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홍성국 부장]증권가의 미래학자
[대우증권 홍성국 부장]증권가의 미래학자
  • 공도윤 기자
  • 승인 2005.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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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져있다”
최근 그는 미래를 예측한 ‘세계에 드리운 그림자, 미국’과 '디플레이션 속으로' 를 발간했다.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한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증권가는 더 분주하다. 주식시장에 몰린 자금이 크게 늘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세우는 리서치센터 직원들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대우증권 홍성국(43)부장도 신발 끈을 힘껏 동여맸다. 그는 현재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팀을 총괄하고 있다. 투자분석팀은 경제, 금리, 신용등급, 주가, 계량분석, 차트, 파생상품, 시장분석을 통해 시장을 예측하고 각종 투자전략을 세우는 부서다. 스트래터지스트(투자전략가)로서 그의 활동도 기대되지만 최근 발표한 2권의 책으로 올해 그는 증권가의 ‘미래학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2005년 12월)'세계에 드리운 그림자, 미국’을 발간했다. 1년 전(2004년 10월)에 발간한 ‘디플레이션 속으로’에 이은 두 번째 미래학서적이다. 디플레이션을 주제로 미래를 예측·분석해, 미래는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에 직면해 있고 세계 최강국 미국 역시 분열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그는 “과학기술발달,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말, 세계화, 자원부족, 고령화로 세계가 디플레이션의 위험에 빠져있다”며 “미래의 준비는 곧 디플레이션에 대한 준비”라고 말했다. ‘세계에 드리운 그림자, 미국’에서 예견된 미래는 충격적이다. 미국은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독점시스템을 갖췄고,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독점시스템은 ‘필요악’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독점 권력이 약해지면 디플레이션이 악화돼 세계가 무질서와 혼란에 빠질 수 있어 당장 미국의 독점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이 책은 쌍둥이 적자 등 최근 미국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디플레이션’에서 찾은 유일한 서적이다. 세계·미국·한국의 미래를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발생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대응책까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선 ‘증권사 직원이 얼마나 잘 썼겠냐’며 반신반의하기도 한다. 물론 그는 미래학 전공자도 아니고 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엄청난 독서량, 실전업무지식, 높은 열정은 정통학자들 못지않다. 그는 사회·문화·종교·정치·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미래를 조명하고 종합적이고 균형된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미래학 연구는 독서에서부터 출발한다. 소문난 독서광으로 사무실은 겹겹이 꽂혀있는 서적이 한켠을 모두 차지했다. 책 한권을 쓰기위해 참고하는 도서목록만 수백권이고, 연간 서적구입비는 200만원을 넘는다. 그가 근무하는 부서는 회사 내에서도 업무량이 많기로 소문난 부서, 직원 대부분이 주말을 반납하기 일쑤다. 그래서 그는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이용, 왕복 3시간가량 소요되는 출·퇴근시간을 책을 읽는데 투자한다. 사실 그의 업무는 미래학 연구의 연장선상 위에 있다. 증시 예측과 분석은 기본적으로 미래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세계 경제의 축소판이다. 증시 변수가 미래의 변수가 된다. 주식시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금리, 주가, 환율, 자본 실물경제는 물론 국제 질서 구조, 이데올로기, 역사, 문화, 사회구조, 국제자본흐름, 신기술, 생산성 등 모든 분야를 다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특히 그는 상아탑 속의 학자들보다 오히려 증권사 직원들의 분석과 예측이 더 날카롭다고 말했다. “전문 연구단체나 관련 기관들의 분석은 세밀하기는 하지만 한쪽 시각만을 집중 조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예측도 실질적인 예측보다는 현재 경기의 해설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선행적이기 보다는 후행적인 것이 보통이다. 반면 증권사의 경기 예측은 최신의 데이터를 이용해 빈번히 수정·보완하기 때문에 현실 파악이나 미래예측이 훨씬 현실적이다.” 그는 증권사 직원을 마치 투기꾼처럼 폄하하는 사회 시각을 안타까워했다. “리서치센터 직원들은 어떤 연구기관의 연구원들보다도 업무강도가 높고 전문적이다. 분석에 이용하는 데이터량도 최고를 자랑한다. 대우증권의 경우 각종 자료와 데이터 수집 비용으로 1년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일과 미래학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스트래터지스트와 미래학자 모두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인생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경제신문을 읽으며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투자분석 업무를 시작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미래학을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벌써 세 번째 책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도 디플레이션의 시각에서 미래예측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책을 꾸준히 써, 한국이 디플레이션 위기를 잘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알리는 ‘미래학자’의 길은 많은 부담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측이 틀릴 때 시장의 비난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하지만 그는 “미래학을 연구하는 이유는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하기 위해서다. 나는 꾸준히 미래의 어두운 면을 들춰낼 것”이라며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나의 예측이 어긋나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지 않겠냐”며 되물었다. 당당한 그의 모습에 올 한해 미래 전문가로서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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