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관련 자료 수집광의 일생
증권관련 자료 수집광의 일생
  • 공도윤 기자
  • 승인 2007.0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투자증권 신촌증권지점 위문복 부지점장
그는 모니터 6개를 한꺼번에 가동시킨다. 모니터 1개는 고객이 볼 수 있도록 고객자리 방향으로 틀어 놓았다.
얼마전 대한투자증권 신촌지점이 지점 방문 고객에게 몇 가지 독특한 선물을 해 화제가 됐다. 국내증시 개장전인 1956년부터 2010년까지의 KOSPI지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KOSPI 장기차트를 비롯, 1780~2010년 다우지수장기차트, 1949~2010년 니케이차트, 1958~2008년 독일 DAX차트까지. 각 차트는 주가 흐름과 함께 당시 발생한 주요 사건들까지 함께 기재해 한 국가의 역사와 주가가 어떤 상관관계를 보였는지, 과거 차트 흐름을 통해 미래 주가 흐름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차트를 만든 주인공. 걸어 다니는 증시 박물관이라 불리는 대투증권 신촌지점 위문복 부지점장을 만났다. 그는 자료 수집광이다. 미쳤기(狂)에 빛나는(光) 사람인 위 부지점장은 연구기관의 도움 없이 홀로 세계 각국,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각종 자료를 수집해 다양한 정보를 생산해 낸다. 그가 가지고 있는 증시관련 자료량은 증권선물거래소도, 내노라하는 증시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엑셀로 정리된 KOSPI 데이터 자료의 용량만 200~300MB에 달하고 미국증시 관련 데이터도 1GB가 넘는다. 수많은 데이터가 120GB의 하드를 꽉 채웠다. △유관순의 독립운동과 주가 △미국 대통령과 주가 △태양 흑점과 주가의 관계 △한국증시 10년, 그 파동의 역사 △독일 통일과 주가 그리고 한국 등 흥미로운 자료도 넘친다. 이렇게 많은 자료를 모으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투자전략팀장의 차트분석 관련 책을 접한 뒤 차트분석에 푹 빠졌습니다. 저는 차트분석을 장기투자에 이용합니다. 차트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 데이타의 정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과거는 반복됩니다. 과거를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죠. 이렇게 조금씩 자료수집에 욕심내다보니 지금의 지경(?)에 까지 이르렀네요.” 자료 수집에 미쳐 산지도 어느새 10년, 못 말리는 일화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료수집 초기, ‘데이터뱅크 CD를 부록으로 준다’는 말에, 필요도 없는 ‘트레이드스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을 190만원에 주고 샀습니다. 당시 월급보다 높은 가격에 아내가 적금을 깨 자금을 마련해 줄 정도였습니다.” 그는 특히 아내에게 미안해 했다. “신혼여행 때도 노트북을 챙겨갔습니다. 아내 몰래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살짝 보려했는데 들키고 말았죠. 첫 아이 출산 때도 아내의 산통이 길어져 그새를 참지 못하고 잠시 PC방에 가 자료를 몇 개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뛰어갔는데, 아내가 지친 모습으로 수술실에서 빠져나오더군요.” 급기야 그는 회사도 그만 뒀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료 수집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2004년 회사를 그만두고 1년 6개월간 증권거래소 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서 살았습니다. 스캐너를 들고 도서관에 있는 증시관련 자료는 모두 담았습니다.” 자료수집에 빠져있는 남편을 지켜보는 아내도 힘들었겠지만, 신체적으로 가장 힘든 것은 본인이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워낙 자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자료가 있다면 빨리 얻고 싶은 마음에 서울에서 대전까지 택시 를 타고 정신없이 내려간 적도 있습니다.” 자료 수집을 위해 그는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수집한 테이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는데 컴퓨터 하드용량 개발 속도는 더디더군요. 그땐 빌게이츠 회장에게 답답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금 그는 PC도사이자 엑셀 전문가다. 늘어나는 데이터량에 맞춰 컴퓨터 용량을 늘리고 사양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를 오가길 수십 번. 이제 그는 PC를 조립해 납품하고, 용산 직원들이 그에게 기술자문을 구할 정도다. 또한 고객들에게 나눠 준 장기차트를 엑셀로 만들어 냈을 만큼, 엑셀 사용 수준 역시 전문가 뺨친다. 이제 그에게 ‘데이터’는 목숨보다 귀하다. 행여 자료를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을 까봐, ‘천재지변’에 대비해 따로 백업센터를 구축하는 기업처럼, 그는 처갓집 컴퓨터에 자료를 백업해 둔다. 종종 연구기관들이 ‘섭섭지 않게 정보료를 쳐줄테니 팔라’고 해도 그는 “절대로 팔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료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다. 연구소나 교수들이 그에게 자료요청을 하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제도권에서 그는 ‘부지점장’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재야에서는 이미 지독하게 연구하는 ‘권위 있는 증권연구가’로 통한다. 그는 “자료를 분석하고 과거 데이터를 정리해 정보로 가공했을 때, 또한 연구자료로 미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맞았을 때는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희열을 느낀다”며 “ 앞으로도 주가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