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오재열 팀장]베트남 최초 분석가
[한국투자증권 오재열 팀장]베트남 최초 분석가
  • 공도윤 기자
  • 승인 2006.0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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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집 남자, 베트남과 사랑에 빠지다
오재열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중화시장분석팀장

좌우명은 ‘엄수’, 인생 최종 목표는 ‘가족의 행복’ 조용하고 차분한 투자전략가의 날카로운 분석력

눈이 녹아 장독대 위에 작은 옹달샘이 만들어져 있고, 사립문 틈사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것만 같은 소박한 한옥을 찾은 느낌이었다. 날카로운 양복선과 흐트러짐 없는 넥타이가 차갑게 느껴지는 다른 증권맨들과 달리, 엉성하게 걷어 올린 소매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는 “사실 처음 본 사람과는 쑥스럽고 어색해서 머뭇거리죠”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베트남 최초 분석가’이자 ‘베트스 데일리스트래터지스트’로 실력을 인정받는 투자전략가 오재열 팀장을 만났다.

“중국은 자전거(bicycle)천국, 베트남은 오토바이(Motorcycle) 천국이더라고요” 베트남 최고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오재열 한국투자증권 팀장은 중국과 베트남의 차이를 ‘사이클(Cycle)’에 빗대어 설명했다. 베트남 분석을 맡으며 처음으로 베트남 땅을 밟아봤다는 오 팀장, 그가 올해 1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베트남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중국·베트남 등 중화시장 분석가로 현재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중화시장분석팀장을 맡고 있다. “왜 베트남인가?” 지금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다. 국내 증권사들은 베트남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베트남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최대 국영은행의 자회사인 ‘베트콤증권’과 제휴했고, 베트남시장 선점을 위해 차근차근 시장을 공략, 곧 베트남 관련 펀드도 출시 할 계획이다. 이번 분석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베트남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회사 내부적으로는 전문적인 베트남 분석 데이터 확보해 베트남 시장 공략에 성공하기 위해 탄생했다. ‘Vietnam is Under Construction(베트남은 공사 중)’이란 제목에 82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지금 베트남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부제에 걸맞게 ‘급변하는 베트남 경제’를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베트남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우수한 노동력을 보유한 발전 잠재력이 큰 나라입니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작업과 대형우량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이 한창이며, 나라 곳곳이 개발 붐에 휩싸여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이 기대됩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베트남 정부가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어 다수의 선진국이 탐내고 있는 시장입니다.”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기관투자자들을 포함해 다양한 기관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특히 그의 보고서는 기존 보고서와 달리 각국의 증시·산업·기업·경제 분야를 보다 실질적으로 분석해 ‘생동감’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같이 일하고 있는 ‘김범준 애널리스트’에게로 공을 돌렸다. “지난해 9월 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베트남 시장을 분석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직접 베트남을 방문해 일주일간 베트남 주요 국영기관, 전력사, 건설사, 호치민 거래소, 부동산 개발 현장 등을 둘러봤죠. 당시에도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무척 높았습니다.” 베트남분석은 여러 면에서 그에게 의미가 높은 일이다. 오랜 기간 데일리 스트래티지스트로 활동하며 명성을 높인 그에게 새롭게 주어진 ‘변화’이자 ‘도전’이었다. 중화시장분석을 맡으며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그는 중국과 베트남을 오갈일이 많아졌다. 그는 베트남 하노이시 첫 방문 때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 대부분이 수준급의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어 놀랐고, 하노이 택시 대부분이 GM대우 ‘마티즈’ 차량이며 곳곳에서 한류 열풍을 체감할 수 있어 한층 더 베트남 시장에 친근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는 회사동료들과 함께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중화시장팀에서 같이 근무할 베트남 현지 직원과 중국 직원도 채용하게 됐다. 이 모든 일에 대해 그는 “전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적절한 시기,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일을 맡게 된 경우가 많았다며 겸손해 했다. 주식시장에 몸담은 횟수만 올해로 15년. 그는 신영증권, 삼성증권, 한남투자신탁, SK증권을 거쳐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그는 증권가에서 ‘자신에게 무척 엄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92년 신한증권에 입사해 데일리 스트래티지스트로 증권가에 첫발을 내딛었다. 신입사원 시절에 그는 ‘실력이 없다’며 선배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후. 자존심이 상해 한달내내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이후 2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회사와 도서관을 오가며 기본기를 엄격하게 다졌다. 데일리 스트래티지스트로 활동하는 내내 그는 ‘베스트 스트래티지스트’로 인정받았고, 2001년 ‘자성(Self examination)’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시장은 그를 ‘당당하고 겸손한 분석가’로 평가했다. 보고서 ‘자성’은 ‘시장 예측을 잘못한 것에 반성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그는 ‘적극적’이고 ‘유쾌한’ 증권맨의 모습 대신 ‘신뢰’와 ‘성실’로 무장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좌우명은 ‘엄하게 지킨다’는 의미의 ‘엄수(嚴守)’이다. 그는 ‘엄하게 지켜 자유를 느끼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추구하는 ‘자유’는 ‘가족의 행복’을 뜻한다고 했다. 일에서, 가정에서 지켜야 하는 모든 것을 엄격하게 지켜 ‘가정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는 것이다. 그의 책상 한켠에 놓인 커다란 가족사진이 눈에 띄었다. 앞으로 그는 “정기적으로 베트남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베트남 경제상황과 경제 변수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 데이터를 싣는 것은 물론, 펀드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대형 베트남 기업 분석 보고서 발간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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