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는다”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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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신한증권 랩운용팀 이정수 팀장
새벽 4시30분, 불가(佛家)에서는 새벽 고요함을 깨우며 도량석을 돌고 목탁을 치며 법고를 울린다. 장엄한 새벽예불이 시작되는 것이다. 매일 새벽예불을 드리는 마음으로 108배를 하며 아침을 여는 여의도 ‘증권맨’이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랩운용팀의 이정수 팀장. 그의 아침은 여느 증권맨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통 사찰에서는 4시30분에 새벽예불을 드리지요. 도량석을 돌고 천수경을 외며 우주만물을 깨우죠. 저도 다를건 없어요. 다만 직업이 좀 다르다보니, 저는 4시30분에 일어나 먼저 미국주식시장의 결과를 봅니다. 그러고나서 불심(佛心)도 닦고 고객 수익률도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촛불을 밝히고 향을 피우고 나서 108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6시30분에 출근하죠. 7시부터 또 미국주식시장을 보고 리서치센터와의 회의, 팀원들과의 회의, 기업탐방 등이 연이어 있습니다.” 이런 그의 불심이 빛을 발해서일까. 얼마전 그가 운용하고 있는 대표 랩어카운트 상품인 ‘명품랩’이 출시 9개월만에 1천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회사차원에서 명품랩을 브랜드화 시킨 영향도 크지만, 이 팀장과 같이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확고한 운용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현재 명품랩은 5명의 운용역이 운용을 맡고 있다. 이들은 회사에서 특별히 신경써서 선별한 운용역이라는게 이 팀장의 귀띔이다. 이들은 리서치센터의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기업탐방도 직접 다니고 종목개발도 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게다가 이들은 명품랩만 맡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명품아카데미랩, 성장형, 밸류형, 시스템형, 맞춤형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랩이 있으며, 특히 명품아카데미랩은 대학발전기금이나 등록금 등 대학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랩어카운트로서 굿모닝신한증권만의 특화된 상품. 또한 랩수수료로 들어오는 수입의 10%를 대학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운용은 랩운용팀을 포함한 11명의 ‘명품운용자문위원회’가 한달에 한번씩 열리며 이 위원회에는 랩 운용팀 외에도 기업분석부, 투자분석부의 애널리스트들이 참여해 운용성과를 보고하고 회의를 거쳐 운용가이드라인을 정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랩어카운트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대뜸 그에게 단기간에 명품랩에 수탁고가 몰린 이유을 물었다. 이에 이 팀장은 “명품랩에는 철학이 있습니다”라며 거침없는 답변을 쏟아낸다. “우리의 철학은 좋은 주식을 가지고 오래가져가자는 겁니다. 한마디로 ‘시간의 힘을 빌리자’는 거죠. 우리가 보는 명품주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주식,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희소성을 가진 주식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익 성장세가 지속적이고 배당도 안정적인데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으면 금상첨화죠.” 실제로 1997년 IMF 이후 강남의 아파트가 평균 3배 정도 올랐을 때 신세계의 주가는 20배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명품랩은 바로 신세계처럼 될 수 있는 종목들을 선별해 만든 ‘명품’이라는 거다. 그외에도 이 팀장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는다”라며 철학 섞인 질책도 잊지 않는다. “물고기가 물과 싸우지 않는 것처럼 투자자들도 시장과 싸우지말고 순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런 비유를 썼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정작 자신들은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시장이 잘못됐다며 시장만 탓하는 현실을 비춰보면 적확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주식 투자자들이 물고기라면 시장은 물과 같은 것이며 이들은 시장에 순응하고 흐름을 잘 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절대 시장과 싸워서는 안된다. 또한 그는 고객들은 주식이 오를때만 생각하지 정말 중요한 조정장에서 얼마나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지는 신경을 잘 안쓴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돈은 잘 버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기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뜻의 ‘불기자심’(不欺自心). 이 팀장의 좌우명이다. 이 좌우명처럼 주식을 운용함에 있어 요행이나 운을 바라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그의 모습에 신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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