘스페이드의 여왕’은 지난 2000년 볼쇼이극장이 국내에 첫선을 보였으나 자주 접할 수 있는 오페라는 아니었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몇 안되는 오페라중 하나인 ‘스페이드 여왕’은 러시아 오페라의 걸작으로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1890년 차이코프스키는 동생 모데스트가 푸쉬킨의 소설을 토대로 쓴 오페라 대본을 읽고 44일 만에 3막짜리 ‘스페이드의 여왕’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부귀와 명예를 찾아 도박에 빠진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허망한 인생의 최후를 다루고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작품 완성 후 그의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만약 저지른 실수가 없다면, 이 작품 ‘스페이드의 여왕’은 내 생애 진정한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대단했다.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의 ‘스페이드의 여왕’은 지난 20여년간 극장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레프 미하일로프가 성악가들에게 심리적인 연기 부분을 강조해 해석한 버전으로 1976년 초연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현 예술감독인 알렉산드르 티텔이 연출을 맡아 레프 미하일로프의 해석에 자신의 스타일을 새롭게 입혔다. 문의: 1577-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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