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
‘명품’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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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투자증권 민영상 연구위원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CJ홈쇼핑이 자사주를 매각했다는 소식 때문에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와서요.” 오전 10시, 인터뷰를 위해 조금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을 뿐인데, 기자에게 연거푸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한다. CJ투자증권 민영상 연구위원. 그는 사람 좋은 순박한 인상과 친근한 부산 사투리로 첫 인사를 건냈다. 그가 담당하는 분야는 유통과 미디어다. 이 분야는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분야들이자 대표적 내수업종이여서 경기 사이클, 트렌드, 소비성향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머리위에 보이지 않는 안테나를 세워놓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낼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리 맡은 분야가 그렇다 하더라도 저도 사람인데 계속 그렇게 살아갈 수 없죠. 집에서는 여느 가장처럼 여행이나 쇼핑도 다니고 소설책도 읽고 애들과 함께 수영장도 다니곤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애들도 커가고 특히, CJ투자증권으로 오면서부터는 많이 바빠져서 시간을 잘 못내고 있습니다.” 그의 첫 직업은 은행원이었다. 6년 정도 하나은행에서 근무하다 99년 하나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었다. 하지만 그는 연구소라는 조용하고 정적인 느낌이 왠지 체질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은행에 있을때 기업여신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은행이나 연구소라는 곳은 앉아서 하는 일이 많고 또 반복적인 게 많습니다. 이런게 제 체질에는 좀 안맞더라구요. 전 좀 움직이고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는데, 기업을 분석하고 프리젠테이션하고 기업탐방을 다니는 등 동적인 게 저한테 맞더라구요.” 연구소에서부터 산업조사나 기업분석을 주로 했었기 때문에 그의 첫 애널리스트 생활은 그리 힘겹지는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속해 있는 그룹사의 핵심 사업이 유통과 미디어이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유통분야에서 그가 주로 커버하는 업체는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등 소매 업종들이며 미디어분야는 방송, 광고, 케이블TV 등이다. 최근 소매시장의 경향에 대해 민 연구위원은 앞으로 대형 유통회사들을 위주로 점점 과점화돼 가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도 백화점은 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할인점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60%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유통분야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이 수치는 더 올라갈 것이 분명합니다.” 미디어분야는 앞으로 방송 융합이 큰 이슈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중이라고 한다. “기존 미디어 시장은 지상파TV가 시장을 지배해 왔는데 최근에는 케이블TV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케이블TV, IPTV 등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말이죠. 그러니깐 앞으로 미디어 분야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회사인지 아닌지가 성패를 좌지우지할 겁니다.” 유통보다는 미디어 분야로 더 알려져 있다는 민 연구위원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수차례 선정돼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게다가 그가 2005년 7월에 발표한 긴 호흡의 ‘뉴미디어 르네상스의 도래’라는 보고서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시장을 조금 일찍 봤었죠. 당시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조차 미디어라고 하면 광고대행사 정도로만 생각했었거든요.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지금처럼 커질지 아무도 몰랐었고 제 보고서로 인해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었죠. 이처럼 깊이 있는 보고서를 자주 써 내고 싶은데, 커버하는 업체가 15개 업체나 돼서 분기실적 코멘트하고 산업트렌드 분석만 해도 벅찬 요즘입니다.” 앞으로 어떤 애널리스트로 기억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명품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명품’이 결코 긍정적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 상황에서 왜 하필 명품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할까? “애널리스트를 하다보면 주가가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사회적 이슈나 주변 환경 등에 따라서 움직일 때가 많습니다. 전 그런식으로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펀더멘털에 기초해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또 제가 말한 ‘명품 애널리스트’는 다른게 아니라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유통·미디어 분야라면 민영상의 얘기를 꼭 듣고 싶어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것,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명품 애널리스트 입니다.” 시장의 흐름에 쫓아가는 회사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만들고 리드하는 회사를 선호한다는 민 연구위원. 높은 부가가치와 진입장벽을 지닌 명품 브랜드처럼 그의 이름 역시 명품의 반열에 올라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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