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쉬쉬했던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워싱ESG 논란에 경영진 처벌 목소리까지
'직장 내 괴롭힘'쉬쉬했던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워싱ESG 논란에 경영진 처벌 목소리까지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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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임원 '괴롭힘' 조사 시기에 '스톡그랜트' 논란…징계않다가 뒤늦게 대기발령
프랑스는 경영진도 처벌...스웨덴 시작으로 유럽, 미국, 캐나다 등 직장내 괴롭힘 규제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

[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Workplace Bullying)' 쉬쉬 했다가 칼 끝이 최고경영자(CEO)로 향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곤혹스런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 회사가 사내 조사를 통해 해당 가해 임원의 행위를 파악했지만 필요한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고용노동부가 직권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공정뉴스는 30일 <[워싱ESG] 포스코홀딩스 직장 내 괴롭힘에 칼 빼든 고용노봉부 직권조사 착수...최정우 회장 경영리더십 추락>제하 기사를 통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이 지난 26일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위반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직권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한다.

고용부 서울강남지청은 지난 19일 포스코홀딩스에 근로감독관 2명을 파견해 피해 근로자 등 10여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여부와 사측의 은폐시도 등을 조사했다.

포스코홀딩스 A 임원은 2022∼2023년 직원 여러 명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지난 3월 회사 측에 접수됐다. A임원이 다음날 건강검진을 앞둔 여직원에게 회식을 강요했다. 오랜 시간 공개적으로 한 직원을 무시했다는 내용 등이 피해 신고에 포함됐다. 한 직원은 A임원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아 만성 위염에 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도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사내에서는 '괴롭힘보다 뭉개는 문화가 더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A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했던 사내 감사 담당 부서는 이달 초 A임원에 대한 징계를 건의했다. 하지만 해당 임원에 대한 적절한 인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지난 25일 25일 A임원을 돌연 대기발령 조치했다. 피해 신고와 조사가 있은지 거의 한 달만에 이뤄진 일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 5항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용자는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확인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의 혐의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이라며 "사측의 자체 조사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조사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직장내 괴롭힘-성희롱 신고 게시판

무너진 기업윤리

포스코홀딩스의 기업윤리가 무너졌다는 비판이다.

A임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신고된 3월, 같은 달  31일 포스코홀딩스는 해당 임원에게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스톡그랜트(stockgrant)를 지급한다. 당시 포스코홀딩스는 최정우 회장 등 임원 28명에게 자사주 상여금, 이른바 스톡그랜트(2만7030주)를 지급한다. 지급 당일 기준 주당 36만 8000원이다. A임원이 받은 스톡그랜드는 100주이다. 현금가치는 3600만원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스톡그랜드를 지급하고 공시한 시기가 A임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소되어 피해 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던 시기에 겹친다. 당시 감사 기능 부서에서는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최 회장에게 징계를 건의한 시점과도 겹친다. 

3월 당시는 최 회장의 입지도 곤란했던 상황. 2018년 취임해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2년 정권교체 뒤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렸다. 3월 17일 주총을 앞두고 여권 정치인과 포항시민단체들은 최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야당까지도 최 회장의 연임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노웅래·윤미향(더불어민주당)·강은미(정의당)의원은 국회에서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는 토론회를 개최하며 노동문제를 지적했다.  50년 이상 노후 시설이 즐비하나 안전설비 투자는 커녕 시설 교체와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3년간 75건의 재해가 발생했고, 5년간 최소 4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것. 

최 회장은 A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을 보고 받았지만 당시 제 코가 석자였던 상황. 3월 17일 주총을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정중동 자세를 보이던 최 회장은 주총의 강을 무사히 건넌다. 스톡그랜트를 처리한다.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임원들에게 무상 나눠준다. 물론 자신도 주식을 챙긴다. 이런 과정에서 A임원 문제를 처리할 골든타임을 놓친다.

