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71] 땅속 비석의 정체는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71] 땅속 비석의 정체는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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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득희 자네는 산적인데 어찌 그런 역사를 자세히 알고 있는가?”

김종서가 신기해서 물어보았다. 물론 김종서 자신도 북방 일대의 지리나 역사에 대해서는 박식했다.

“그게 모두 아저씨 덕택입니다. 옛날 아저씨가 임금님 명으로 여진 문자를 수집하러 와서 저보고 고성이나 버려진 비석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음- 그래서 고 비석 탁본을 많이 해왔지.”

“맞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좀 했습니다. 국토에 대한 관심도 더 갖게 되고요.”

홍득희의 말에 김종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아저씨가 찾고 계신 윤관 장군의 국경비는 아마 여기가 아니고 선춘령에 있을 것입니다.”

“선춘령은 여기서 얼마나 되느냐?”

“제가 여러 번 가 보았는데 한 20여 리 됩니다.”

“어째서 거기에 비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선춘령의 원래 지명은 선춘령, 선춘현, 또는 선춘점이라고 하는데 ‘점’ 혹은 ‘참’이라고 하는 곳은 역참이나 역마가 있는 역으로 국경을 관할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네 말이 그럴 듯하다.”

김종서는 홍득희한테서 뜻밖의 모습을 보았다.

김종서는 병사들이 임시로 주둔할 막사를 만든 뒤 말을 타고 혼자서 주변을 돌아보러 나섰다.

“아저씨, 저도 가요.”

언제 왔는지 홍득희가 백마를 타고 따라왔다.

김종서는 반가웠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어디 가는 줄 알고 나섰느냐?”

“빨리 선춘령에 가보고 싶으신 것 아닙니까?”

김종서는 그곳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득희의 말을 듣고 나서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기왕 나섰으니 가보자.”

두 사람은 말을 재촉했다. 둘이서 말을 달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경성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내고 다음날 새벽 두만강변도 함께 달린 기억이 떠올랐다. 벌써 십여 년이 지난 일이었다.

두 사람의 말은 경쾌하게 산길을 달렸다. 길을 잘 아는 홍득희가 앞장서고 김종서가 뒤를 따랐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개천이 가로 막았다. 얕아서 그냥 건널 수가 있었다.

“속평강으로 흘러가는 개천입니다.“

홍득희가 설명하면서 단숨에 건넜다. 개천을 건너자 평지가 나타났다. 갈대와 잡초가 무성한 평야였다. 오른쪽으로는 얕은 언덕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었다.

평지 가운데 높다란 돌기둥 두 개가 서 있었다.

김종서가 다가가서 자세히 보았다. 이끼가 잔뜩 낀 돌기둥이었다. 원래는 건물의 일부로 쓰인 것 같았다.

“이것이 무엇이냐?”

“이것은 종각의 기둥이라고 합니다. 경성 도호부 시절 이곳 관아에서 세운 종각인데 엄청나게 컸다고 합니다. 이곳 관아가 야인들의 습격으로 망하고 난 뒤 종을 부숴서 쇳조각을 말에 싣고 갔는데, 말 아홉 필이 싣고 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종서는 돌기둥 주변을 살펴보았다. 무너진 건물의 초석 같은 네모진 돌이 여기저기 잡초 속에 버려져 있었다. 그 중에 김종서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있었다.

“득희야. 이것 좀 보아라.”

홍득희는 김종서가 가리키는 곳으로 다가갔다. 무성한 풀 속에 네모진 돌의 한쪽 귀퉁이가 보였다. 깎은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냥 버려진 돌은 아닌 것 같았다. 홍득희가 칼을 뽑아 풀을 베어내고 돌의 모습을 자세히 보았다. 땅에 묻혀 있는 돌의 한 부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비석 같은데요.”

홍득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지, 비석이 아니면 무덤의 상석 같은 석물일 거야.”

이것이 혹시 임금이 말하던 윤관 대원수의 국경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김종서의 머리를 스쳤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한번 파 보지요.”

홍득희가 풀을 벤 다음 돌이 묻힌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김종서도 칼을 뽑아 함께 흙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 식경 이상 땀을 뻘뻘 흘리며 땅을 팠다. 흙을 파내려 가자 돌 모양이 네모난 비석처럼 보였다.

“이게 비석이 틀림없습니다.”

마침내 비석이 완전히 드러났다. 홍득희가 흙투성이의 비석면에서 손으로 흙을 털어냈다.

“아저씨, 이것 보세요. 글씨가 모두 뭉개졌어요.”

홍득희의 말대로 비석에 새겨졌던 글씨는 모두 뭉개져서 읽을 수가 없었다.

“옆으로 뒤집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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