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류의 관심은 생명 문제로 모아질 것이다. 어느 때보다 풍요를 누리는 인류는 앞으로는 질병 없이 오래 사는 삶을 꿈꾸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21세기는 생명공학(biotechnology)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세계 각국은 생명공학 분야 연구에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으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 기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바이오 관련 업체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생명공학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미래는 바이오 시대
분명히 바이오 산업은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몇 년 안에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수는 없다. 어떤 면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 윤리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기술적으로도 아직 넘어야할 산이 너무도 많다.
물론 일부 치료제 개발이나 제약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거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임상실험 단계인 기술도 있다. 그러나 난치병치료와 장기이식,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등은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난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제양 둘리 탄생 이후 전세계는 생명공학 분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둘리는 조기 노화 현상을 보이며 양의 평균 수명인 12년의 절반에 불과한 6년 밖에 살지 못했다. 수많은 복제 동물들이 기형이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태어난다. 동물 실험에서는 이런 일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인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인류가 자신들의 손으로 이런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이 분야에서는 다른 나라 못지 않는 기술력을 갖고 앞서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배아줄기 세포에서 특정 장기를 분리해 내고 정상적으로 증식시키는 문제들이 놓여있다.
최근 한국 카톨릭계에서 성체줄기 세포 연구에 1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배아줄기세포의 윤리 문제를 피해가면서도 인류의 질병퇴치에 대한 염원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체 줄기 세포 연구 역시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
생명의 문제가 가장 어려워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줄기 세포 관련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줄기세포와 바이오 관련 주식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줄기세포 연구의 현재의 위치나 앞으로의 전망에 비춰볼 때 결코 정상적인 것이라는 할 수 없다. 질병 퇴치와 생명 연장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은 인류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미 다른 첨단 산업 분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에까지 기술력이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만 하더라도 나노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통신과 전자 분야의 기술은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공간을 디지털 체계로 통합해가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는 인간에게 있어 불가능이 없어 보인다.
생명공학의 문제도 기술적으로는 언젠가는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기술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오류나 실수가 좀처럼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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