포스코의 현 상황이 한국판 '우버 사태'와 닮은 꼴. 차량 공유업체 우버에서 한 팀장의 성희롱 사실이 인사부에 내부고발된다. 관리자는 사내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다른 팀으로 이동시킨다. 회사는 참고 넘어가길 바란다. 피해자는 우버의 직장 내 괴롭힘을 SNS에 공개한다. 언론은 우버의 기업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칼 끝이 우버 CEO 칼라닉을 향한다. 우버 이사 허핑턴은 "글로벌 리더에 걸맞는 품격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칼라닉은 우버를 떠난다.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회의는 오는 6월 15일 포스코본사 앞에서 최정우 회장 퇴진 촉구 궐기대회를 갖는다고 결의한 회의 장면.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회의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회의는 오는 6월 15일 포스코본사 앞에서 최정우 회장 퇴진 촉구 궐기대회를 갖는다고 결의한 회의 장면.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회의

최회장의 거취에 대한 불은 안전 진화된 상태가 아니다.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6월 15일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 본사 앞에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퇴진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범대위는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소재지 주소를 포항 포스코 본사로 옮기고 미래기술연구원이 포항에 본원 개원식을 했지만, 이는 인원과 조직이 없는 눈속임"이라며 "지난해 초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수도권 설립 추진을 비롯해 최정우 회장이 그간 보여준 행태는 포항시민을 일관되게 기만하는 것으로 퇴진 운동을 끝까지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내 괴롭힘이 우버 칼라닉을 향한 칼날이 된 것 처럼, 고용노동부가 나선 직권조사와 포항 시민들에 움직임이 최 회장을 향하고 있는 만큼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인권 분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지표를 가늠하는 이슈이다. ESG경영을 표방하는 기업의 진정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대표 분야이다. 포스코홀딩스는 ESG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 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최정우 회장이 주창해 온 ESG경영은 거짓 워싱 ESG임이 드러났다.

2022년 세계철강협회장에 선출된 최정우 회장과 전임회장의 모습 @포스코홀딩스
2022년 세계철강협회장에 선출된 최정우 회장과 전임회장인 인도 JSW(Jindal Steel Works Limited) 사쟌 진달(Sajjan Jindal) 회장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위싱ESG로 세계를 눈속임

최회장은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회장에 선출됐다. 올해의 CEO로도 선정됐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경영구조 혁신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8월 31일 발간한 '기업시민보고서'를 통해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Green Tomorrow, With POSCO’를 그룹의 새로운 비전 슬로건이자, ESG 비전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그룹 차원의 ESG 전략과 정책, 성과는 물론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등 주요 8개 사업회사의 ESG 경영 현황도 정리했다.

최정우 회장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포스코그룹은 일찍부터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투명하게 운영해 왔다”며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함께 ESG 경영을 강화하고자 그룹 CEO 및 사업회사 대표가 참여하는 ‘그룹ESG 협의회’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이사회 ESG위원회를 지원하고, 주요 의사결정 및 경영 전반에 ESG를 내재화한 관리 체계를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경영선포는 그럴싸하다. 하지만 A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처리 과정과 스톡그랜트 지급 과정이 겹치면서 위싱 ESG가 사실로 밝혀졌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포스코홀딩스의 홈페이지에 직장괴롭힘·성희롱 신고 게시판을 마련해 두고 있지만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외부에는 그럴싸하게 포장해 두고 있지만 실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포스코에서는 2022년 사내 성폭력 사건으로 직원 4명이 중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들 직원에 대한 직·간접적 관리 책임이 있는 임원 6명도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징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선진국가 '직장내 괴롭힘'..."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프랑스 직장 내 괴롭힘 2년 징역형...경영진도 처벌

세계 각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신적 괴롭힘도 괴롭힘으로 폭넓게 규정하며 형법으로 금지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안을 가장 먼저 마련한 곳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3국은 1980년대부터 이를 논의해왔다. 스웨덴은 1993년 세계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례를 제정, 형법으로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와 회사 경영진까지 처벌 대상이다. 2년의 징역형과 3만유로(약 4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노동법과 형법을 통해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치는 괴롭힘도 금지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독자적으로 다루는 법은 없다. 다만 차별금지법에 따라 나이, 성, 장애, 인종, 신앙 등과 관련된 괴롭힘은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평등법, 괴롭힘 방지법(스토킹 제재 목적), 고용권리법 등 다른 여러 법안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부분적으로 금지 및 예방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등 3개 주에서는 주정부 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 중이다.

일본은 2018년 5월 기업의 괴롭힘 방지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을 가결시켰다. 일본 기업들은 상담 센터를 마련해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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